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4천만$ 배상 판결 받은 헐크 호건, 그의 조력자는 바로 OO!

2016.05.29 10:00

얼마 전 프로 레슬러 헐크 호건이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공개한 온라인 매체 고커미디어에 소송을 걸어 1억4000만달러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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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달러면 고커미디어라는 회사 자체가 뿌리채 흔들릴 수도 있는 금액입니다. 고커미디어는 지난 1월 재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항소를 진행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갈 것입니다.

 

 

헐크 호건을 도운 비밀의 태그 팀 멤버는?

 

그런데 얼마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헐크 호건측을 비밀리에 지원한 익명의 대부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바로 페이팔 창업자, 실리콘밸리 내 최대 파워 인맥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였던 피터 티엘이었습니다.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피디아 제공

그는 1998년 현 테슬라 대표인 엘런 머스크, 맥스 레브친과 함께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창업해 후에 이베이에 매각했습니다. 페이스북을 일찍이 알아보고 초기에 투자해 현재 페이스북 지분 10%를 보유했으며,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습니다. 여러 곳의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거나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산이 22억달러에 이르는 실리콘밸리 슈퍼파워입니다.

 

그가 왜 헐크 호건을 지원했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고커미디어는 2007년 티엘이 동성애자임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고커미디어는 테크 분야 뉴스와 가쉽을 전방위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티엘을 비롯해 수많은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고커미디어의 가쉽 기사에 난도질 당했습니다.

 

티엘의 고커 저격 작전은 수년째 비밀리에 진행돼 왔고, 헐크 호건 건 외에도 현재 2건의 고커 상대 소송에 티엘의 자금이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티엘은 자신의 행동이 “(불량 언론을 몰아내기 위한) 큰 차원의 자선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헐크 호건의 사적인 동영상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느냐가 헐크 호건 재판의 핵심이었습니다. 민감한 사항을 가차 없이 가쉽성으로 다루는 고커미디어의 행태가 표현의 자유의 실천인지, 언론 권력을 남용하는 ‘기레기’ 행태인지는 논란입니다.

 

 

실리콘밸리의 부가 언론의 입을 막는다면?

 

하지만 막대한 부를 가진 기업인이 맘에 안 드는 특정 언론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도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가 헐크 호건측에 지원했다는 1000만달러 정도는 그에게 큰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2, 제3의 피해자를 찾아 계속 고커미디어에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커미디어는 이런 소송전을 끝없이 이어갈 여력이 없습니다.

 

헐크 호건이 재판정에서 선서하는 모습. - 슬레이트 제공
헐크 호건이 재판정에서 선서하는 모습. - 슬레이트 제공

헐크 호건의 사적인 동영상은 보도 가치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반면 고커미디어는 “헐크 호건이 동영상 보도를 막으려 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성차별 발언 때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헐크 호건은, 이 재판과는 별개로, 비디오 테이프에 “딸이 흑인과 데이트 하는게 싫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 담긴 것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매장 당했습니다.) 어떤 사안이 공익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곤란할 때가 종종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티엘 같은 막강한 재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개입해 재정적으로 언론사를 압박하면 이같은 검증 과정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혁신 기업을 일구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티엘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은 흔히 ‘세상을 바꾸겠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공연히 드러내곤 합니다.

 

재산의 99%를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전기차와 우주여행 사업을 벌이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화성 탐사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이 대표적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라고 하죠. 티엘 역시 많은 자선 재단이나 사회 공헌 기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등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이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좋은 세상과 다르다면 어떨까요?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재력을 앞세워 의견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으려 든다면요?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은 기술을 통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부의 집중이나 기술 개발에 소외되는 사람들의 문제 등 여러 고민 꺼리를 안긴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편한 논쟁들은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닉 덴튼 고커미디어 대표는 그 점을 이렇게 지적합니다. “티엘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성가실 지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 역시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힘, 실리콘밸리에 축적되는 막대한 부, 기술이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이런 기술 기업들은 이제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의 주인은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그에 합당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감당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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