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디자인이 아름답다’ 대체 무슨 뜻?

2016.05.18 18:00

디자인 - 특히 국내에서 말하는 디자인 - 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대상물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실버와 화이트, 블랙계열의 무채색으로만 나오던 아이폰이 아이폰 6S 로즈골드라는 새로운 색상(디자인)을 도입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서비스는?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데 어떻게 서비스를 예쁘게 만든다는 걸까?

 

● 예쁜 실내 디자인이 예쁜 서비스 디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예쁘다는 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하려는 남성 고객이 되어 보자.

 

“차를 가지고 미용실로 간다. 서울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미용실이다 보니 건물 내외 주차 장소를 찾는 것 부터가 만만치 않다. 간신히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대형 건물 내 입점 상가가 워낙 많아 몇 층에 미용실이 있는지 헷갈린다. 미용실이 날마다 오는 곳이 아니다 보니 지난 번에 몇 층에 내렸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한두 층 헤맨 후에 미용실을 찾아 들어갔다. 예약은 했지만 유명한 미용실이고 하필 일요일이라 대기가 만만치 않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쯤에서야 내 차례가 된다. 또한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머리 감기부터 모든 게 다소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헤어컷을 하고 결제하려고 했더니 요금이 5000원 더 올랐다고 한다. 게다가 20% 할인되던 내 신용 카드는 며칠 전부터 계약 종료로 끝났다고….”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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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스타일을 창조하는 곳답게 미용실은 우아하고 멋있게 실내를 디자인한다. 실내의 인테리어는 고급 카페 같고 각종 미용 제품이나 가구도 미용실 품격에 맞게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와 제품 디자인 측면에서 미용실의 품격(질)은 완벽하다.

 

그러나 예시에서 말한 것처럼 미용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 - 물론 설명을 위해 부정적인 상황만 모아둔 다소 과장된 시나리오이긴 하다 - 은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멋진 패션 차림, 우아한 실내 디자인, 고가로 보이는 미용 제품으로는 결코 해소해 주지 못한다. 뭔가 다른 측면의 전문성이 필요해 보인다. 고객이 겪는 나쁜 “경험”을 해결해 주는. 


그래서 준비해봤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소개한다. 서비스 디자인은 사용자 경험 (UX - User Experience), 서비스 경험 (SX - Service Experience), 고객 경험 (CX - Customer Experience) 중 하나다. UX와 CX에 대해서도 언제 한번씩 다룰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하겠다. 


● 사용자에게 편안하고 좋은 경험을 선사하는 디자인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에 대해 알아보자. 경험 디자인은 말 그대로 경험을 디자인하는 분야이다. 어떤 사람이 유자차를 마시면서 새콜달콤한 맛을 느꼈다고 하면 바로 그 맛이 경험이다.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마사지를 받을 때, 회의 중일 때 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삶 자체가 경험의 연속이자 누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경험 디자인에서는  어떤 대상 - 제품, 서비스, 시스템 등 - 을 사용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경험을 보다 좋게 만들고자 노력한다.


서비스에도 당연히 경험이 존재한다. 서비스가 좋으네 나쁘네 하는 게 서비스 경험에 대한 품평인 셈이다. 앞서 묘사한 고객 시나리오는 서비스를 받기 전부터 받은 후까지 시간적 흐름에 따라 고객이 겪게 되는 일련의 경험이다. 이걸 전문 용어로 경험의 여정 (journey of experience)이라 한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고객이 좋아했던 경험은 터치포인트 (touch point), 고객이 싫어했던 나쁜 경험은 패인포인트 (pain point) 라고 부른다.

