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페이스북 경영하겠다는 저커버그, 주식 99% 기부 약속했는데 어떻게?

2016.06.22 20:01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아빠가 되었습니다. 저커버그는 급속히 딸바보가 되었고,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작년 말 ‘세상의 모든 질병을 정복하고,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원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기관을 설립하기로 하고, 자신과 아내가 가진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가치는 450억 달러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젊고,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자리도 오래도록 지키고 싶을 것입니다. 그럴려면 지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지만, 지분의 99%를 기부하면서 어떻게 동시에 경영권도 지키겠다는 것일까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부부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다. - 저커버그 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부부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고 있다. - 저커버그 페이스북 제공

주식 기부 약속 지키고, 경영권도 지키고


방법은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20일(현지시각) 주주총회에서 의결 권한이 없는 무의결권 주식 (클래스 C)을 새로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 클래스 A 및 클래스 B 주식 보유자들은 주식 1주당 2주의 클래스 C 주식을 받게 됩니다.


클래스 A는 뭐고, 클래스 B는 뭔가요? 미국 기업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채택할 수 있습니다. 주식에 따라 의결권의 크기가 다른 것이죠. 페이스북의 클래스 A 주식은 1주가 1표의 권한을 갖습니다. 반면 클래스 B 주식은 1주에 10표의 권한이 있는 ‘슈퍼 주식’입니다.


클래스 B는 창업자 등 회사 내부인들이 대부분 보유합니다. 페이스북 클래스 B 주식의 85%는 저커버그가 갖고 있습니다. 저커버그는 16%의 지분율로 60%의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페이스북은 여기에 더해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 C 주식을 새로 발행하겠다는 겁니다. C 주식은 배당 등은 다른 주식과 같지만, 의결권만 없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앞으로 다량의 클래스 C 주식을 발행받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클래스 C 주식 수는 계속 늘어나고, 나중에 저커버그 부부는 이 주식에서 약속한 99%의 지분을 재단에 기부할 것입니다. 그러면 지분 기부 약속을 지키고도 저커버그 CEO의 의결권은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영권도 지키고, 기부 약속도 지킬 수 있습니다. 

 

벤처비트 제공
벤처비트 제공

저커버그가 보유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한 ‘기관’의 성격이 논란이 되었다는 점은 한번 상기하고 넘어가죠. 대부호의 기부는 보통 자선단체에 하거나, 비영리 기관을 설립해 그 기관에 하는 기부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특이하게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설립할 계획입니다. 


비영리재단은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만 할 수 있고, 세무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습니다. 정책 이슈에 목소리를 내거나 특정 정치 세력을 지원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반면 유한책임회사는 기업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업을 하고 정책 관련 로비를 할 수 있습니다. 신사업에 투자를 하거나 다른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저커버그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새로 만들어 자기 주식을 이전하고, 그걸 ‘기부’로 포장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을 경영하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회사’를 세워 관심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저커버그가 언급한 조직은 설립되지도 않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일을 할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 굳이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겠습니다. 후에 실제 운영에 들어갈 때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지켜보면 될 듯 합니다.

 


CEO는 독재자? 실적으로 말하겠다


주주들에게는 괜찮을까요?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가는 떨어집니다. 하지만 떨어진 주가만큼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주가 입는 경제적 손해는 없습니다.


그래도 문제는 있습니다. 차등의결권을 가진 CEO는 실질적으로 회사를 완전히 장악하게 됩니다. 회사가 기울거나 경영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일반 회사에서는 지분에 따라 이사회에서 CEO를 교체할 수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회사에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회사가 잘 나가고 CEO가 신임을 받을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영이 어려워지면 곧 논란이 생깁니다. 페이스북 일부 주주는 클래스 C 주식 발행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저커버그가 이미 지배력을 충분히 갖고 있기 떄문에 별 문제 없이 통과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은 현재 어마어마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잘 나갈 것 같으니 한동안은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결국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회사 자체보다는 그 기업의 최고경영진을 믿고 투자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창업자와 경영진의 비전과 역량이 큰 역할을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 중에 차등의결권을 채택한 회사가 많은 이유입니다. 


그 외 ‘오하마의 현인’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차등의결권을 채택하고 있고, 뉴욕타임스처럼 미디어 기업 중에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곳이 있습니다.

 


구글도 무의결권 주식으로 창업자 권한 확대


구글도 2014년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 C 주식을 발행했습니다. 1표의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 A 주식과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 C 주식이 주식 시장에서 따로 거래됩니다. 새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줄 때는 클래스 C 주식을 줍니다. 주가는 클래스 A 주식이 살짝 높습니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0표의 의결권을 가진 클래스 B 주식으로 회사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B 주식은 클래스 A 주식 수의 5분의 1도 안 되지만, 의결권이 10배이기 때문에 6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잇단 인수합병 등으로 창업자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런 지배력을 바탕으로 구글 글래스나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보통 회사였으면 주주들이 ‘돈 잘 버는 검색 광고 사업에나 집중하라’며 압력을 넣었을 것입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왼쪽부터)이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량에 탄 모습 - 구글 제공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왼쪽부터)이 구글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량에 탄 모습 - 구글 제공

구글은 지난해 회사를 ‘알파벳’이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고 검색 광고 외에 로봇, 바이오, 초고속인터넷 등 다른 실험적 분야들 역시 별도의 개별 사업부로 분리했습니다. 검색 광고를 담당하는 구글의 실적 외에 다른 사업부의 실적도 어느 정도 공개해 회사 운영의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창업자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검색 광고 사업의 수익을 개인적 관심사에 따른 ‘특이한’ 사업들에 쏟아붓는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아주 유쾌한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커버그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같은 사람들이 미래지향적 비전을 보여주며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에 별다른 문제 없이 회사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언제까지 탁월한 비전과 명확한 실적으로 보여주며 세계를 리드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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