[미토콘드리아의 비밀]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2016.07.03 13:00

약 35억 년 전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이 등장한 뒤 생명체는 고세균, 세균, 진핵생물이라는 세 왕국으로 갈라섰다. 진핵생물 외에 고세균과 세균을 묶어 원핵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핵생물은 세포 안에 금고인 핵을 만들어 생명의 정수인 DNA를 따로 보관하며, 단백질의 번역을 돕는 기관(리보솜), 세포 내 쓰레기 처리장(리소좀) 등 여러 작업에 특화된 소기관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미토콘드리아도 진핵생물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세포소기관과 다른 점은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독립된 생명체처럼 동그란 DNA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직접 번역해 단백질을 만든다. 게다가 미토콘드리아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세균과 구조가 비슷하다. 때문에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포 외부의 독립된 세균이 우연히 세포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진핵생물 속에 세균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을 ‘내공생’이라고 부른다. 30억 년이 넘는 생명의 진화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진핵세포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히는 몇 가지 구조는 고세균과 세균으로부터 전달된 것이거나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제작 | 수지킴도시락 제공
진핵세포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히는 몇 가지 구조는 고세균과 세균으로부터 전달된 것이거나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제작 | 수지킴도시락

WHY? : 복잡한 생명현상을 위해서 에너지가 필수적


세 가지 다른 길로 갈라섰지만 복잡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한 것은 진핵생물이 유일하다. 우연한 결과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진핵생물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세포핵과 유사한 구조, 유전자 재조합, 세포소기관, 세포 신호, 커다란 크기, 내공생 등은 일부 원핵생물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각각의 개체는 진핵생물의 특징을 다 가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핵생물이 복잡한 개체로 진화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이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에너지다. 2010년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이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이었다는 주장이 발표됐다(Nature 467, 929–934 (21 October 2010)). 연구팀은 우선 유전자의 크기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을 근거로 들었다. 대표적인 원핵생물인 대장균은 유전자 수가 4400개다. 반면 가장 기본적인 단세포 진핵생물인 원생생물의 유전자는 2만 개다. 만약 대장균이 유전자 숫자를 원생생물 수준인 2만여 개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세균은 보통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전체 ATP의 2%를 쓰고, 유전자로 단백질을 번역하는 과정에 75%를 쓴다. 유전자가 다섯 배가 되면 복제에는 전체 ATP의 10%, 번역에는 375%가 필요하게 돼 세포가 혼자 만들 수 있는 ATP를 훌쩍 초과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전자가 늘어난 만큼 번역을 더 많이 해야 되고, 번역을 할 단백질 공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유전자에서 전사된 RNA를 단백질로 번역하는 리보솜이 대장균에는 1만3000개 정도 있지만, 인간의 간세포에는 이보다 1000배에서 1만 배 이상 많다. 이렇게 많은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마구잡이로 떠다니면 곤란하기 때문에 이들을 잘 정렬시킬 수 있는 구조단백질도 추가로 필요하다.


단백질 숫자가 느는 만큼 세포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반지름이 50배 정도 크다. 문제는 원핵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 큰 세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핵세포는 자신의 세포막 전위차를 이용해 ATP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도 같은 방식이다. 미토콘드리아나 원핵세포처럼 지름이 작을 때는 막의 전위차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반지름이 50배 이상 커지면(부피는 12만5000배가 커진다) 전위차를 유지하는 데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진핵생물이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에너지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대장균의 유전자 숫자를 다섯 배 늘리면 원래보다 20만 배 이상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진핵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흡수해 에너지 생산을 전담시키지 않았다면, 유전자 숫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WHO, HOW? : 리케차목 + 로키아르카이오타 = 진핵생물


또 하나의 궁금증은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생물의 조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1980년대에 처음 밝혀졌다. 유전자 계통도를 그릴 때 기준이 되는 단백질인 16s 리보솜의 서열을 확인한 결과, 미토콘드리아가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a)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Proc Natl Acad Sci U S A. 1985 Jul; 82(13): 4443–4447). 이후 연구에서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중에서도 리케차목(目)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내공생하기 이전, 즉 진핵생물로 진화하기 직전의 마지막 세포를 진핵생물의 공통된 마지막 조상(LECA, Last Eukaryotic Common Ancestor)이라고 부른다. LECA의 정체에 대한 힌트가 지난해에 나왔다. 북극해 심해열수구에서 얻은 DNA를 분석한 결과 고세균의 새로운 계통인 로키아르카이오타(Lokiarchaeota)가 발견된 것이다(Nature 521, 173–179 (14 May 2015)). 로키아르카이오타는 미토콘드리아는 없지만, 진핵생물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로키아르카이오타에서는 다른 어떤 고세균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됐다. 이 단백질들은 세포막 재형성, 소포체 운반, 세포내흡수 등과 관련이 있다. 모두 진핵세포의 조상이 리케차 박테리아를 삼킬 때 필요했을 단백질이다. 다만 로키아르카이오타를 직접 분리해 배양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만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생물의 조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여전히 추측만 할 뿐이다.


