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찼다가 펴서 스마트폰으로…코 앞으로 다가온 디스플레이 혁명

2016.06.19 18:00

 

레노버 행사에서 애니매이션 제작자 메간 매커시가 손목에 착용 할 수있는 벤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손목에 착용해 보이고 있다. - 레노버 유투브 동영상 캡처 제공
레노버 행사에서 애니매이션 제작자 메간 매커시가 벤더블 스마트폰 시제품을 손목에 착용해 보이고 있다. - 레노버 유투브 동영상 캡처 제공

‘이 기술이 실용화 되면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년 전부터 과학 기사에 이런 해설을 꽤 많이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학이나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차세대 기술의 일환으로 휘어지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를 상당 수 진행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기초 기술이 수년 간 쌓여왔어도 아직 ‘사용자 마음대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 적은 없었다. 비록 시제품이지만 중국의 레노버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처음으로 구부리고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레노버는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애니메이션 제작자 메간 매커시에게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C자 모양으로 구부려 팔찌처럼 손목에 차보이도록 했다. 매카시는 이날 절반으로 접어 평소에는 태블릿 PC로 쓰다가 전화가 오면 스마트폰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을 함께 선보였다. 레노버는 이들 제품을 2017년 이후 상용화 할 계획이다.

 

●중국업체가 한 발 앞서 발표, 삼성전자 적극적 기술개발

 

 

삼성전자가 2014년 등록한 접는 스마트폰 특허 이미지 - 미 특허청 제공
삼성전자가 2014년 등록한 접는 스마트폰 특허 이미지. - 미 특허청 제공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강자는 애플과 삼성이다. 애플은 고선명 디스플레이로 유명하지만 기본 형태는 유리판 안에 액체 물질을 채워 색을 내는 LCD(액정디스플레이) 기술이다. 반면 삼성은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에 이전부터 주목해 왔다. 휘거나 구부리는 제품을 만들기에는 OLED 쪽이 한층 유리하다.

 

이 때문에 최초로 접거나 구부리는 스마트폰을 공개할 기업은 삼성전자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실제로 삼성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아이디어를 여러 차례 특허로 등록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밸리’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반기면 시제품을 최초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중국 업체가 먼저 치고 나온 것이다.

 

시제품 개발이 한층 더 빨랐다고 해서 삼성 측의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제품 한 두개를 보여주기 식으로 만들어 주는 것과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부터 폴더블 OLED 양산 테스트를 시작하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대량생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명 이상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팔목에 감는 레노버의 스마트폰과 달리 삼성의 접는 스마트폰은 ‘아웃 폴딩’ 형태로 제작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삼성 측이 미국 등에 출원한 특허 정보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마트폰을 밖으로 접으면 화면이 노출돼 있어 제품을 펴지 않아도 여러 가지 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겨지지 않는 보호 소재 개발이 실용화 핵심

 

유연성 디스플레이 기술은 단순히 휘어진 형태의 커브드(curved)에서 시작해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형태로 나뉜다.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이나, 크기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등으로도 구분된다.

 

현재 커브드 형태의 제품군은 이미 팔리고 있다. 휘어진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붙여 만드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엣지’ 제품군이나 LG전자의 ‘G플렉스’ 등이 상용화 됐다. 하지만 사용자가 마음대로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제품은 아직 없다. TV나 대화면 모니터를 만들 때도 커브드 제품군이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벤더블 이상의 제품군이다. 마음대로 접고 펴려면 디스플레이 기기 자체가 변형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앞쪽으로 구부리면 뒷면이 늘어나고, 뒤로 구부리면 앞면이 늘어난다. 신축성이 있는 소재가 필수라는 의미다. 이렇게 접어지는 부분의 화질 저하 문제도 걸림돌이다.

 

보통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 유리를 덧대는데, 이 유리는 강제로 접으면 깨진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필름 등을 만들어 이용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여러 번 접고 펴다 보면 색이 변하거나 구겨져 자국이 남을 우려가 크다. 결국 접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는 내구성이 뛰어난 보호필름 제작 방법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연성 디스플레이, 사회모습 큰 폭으로 바꿀 것

 

현재 삼성 측은 곡률(접는 부분의 휘어지는 정도)이 ‘1R’ 수준의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히 접었을 경우 반지름이 1㎜ 정도인 제품군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1R이면 얇은 지갑 형태 정도의 제품은 만들 수 있을 걸로 보인다. 곡률이 더 낮아진다면 종이처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벤더블이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실용화되면 활용도는 매우 높아진다. 레노버의 발표처럼 평소에는 팔찌처럼 차고 다니다가 펴서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고, 평소엔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동영상을 보거나 웹서핑을 할 땐 화면을 2~3 배 크기로 넓힐 수 있다. 만약 롤러블 제품군으로 발전하면 언제든지 신문지만한 디스플레이를 마음대로 펴 볼 수 있게 되며, 스트레처블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 의복에 디스플레이 기능을 넣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들고 다니는 디스플레이’는 이미 세상을 큰 폭으로 바꾸고 있다. 이 디스플레이가 유연성을 높여 갈수록 사회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크게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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