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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측’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올랜도 총기 난사, 영국 의원 피살을 막았을까?

2016년 06월 26일 11:00

2016년 6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다. 영국과 미국, 서구 세계를 대변하는 두 나라에서 전 세계인들을 경악시킨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12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클럽에서 이슬람계 미국인이 저지른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여 50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그로부터 며칠도 지나지 않은 16일(현지 시간) 영국에선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앞두고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하던 조 콕스 하원 의원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그루즈가 미래에 발생할 범죄 장면을 분석하는 모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그루즈가 미래에 발생할 범죄 장면을 분석하는 모습. 범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이나, 조 콕스 영국 하원의원의 피살을 막을 수 있었을까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첫 번째 사건은 외로운 늑대의 계획된 테러인지 아니면 옛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 빠진 동성애자의 우발적 사고인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 원인과 무관하게 워낙 사상자 규모가 커서 미국 사회 전체가 엄청난 충격과 도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동성애, 이슬람, 총기 규제 등 미국에서도 가장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사안들이 한꺼번에 관련된 사건이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의 미국 사회에 터진 핵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은 그 배경이 된 브렉시트 논란이라는 것 자체가 카메론 총리의 집권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만들어진 정략의 참혹한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영국인들의 비탄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피살에도 불구하고 불과 일주일 후에 치러진 국민투표의 결과가 일반적인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영국의 EU 탈퇴를 확정했다는 사실은 영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인을 한번 더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두 사건 이후 범죄나 테러를 사전에 감지하고 이를 차단하는 기술과 관련된 내용의 기사들이 국내 몇몇 언론을 통해 나왔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Faception이라는 회사가 얼굴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테러리스트를 감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미국의 국토안보국과 협업 중이라는 5월말의 외신을 번역한 기사도 있었고, 이른바 지능형 CCTV를 통한 범죄자의 행동 패턴 분석이 가능해졌다며 범죄 예방 기술의 발전상을 전달하는 특집 기사도 있었다.  

 

이미지 확대하기범죄자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홍보중인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 Faception - Faception 제공
범죄자를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홍보중인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기업 Faception - Faception 제공

 

주목할 것은 정작 당사국인 영국이나 미국의 주류 미디어에서 그러한 이른바 범죄 예방 기술과 관련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최근의 테러 혹은 강력 사건의 경우 과거의 패턴들을 벗어나고 있어, FBI와 같은 수사 기관들이 범죄를 사전에 막아내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많았다.

 

▲ 이스라엘 스타트업 Faception 홍보 동영상

 

물론 911테러 이후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혹은 최소한 범죄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기술적인 시도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중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미국 국토안보국에서 선보였던 FAST(Future Attribute Screening Technology)다.

 

이미지 확대하기미국 국토안보국이 선보였던 범죄자 색출 시스템인 FAST의 소개 자료 - FAST 제공
미국 국토안보국이 선보였던 범죄자 색출 시스템인 FAST의 소개 자료 - FAST 제공

 

공항이나 국경 또는 각종 행사장에 설치된 센서와 CCTV 등을 통해 사람들의 몸짓, 얼굴 표정, 피부의 온도, 목소리의 변화 등을 파악하여 잠재적 범죄자를 찾아내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여행객이 가지는 심리적, 신체적 변화와 범죄자의 그것을 구분하기 어렵고 개개인의 그러한 신체적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여 분석하는 것이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있은 이후로 FAST에 대한 논의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난해 9월에는 히타치 데이터 시스템즈(HDS)가 Predictive Crime Analytics(PCA)를 공개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정 도시별로 소셜 미디어는 물론 날씨, 과거 범죄기록 등 다양한 인터넷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범죄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경찰력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그 시스템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6개 도시에서 테스트를 한다고 했는데, 그 뒤로 PCA에 대한 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 확대하기범죄 발생 확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히타치의 PCA - HITACHI 제공
범죄 발생 확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히타치의 PCA - HITACHI 제공

 

이미지 확대하기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이른바 범죄 예방 기술이 소개될 때 항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크루즈 주연의 2002년작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약에 중독된 고학력자들에게서 태어난 자녀들 중에서 일부가 미래의 살인 사건을 보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견되자, 살인 시각과 살인자/희생자의 이름 그리고 현장의 영상을 받아 분석하고 사전에 이를 방지하는 범죄예방국(PreCrime)을 워싱턴 DC에 만들고 운용하는 2054년의 미래가 이 SF 영화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영화가 그 범죄예방 시스템을 전미국으로 확대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은폐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세력과 그 반대편에서 진실을 알리려는 세력간의 갈등을 그린다는 점이다. 그 어떤 예측 시스템도 결함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그 결함이 악용되거나 혹은 그에 따라 무고한 이들이 범죄자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이번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투표라는 것이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보여준 것이다.

 

이미지 확대하기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그루즈가 미래에 발생할 범죄 장면을 분석하는 모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톰 그루즈가 미래에 발생할 범죄 장면을 분석하는 모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미지 확대하기동명 영화의 원작이 된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
동명 영화의 원작이 된 필립 K 딕의 원작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

무엇보다 1954년에 쓰여진 필립 K 딕의 원작에서부터 그렇지만, 이를 각색한 영화에서도 범죄를 예측하는 주체가 인공지능 등 어떤 기술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언자들이 초능력자 혹은 신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는 설정에서 눈치챌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이나 인간이 만든 기술을 뛰어넘는 무결점의 권위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범죄를 예측하고 이를 사전에 막는다는 시도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모순은 끝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

☞ Politico 기사 <왜 FBI는 올랜도 총기 난사의 범인을 막지 않았나?>

☞ 디지털 트렌즈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실현되다: 히타치, 범죄예방 시스템 개발>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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