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감염되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동물이 있다?

2016.05.28 06:00

보통 ‘기생충 감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떤 생물에게 있어서는 기생충에 감염되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바닷고둥(sea snail)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진은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생존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여기서 잠깐! 바닷물은 왜 산성화 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손 꼽히는 이산화탄소 때문입니다. 인류의 산업혁명 이후 이루어진 급속한 경제 발전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증가시켰고, 그렇게 증가된 이산화탄소의 약 33%를 바다가 흡수했지요. 그 결과, 바닷물의 pH 농도가 약알칼리성(pH 8.2)에서 산성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산성화 되고 있는 바닷물에서 특히 어패류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텐데요. 몸을 보호하는 껍질이 바닷물의 산으로 인해 부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바닷물에서 바닷고둥이 살아남는 비결이 기생충 감염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입니다.

 

Chris Pearson(W) 제공
Chris Pearson(W) 제공

연구진은 바닷물의 pH 농도를 달리 하며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바닷물의 pH 농도 수준에서 기생충에 감염 및 비감염된 바닷고둥의 사망률을 조사하고, 2100년 및 2300년에 예상되는 바닷물의 pH 농도 수준에서도 같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 실험은 90일간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각각의 조건 속에서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의 생존율에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생존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지요.

 

Michal Maňas(W) 제공
Michal Maňas(W) 제공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구진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높은 신진대사의 활동이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에게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의 주요저자인 콜린 매클라우드 박사는 “기생충에 감염된 바닷고둥은 더 이상 생식 활동에는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자신의 산-염기 평형과 껍질의 온전함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기생충이 살기 위해 바닷고둥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이렇게 기생충의 생존법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생충 감염이라는 악재(?)가 바닷고둥이 산성화된 바닷물에서 살아갈 수 있게 에너지를 더 많이 발산시켜준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기생충도 살고, 바닷고둥도 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지요.  

 

Nhobgood(W) 제공
Nhobgood(W) 제공

한편 이 연구결과를 통해 다른 바다 생물의 변화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매클라우드 박사는 말했는데요. 해양 산성화로 인한 바다 생물의 변화는 생태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과학원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되었습니다.


 

※필자소개

민혜영. YBM시사에서 각종 영어 학습 월간지 및 내셔널 지오그래픽 단행본의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외신 번역 및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