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심 바이오특별위원회] 한국판 ‘제이랩스’ 만든다

2016.05.27 07:00
미국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이오 창업 보육 공간 ‘제이랩스(JLABS).’ 이곳에 입주한 벤처들은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장비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판 ‘제이랩스’를 만들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 제이랩스 제공
미국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이오 창업 보육 공간 ‘제이랩스(JLABS).’ 이곳에 입주한 벤처들은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장비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한국판 ‘제이랩스’를 만들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 제이랩스 제공

 

“바이오 벤처를 창업하려면 일반 벤처와 달리 필수 실험 장비와 실험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바이오 전용 창업 공간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지난달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된 현장의 목소리다. 전국에 창업보육센터가 있지만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공간은 드물다. 정보통신기술(ICT) 벤처기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 창업은 한창 붐이 일던 2000년에는 224개나 됐지만 이후 꾸준히 줄어 2013년 기준 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11일 캐나다 토론토에는 바이오 분야 벤처기업을 위한 공간 ‘제이랩스(JLABS)’가 문을 열었다. 미국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이 운영하는 6번째 바이오 창업 보육(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장비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 마련된 제이랩스에는 이미 120여 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한국판 제이랩스’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지속 가능한 바이오 생태계 조성에 착수했다. 

 

●의사-이공계 박사 매칭해 창업 유도

 

정부는 5개 공공기관에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장비를 구축해 창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이오 창조경제 10대 활성화 프로젝트’를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바이오특별위원회에서 25일 심의 의결했다.

 

바이오 벤처를 창업할 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창업 방법을 교육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1차 대상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학생들이다. 유망 과제에 선정되면 지도교수와 전문 경영인의 멘토링을 받고 해외 연수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바이오 분야의 청년 과학자들이 창업 과정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011년 미국과학재단(NSF)이 ‘청년 과학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Innovation Corps·I-Corps)’을 시작한 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바이오에 특화된 ‘NIH I-Corps’를 마련한 덕분이다. NIH는 이 프로그램에 해마다 700만 달러(약 82억7000만 원)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정부는 의사가 임상 경험을 통해 발굴한 창업 아이템을 이공계 박사들과 매칭해 창업하도록 유도하고, 바이오 기업의 연구자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게 돕는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의사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 힐세리온은 환자의 내부 상태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 ‘소논’을 개발해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가 의료 현장에서 발굴한 창업 아이템을 이공계 박사와 매칭해 창업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 힐세리온 제공
의사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 힐세리온은 환자의 내부 상태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 ‘소논’을 개발해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가 의료 현장에서 발굴한 창업 아이템을 이공계 박사와 매칭해 창업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 힐세리온 제공

 

●바이오 펀드 조성하고 전문 금융 인력도 양성

 

30개국에 휴대용 초음파 진단 기기 ‘소논’을 수출하는 힐세리온은 의사가 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유명하다. 류정원 대표는 의사로 근무하던 시절, 위급 상황이나 구급차 안에서 신체 내부를 진단할 수 있는 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초음파는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내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최적의 도구지만 기존 기기는 너무 크고 무거웠다. 그는 학부에서 전자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초음파 기기를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류 대표는 “전세금을 전부 붓고 아르바이트를 뛰며 자금을 모아야 했던 설립 초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는 바이오 창업 지원 펀드 800억 원을 새로 조성하기로 해 창업 초기의 자금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준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분야를 잘 이해하는 금융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바이오 전문 금융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자격인증제도도 마련한다.

 

●건강한 바이오 생태계 떠받치는 바이오 벤처 

 

정부가 바이오 벤처 창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로 7조50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최상위 기업이 됐다. 하지만 이 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유지되려면 씨앗이 되는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가 든든히 받쳐 줘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승인된 ‘혁신적 신약’의 48%는 바이오 벤처를 거쳐 개발됐다.

 

신약 개발 과정의 병목 현상도 대부분 초기 후보 물질 확보 단계에서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전문가로 이뤄진 위원회를 마련해 제약사의 수요를 조사한 뒤 학-연-벤처의 매칭으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민관 공동 R&D를 지원할 계획이다.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은 “3년간 1300억 원을 투자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기술, 인력, 자금이 선순환하는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해 생태계 구성원 간 협력과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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