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치 아이폰이 돌아왔다 ‘아이폰SE’ 리뷰

2016.05.11 14:15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4인치 아이폰이 돌아왔다. 아이폰SE다. ‘아이폰5S의 탈을 쓴 아이폰6S’라는 수식어로 익숙해져 있고, 그만큼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국내에도 출시됐다.


돌아보면 애플이 내놓은 제품들 중에서 특히 이 4인치 아이폰들 가장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오는 듯 하다. 아이폰5의 첫 등장은 ‘스티브 잡스의 3.5인치 화면을 지웠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2년 뒤 아이폰5S는 4.7인치 아이폰6이 등장하면서 ‘한 손 조작’을 강조한 스티브 잡스의 흔적을 지웠다는 이야기로 묘한 퇴장을 맞았다.


하지만 이 아이폰5S는 묘하게도 일부 마니아들의 손을 떠나지 못했다. 결국 또 다시 1년 반 만에 이 4인치 아이폰은 숫자를 지우고 되돌아 왔다. ‘SE’,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의 약자다. 그리고 아이폰SE는 또 다시 스티브 잡스라는 이름을 불러 왔지만 사실 아이폰SE는 그 존재 자체로 온전히 팀 쿡의 애플을 설명하는 제품이다.

 


‘아이폰5s의 옷을 입은 아이폰6s’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기로 하고 먼저 아이폰SE의 하드웨어부터 살펴보자. 생김새는 아이폰5S의 모습 그대로다. 16:9 비율의 4인치 화면을 쓰고 있고, 터치ID 홈버튼이 달렸다. 기존 실버, 스페이스그레이, 골드에 6S에서 선보인 로즈골드 피니시를 더해 모두 4가지 색을 고를 수 있다. 알루미늄을 쓰긴 했지만 소재 자체는 조금 달라졌다. 이 때문에 제품을 언뜻 보면 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최호섭 제공
아이폰6s에 포함된 로즈골드도 들어왔다. 전반적인 색 톤은 더 짙어진 느낌이다. - 최호섭 제공

애플은 아이폰SE 소재에 비드 블라스트 공법을 녹였다고 설명한다. 비드 블라스트는 금속에 아주 작은 유리구슬을 쏴서 소재를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손으로 만지면 여전히 매끄럽다. 아주 미세한 구슬을 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공하면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의 광택이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고 고급스러워진다. 이 때문인지 아이폰SE는 대체로 반짝이기보다는 본래의 색이 더 진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손에 닿는 느낌도 묘하게 조금 다르다. 아이폰5S를 오래 써 왔다면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미묘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또 하나의 작은 차이라면 뒷면의 애플 로고를 기존 알루미늄 가공 대신 그 자리를 잘라내고 스테인리스 스틸로 덧붙였다는 점이다. 물론 애플이 이 폼팩터를 벌써 4년이나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소재가 섞였다고 해도, 그 마감 자체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손에 닿는 느낌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 최호섭 제공
손에 닿는 느낌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 최호섭 제공

하지만 디자인 자체는 똑같기 때문에 기존 액세서리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아이폰5S에서 쓰던 가죽 케이스를 씌우니 딱 들어맞는다. 마치 뭔가 잊고 있던 것을 되찾은 기분도 든다. 필자는 지금 아이폰6S 플러스를 쓴다. 아이폰6 이후 매년 크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결과로 내적 갈등을 만들어내곤 한다. 둘 다 쓸 수는 없으니 그 고민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애플은 여기에 고민 선택지를 하나 더 올렸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아이폰 중에서 아이폰5S의 디자인에 가장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고민은 더 커진다.

 


화면 크기는 또 하나의 선택지일 뿐


아이폰SE를 아이폰6S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빠지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면 그저 하위 제품이라고 내려놓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아이폰SE는 아이폰6S 시리즈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사실상 같은 라인업의 제품이다. 애플은 매년 구형 제품을 그대로 내놓으면서 저가 시장을 잡는 전략을 세우곤 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가격은 내리되 여기에 최신 하드웨어들을 적절히 녹여 넣었다. 애플 스스로도 이 아이폰5 기반의 디자인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듯도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5S를 내놓으면서 아이폰5를 이례적으로 단종시켰다. 그 자리는 플라스틱을 씌운 아이폰5C로 채웠던 바 있다. 이번에는 이 케이스에 아이폰6S를 집어넣었다.

