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세퓨, 두가지 독성물질 멋대로 섞어 제조”

2016.05.13 09:40

사망자를 14명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회사가 덴마크의 원료 생산 회사에 “농업용으로 쓰겠다”며 독성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공급을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1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퓨의 원료 생산 회사로 알려진 덴마크 회사 케톡스의 담 고르 전 대표와 덴마크 현지에서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고르 전 대표는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한 적이 없으며 한국(세퓨 측)에서 농업용으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첨부해 소량 샘플(40L가량)만 보냈다”고 주장했다. PGH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4배가량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르 전 대표는 또 “한국의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제조사)가 중국에서 PHMG를 수입했다는 이야기를 중국의 생산 업체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PHMG는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낸 옥시가 제품을 만들 때 쓴 성분이다.

○ “유럽에선 동물에게도 쓰지 않는다”

현재 버터플라이이펙트를 수사 중인 검찰은 오모 전 대표가 2008년 처음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 때는 정부에 신고한 대로 PGH를 썼으나 이후 PHMG를 멋대로 섞어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버터플라이이펙트는 2008년까지 샘플로 받아낸 PGH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SK케미칼에서 공급한 원료(PHMG)를 중간 도매상을 통해 전달받은 뒤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 전 대표가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했다’고 들었다는 내용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 업체는 국내 업체였던 것.

한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상황과 관련해 고르 전 대표는 “PGH가 그런 용도(가습기 살균제)로 쓰이는지 몰랐다”며 “유럽에선 농업용으로 쓰며, 소나 닭의 살균용도로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버터플라이이펙트가 PGH를 농업용으로 신청해 이를 받아 썼다면 사전에 위해성을 알고도 사용한 것이어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 허가와 다른 물질 써도 몰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가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내용과 다른 물질을 섞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퓨 제품이 출시된 2008년에는 제조업체가 독성물질을 혼합하고 바꿔 썼더라도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없었다. 정부는 2007년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대상을 선정했지만 이때 가습기 살균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고시에서 안전검사 대상인 ‘생활화학가정용품’을 선정하면서 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구체적인 항목을 선정했으나 가습기 살균제는 이 목록에서 빠져 있다.

산업부는 가습기 살균제는 자율 인증 품목으로 가습기를 씻는 용도로 허가를 내준 것이고 유해성 평가는 담당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당시 가습기 살균제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식약처가 2011년 이를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기로 했지만 이전까진 사각지대에서 방치됐다.

최근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뒤늦게 살생물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표기와 실제 성분을 비교 분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수만 개에 이르는 모든 살생물제의 실제 성분을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제조사로부터 화학물질 정보를 받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제 검사에 들어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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