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이니까’라는 믿음의 무서움

2016.06.14 13:00

“원래 이런 거니까”, “이게 옳으니까”, “이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등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으로 뭔가 크고 근원적이고 도덕적인 이유를 대는 경우들을 본다. 그 행동이 정말 옳은 경우에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예컨대 자신과 다를 뿐 틀리지 않은 무엇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할 때 쓰일 경우, 이런 도덕의 탈을 쓴 혐오의 핑계들은 사회로 당당하게 터져 나오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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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험사회심리학지(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도덕적인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는 것은 실제로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학교 정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쓰게 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의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한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도덕적인 이유로 이런 의견을 내세웠군요”라는 피드백을 준 반면(도덕 조건),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의견을 보아하니 전통을 중시한 거 같다는 피드백을 주었다(전통 조건). 또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평등의 가치와 연결짓도록 했다(평등 조건).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학교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물었다.


눈치챘겠지만 이 연구의 포인트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이(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어떤 가상의 도덕적 이유에 기반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의 의견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도덕적인 이유에 기반되어 있다고 믿게 된 사람들은 전통 또는 평등 같은 다른 중요한 가치에 기반되어 있다고 믿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의견에 대해 더 높은 ‘확신’을 갖고 그 정책을 옹호하기 위해 서명을 하거나 투표를 하는 등 ‘행동’으로 옮기려는 경향을 더 높게 보였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도덕적 소신과 상관 없이 단순히 ‘도덕적 이유로 그랬다’는 라벨링을 사후에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에 더 강한 소신을 갖고 행동으로 표출하게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미국의 재활용 정책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물론 대부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도 피드백을 조작하여 약 반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의견이 도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믿게 했고, 다른 반에게는 자신들의 의견이 실용적 이유에 기반한다고 믿게 했다. 그리고 나서 재활용의 ‘단점’을 알려주는 글을 읽게 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태도를 다시 한번 측정해서 처음과 비교했을 때 의견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기 의견이 도덕적 기반을 가진다고 믿게 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태도가 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존의 태도를 더 강하게 고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연구자들은 도덕은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떤 믿음에든지 도덕이라는 두 글자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다음 순간 그 믿음은 강해지고 행동으로 옮기기 쉬워진다.” 개인적으로는 도덕과 원칙 등의 이름으로 선을 행할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수자를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고 배척해 버릴 수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계의 메시지로도 받아들여졌다.


관련해서 “도덕적으로 옳다/그르다”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좋아한다/아니다”의 기준으로 생각할 때에 비해 더 즉각적으로 더 극단적인 판단을 내리곤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이 또는 어떤 사람이 옳다거나 그르다며 손쉽게 ‘판단’해 버리는 습관을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아닐까? 단지 무엇이 싫거나 이해가 안 될 때, 그것을 성급히 ‘옳지 않은 것’으로 단정지어버리는 편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 참고문헌
Luttrell, A., Petty, R. E., Briñol, P., & Wagner, B. C. (2016). Making it moral: Merely labeling an attitude as moral increases its strength.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65, 82-93.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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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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