두 조상을 토대로 이들이 어떻게 한 집에서 살게 됐는지도 추론해보자(Science 351, 659 (2016)). 진핵세포의 조상은 욕심쟁이였을 것이다. 세포막을 조심스레 여닫으며 주변에 풍부한 영양소를 흡수하는 대신, 세포막을 활짝 열어 아예 크게 한 움큼 베어 먹는 방법(세포내흡수)을 선택한 세포였다. 한입에 많이 먹을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원핵생물 같이 쓸데없는 불청객이 몸속에 들어올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초기 진핵세포에는 일종의 면역반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미토콘드리아의 직계조상인 리케차 박테리아는 숙주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기생성 세포다. 숙주세포의 방어 작용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가분열을 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세균이다. 20억 년 전 이 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초기 진핵세포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면역 반응과 이를 미꾸라지처럼 피해나가려는 리케차 박테리아와 군비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진핵세포와 세균의 내공생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은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진핵생물로 진화한 뒤에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조류는 클라미디아 박테리아와 남세균을 한번 더 세포 속에 들였다. 모두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참고 : Science 351, 659 (2016) - 과학동아 제공
진핵세포와 세균의 내공생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은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진핵생물로 진화한 뒤에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조류는 클라미디아 박테리아와 남세균을 한번 더 세포 속에 들였다. 모두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참고 : Science 351, 659 (2016) - 과학동아 제공

WHEN?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로키아르카이오타의 발견은 미토콘드리아 진화 논쟁의 가장 뜨거운 주제에 불을 지폈다. LECA에서 진핵세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와 동거를 시작한 시기는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 특유의 복잡한 구조(핵, 골지체, 소포체 등)가 생기기 이전인 발달 초기에 들어 왔다는 초기 가설과, 모두 만들어진 뒤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왔다는 후기 가설로 나뉜다. 얼마 전까지는 초기 가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초기 가설에는 두 가지 강력한 근거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진핵세포의 독특한 특징(많은 유전자, 복잡한 구조, 커다란 크기)은 에너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다. 진핵세포 발달 초기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왔고,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발판삼아 복잡한 세포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근거는 현재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진핵세포가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뒤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왔다면,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중간 단계 세포의 후손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모두 기존에 있던 미토콘드리아가 퇴화된 경우다. 올해 5월 발견된 미토콘드리아 없는 진핵생물인 ‘모노케르코모노이데스(Monocercomonoide s)’도 원래 미토콘드리아가 있었는데 퇴화돼 사라진 것이다(doi: 10.1016/j.cub.2016.03.053). 모노케르코모노이데스는 양분이 풍부한 동물의 장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에서 특별히 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조상이 같은 다른 종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노케로코모노이데스 역시 원래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초기 가설에 반대되는 입장인 후기 가설은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진핵세포와 공통조상을 가진 로키아르카이오타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가설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로키아르카이오타는 세포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포 내부에도 막 구조를 가진 다른 소기관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유전자 분석 결과는 후기 가설을 더 강력하게 지지한다. 진핵생물의 유전자에는 적지 않은 원핵생물의 DNA가 들어가 있는데, 미토콘드리아 초기 가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것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일부가 진핵생물로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부 유전자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에는 없다. 바로 이 점이 오래전부터 초기 가설의 약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올해 3월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의 대규모 유전자 분석 결과 진핵세포의 DNA 일부가 고세균으로부터 온 것이 확인됐다(Nature 531, 100–104 (03 March 2016)). 고세균에서 온 유전자는 DNA의 복사, 전사, 번역에 관련된 것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의 조상에 들어오기 이전에 도입된 것이다. 또 연구팀은 하나의 새로운 박테리아 DNA 그룹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들어오기 이전에 세포에 들어와 골지체와 소포체 등 세포 내막의 형성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에너지 생성 유전자는 진핵세포의 외부 유전자 중 가장 늦게 들어온 축이었다. 시간순서로 볼 때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에 들어올 때 이미 복잡한 구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전에 들어온 세균 유전자는 다른 세균으로부터 수평적 유전자 변이를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잡한 논의를 거쳤지만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제자리다. 왜, 무엇이, 어떤 특징이 진핵생물을 고등생명체로 진화시켰고 다른 생명의 왕국은 그렇지 못했는가. 해답은 어쩌면 꼬불꼬불한 미토콘드리아의 한 구석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 필자소개

윤환수.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 진핵생물이 언제 어떻게 광합성을 시작하게 됐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광합성을 하는 홍조류 및 갈조류를 연구하며, 세포내공생을 통해 남조박테리아로부터 색소체를 획득한 폴리넬라의 유전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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