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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vs 저리가!, 꽃 향기의 두 얼굴

2016년 06월 11일 06:00

꽃이 두 가지 향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유익한 곤충만을 끌어들여 자손을 남기려는, 식물의 향기 전략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꽃이 피어 씨로 번식하는 식물인 현화식물(顯花植物), 즉 속씨식물은 수분(受粉, 혹은 꽃가루받이)을 위해 꽃의 향기나 밝은 색으로 꿀벌이나 나비를 유혹합니다. 반면 속씨식물에게 나비 애벌레와 같은 초식성 해충이 들끓게 될 때면, 그들은 잎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 기생말벌처럼 애벌레를 잡아 먹는 곤충을 끌어들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BotMultichillT(W) 제공
BotMultichillT(W) 제공

여기서 잠시 기생말벌과 식물의 공생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기생말벌은 애벌레에 알을 낳아 기생시키는 벌입니다. 기생말벌의 알을 몸 속에서 키우게 된 애벌레는 자신의 생식활동은 멈추지요. 즉 기생말벌은 꿀벌처럼 꽃가루받이를 해주진 않지만 식물에게 해가 되는 애벌레를 제거함으로써 식물에게 유익한 익충이 되는겁니다.


다시 본래 주제로 돌아옵시다. 꿀벌을 부르는 꽃향기와 기생말벌을 부르는 잎 향기가 동시에 나와 충돌하면, 오히려 매력이 감소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둘이 섞이면 이도저도 아닌 냄새가 될테니까요. 번식을 위해서는 수분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곤충을 끌어들이는데 꽃 향기가 활성화 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자신을 갉아먹는 해충을 방어하는데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것이 바로 속씨식물이 직면한 딜레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미지 확대하기유채꽃에서 수분중인 꿀벌과 해를 끼치려는 애벌레 - UZH 제공
유채꽃에서 수분중인 꿀벌과 해를 끼치려는 애벌레 - UZH 제공

이 문제를 놓고 스위스 취리히대의 플로리안 키에스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식물이 주어진 시간 어느 때나 그들의 필요에 따라 향기를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파트너 및 유익한 곤충을 그들의 목적에 맞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연구팀은 속씨식물인 유채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해충의 침입 후에 일어난 유채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실험 결과, 유채는 해충을 해결해줄 기생말벌을 끌어들이기 위해 잎사귀의 향기는 강하게 발산한 반면, 꽃 향기는 현저하게 감소시킨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결국 수분을 하는데 필요한 곤충에게 이 유채는 꽃 향기의 감소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존재가 되었고, 기생말벌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Fanghong(W) 제공
Fanghong(W) 제공

그 후 일어난 변화를 연구팀은 계속 관찰했는데요. 기생말벌의 도움을 받아 해충을 쫓아낸 유채는 감소한 매력을 보상하고 수분에 필요한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많은 꽃을 생산해 냈습니다. 키에스틀 박사는 이 결과를 보며 “꽃 향기가 어느 정도의 시간 감소하는 것은 기생말벌 같은 유익한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해 잎과 맺은 복잡한 거래”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식물이 파트너가 되는 곤충을 끌어들일 때의 중요한 생태학적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키에스틀 박사는 이 새로운 연구결과가 유용식물의 유기재배에 힌트를 줄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유용식물을 재배할 때, 농약을 써서 해충을 잡을 게 아니라 식물 고유의 특성을 이용한다면 인류에게도 여러모로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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