 

미용실의 고객여정맵 (Customer Journey Map)
미용실의 고객여정맵 (Customer Journey Map)

위의 그림은 미용실의 경험의 여정을 시각화 한 것이다. 이것을 고객여정맵 (customer journey map)이라 한다. X축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비스 경험의 전개를 나타낸다. 그리고 Y축을 중심으로 나쁜 경험 요소는 패인포인트, 좋은 경험 요소는 터치포인트로 표기되어 있다. 이 다이어그램을 놓고 서비스 디자이너는 ‘패인 포인트를 어떻게 제거 내지 터치 포인트로 전환 시킬 수 있을까?’, ‘터치포인트를 어떻게 강화 또는 최소한 현상 유지 시킬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즉, 서비스 디자인은 사용자가 겪게 되는 경험의 여정 속에서 단점은 고치고 장점은 강조하여 서비스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분야이다.


서비스 디자인은 민간 부문의 산업 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 디자인 (public service design)이란 명칭으로 공공의 정책과 규정을 수립하는 데에도 적극 적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국내에서는 ‘정부 3.0 국민디자인단' 이라는 새로운 정책 수립 모델을 만들어 매해 운영 중이다 (필자도 2015년에 국민디자인단의 서비스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다.) 공무원의 탁상공론으로 나오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국민에게 실체적 도움을 주는 수혜자 중심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 서비스 디자인 이론과 방법을 공공 정책 수립 프로세스에 적극 차용하는 것이 국민디자인단의 핵심 내용이다. (참고: ☞ 정부 3.0 국민디자인단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수상, 연합뉴스 2016.2.28)


서비스 디자인이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데에는 서비스 산업 위주로 재편된 선진국의 산업 구조와 전세계의 경영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킨 디자인 씽킹(design thikning)이 큰 몫을 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은 산업 구조가 이미 서비스 위주로 재편됐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제조의 비율이 높긴 하지만 중국에게 갈수록 제조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는 실정인 만큼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다. 남아 있는 제조업도 더 이상 ‘물건 파는 장사’로는 안 되고 제품의 서비스화 (product servitization)를 통해 서비스 사업 모델로 진화해야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산업 구조의 재편과 더불어 디자인 특유의 ‘사용자 중심적 사고 방식’과 ‘날마다 끊임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상’을 경영 혁신 방법론으로 체계화시킨 디자인씽킹이 경영계에 주목 받으며 서비스 + 디자인이 떠오르게 되었다.


서비스를 디자인 한다는 것은 서비스 중심 사업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고객 경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의 경영 방식을 재창조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외치던 ‘디자인 만이 살 길이다(예를 들자면 1996년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명의 해 선언’)가 상품의 외관에 대한 것이었고, 2007년 아이폰의 출시 이후 ‘디자인 만이 살 길이다'의 디자인이 UI/UX를 강조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디자인 만이 살 길이다'는 서비스의 경험에 대한 디자인 담론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김성우.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교수. “기술 너머의 철학 (Philosophy beyond Technology)”을 추구하는 경험 디자인(Experience Design)의 구도자로 경험 생태계, 기업의 전략적 UX 경영, 공공 서비스 디자인, 차세대 콘텐츠 경험 등을 연구한다. 다학제적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는 경험 디자인을 업으로 삼다보니 자연스레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와 현업을 통해 전문성을 쌓아왔다.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U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KT에서 UX 연구와 개발을 하였고, 싱가포르에서 필립스 디자인(Philips Design)의 UX 디자인 컨설턴트로도 근무하였다. 학부 및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과 HCI (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하였으며 현업 시절 UX 경영 공부를 목적으로 MBA 과정을 밟았다.

 

편집자주: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주변에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인체공학적, 사용자친화적…. 사람이 이용할 때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틀어 UI 혹은 UX 디자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가 대상물을 통해 과업을 수행하고자 할 때 조작하게 되는 부위와 조작의 결과로 나오는 대상물의 반응을 설계하는 분야, UX(User Experience)는 UI를 포함해 사용자가 어떤 대상을 접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상과 느낌의 축적. UX 디자인은 그런 인상과 느낌을 설계하는 분야라는데, 대체 무엇이고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 걸까요? 김성우 국민대 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의 칼럼으로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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