 

아이폰5s에 끼워 쓰던 케이스도 그대로 꼭 맞는다. - 최호섭 제공
아이폰5S에 끼워 쓰던 케이스도 그대로 꼭 맞는다. - 최호섭 제공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SE에는 A9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성능에 대한 부분은 아이폰6S, 6S플러스와 다름 없다. A9/M9 프로세서, 2GB 메모리, 1200만 화소 카메라, 애플페이, 라이브포토 등 기능적인 차이는 없다. 4k 동영상을 찍고, 라이브 포토를 담는 카메라 모듈과 소프트웨어 처리까지 같다. 아이폰6S가 아이폰5S의 옷을 입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아이폰5S의 부품을 그대로 쓴 부분들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다. 색감이 기존 제품 그대로고, 3D터치는 안 된다. 진동도 리니어 모터가 아니라 일반 모터가 맡는다. 기기적으로는 터치ID 센서도 아이폰5S에 들어간 1세대다. 하지만 지문을 읽는 속도는 프로세서가 빨라진 만큼 덩달아 빨라져 큰 차이는 없다.\

 

크지는 않지만 이런 몇 가지 차이들 때문에 아이폰SE가 6S 시리즈에 들어가진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이폰SE를 쓰는 도중에 그 동안 아무렇지 않게 쓰던 아이폰6S플러스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3D터치는 그 동안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익숙해져 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연휴 기간 아이폰SE의 배터리 대기 시간. 억지로 만든 수치는 아니다. 전화 통화와 메일, 메시지를 주고받고 페이스북이나 웹 검색, 사진도 찍었다. 업무로 뛰어다니는 일상에서는 오후에 한 번 정도 충전할 각오는 해야 한다. - 최호섭 제공
연휴 기간 아이폰SE의 배터리 대기 시간. 억지로 만든 수치는 아니다. 전화 통화와 메일, 메시지를 주고받고 페이스북이나 웹 검색, 사진도 찍었다. 업무로 뛰어다니는 일상에서는 오후에 한 번 정도 충전할 각오는 해야 한다. - 최호섭 제공

아이폰SE를 쓰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배터리다. 아이폰6S에 비해 실제 용량은 64mAh 정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실제 체감되는 부분은 더 크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아이폰SE를 써 봤는데 대체로 예전 아이폰5나 5S를 쓸 때보다 눈에 띄게 오래 간다. 프로세서의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 상태에서 전력 소모가 줄었고, 고성능 게임을 돌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앱 환경에서 프로세서에 여유가 생기면서 더 낮은 전력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폰6S플러스에 비할 바는 아니고, 부지런히 쓰면 저녁 전에 한번은 다시 충전해야 한다. 극단적인 상황은 연휴 때였다. 3일 동안 크게 의식하지 않고 아이폰SE를 썼는데 애플워치까지 물렸음에도 꼬박 3일을 쓰고 배터리가 남았다. 깔린 앱에 따라 다를테고, 사용 환경 자체도 이런 경우는 흔치 않겠지만 기본적인 대기 전력 소모는 확실히 효율적이다.

 

여전히 이 모서리 가공은 날카롭다 - 최호섭 제공
여전히 이 모서리 가공은 날카롭다 - 최호섭 제공

‘OO의 아이폰’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 전략


아이폰SE가 주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화면 크기가 주는 고정관념의 파괴다. 상관관계는 없지만 대체로 스마트폰은 화면 크기와 성능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화면 크기에 보수적인 애플도 사실상 성능만큼이나 화면 크기를 늘려 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폰SE가 붙으면서 성능 때문에 화면, 제품 크기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아이폰5S에서 망설이던 수요를 당기는 데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기존 아이폰6S에 대한 수요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명 아이폰6S나 6S플러스가 주는 가치는 여전하고, 아이폰SE가 주는 가치는 그와 비슷한 듯 또 다르게 남아 있다.


두 번째이자 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글머리에서 꺼냈던 애플과 경영자들의 이야기다. 아이폰SE는 독특한 기기다. 그리고 현재 애플을 잘 설명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애플은 아이폰SE를 꺼내 놓으면서 국가마다 용량과 색깔별로 또 다시 8가지 신제품을 관리해야 하게 됐다. 엄청나게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주력 제품인 아이폰6S의 판매에 간섭을 받을 우려도 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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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과거 애플의 전략을 이야기하자면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대량 생산을 통해 완성도와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썼다. 경영자가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다. 팀 쿡은 애초 생산 공정 관리의 스페셜리스트였고, 이전과는 달리 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게 현재 애플의 성격이라고 보는 편이 가까울 것 같다.


근래 애플은 시장의 수요를 제품에 부지런히 반영하고 있다. 크기와 색깔 등 꾸준히 시장이 원하는 부분들을 빠르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녹여낸다. 아이폰SE도 그 중 하나다. 4인치, 그리고 이 아이폰5의 폼팩터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까? 그걸 아직 내다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애플도 아직 고민 중인 듯 하다. 그래서 이름도 SE 아닐까. 어쨌든 돌아와서 반가운 제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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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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