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가 되려면 자신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2016.06.02 10:25

 

동아사이언스
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아론 치에하노베르 박사가 호암재단 청소년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계란 프라이를 왜 달걀로 되돌릴 수 없을까?"

 

2일 오전 10시.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가 서울 성균관대 새천년홀에 모인 8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200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생화학 분야의 석학으로, 호암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잠시 뒤, 웅성거림을 뚫고 "프로틴(단백질)"이라는 외침이 나왔다. 치에하노베르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이 질문이 자신이 노벨상을 받은 비결"이라고 대답했다.

 

단백질은 세포와 조직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다. 집으로 따지면 벽돌과 같은 역할이다. 그런데 단단한 벽돌과 달리 단백질은 고열이나 자외선 등에 쉽게 손상된다. 달걀이 계란 프라이로 바뀌는 과정도 열에 의해서 단백질이 변성되는 과정이다. 요리라면 문제가 없지만, 세포 안에서 이렇게 변형된 단백질은 '쓰레기 단백질'일 뿐이다. 쓰레기는 제때 청소해주지 않으면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세포는 문제가 생긴 단백질에 작은 분자로 된 일종의 '꼬리표'를 다는 방법으로 쓰레기를 처리한다. 쓰레기를 버릴 때 쓰레기봉투에 담아 정해진 장소에 내놓는 것처럼, 쓰레기 단백질의 끝부분에 크기가 작은 또다른 단백질을 붙여 표시를 한다. 이 단백질을 '유비퀴틴'이라고 부른다. 치에하노베르 박사는 1970년대 후반부터 쓰레기 단백질을 청소하는 과정을 연구해 유비퀴틴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이 연구로 200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치에하노베르 박사가 처음부터 연구자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이스라엘군에서 군의관으로 3년간 복무를 했다. 촉망받던 외과의사였던 그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 아내마저 반대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을 믿고,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부모님이나 주위의 기대에 따르기 보다는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하라"며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라(Listen to yourself)"라고 조언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강연장 끝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찰나의 틈을 타 치에하노베르 박사에게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김원걸 학생(서울 영훈고 2년)은 "암과 단백질 분해에 관한 질문을 했는데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를 추천해줬다"며 "신선한 비유와 예시 때문에 강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호암재단은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올해는 서울특별시 교육청과 성균관대, 호암재단이 공동 주최했고 동아사이언스가 후원했다. 강연자는 매년 바뀌며 전국에서 신청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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