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5회]VR로 우동을 먹던 ‘이상한 나날들’의 미래는?

2016년 05월 07일 08:00

인터넷 포털이나 검색사이트에서 ‘VR 우동’으로 검색을 해보면, 뉴스에서만도 엄청난 양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성인 정보에 속하는 ‘야동’이라는 단어를 피해 사용자들이 만들어낸 인터넷 은어인 ‘우동’을 각종 주류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는 항상 포르노를 앞세워 퍼진다’라는 속설이 이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를 찾기도 힘들다.

 

VR을 예상한 영화 ‘론머 맨’(왼쪽)과  ’코드명 J’  - 뉴 라인 시네마, 트라이스타 픽쳐스 제공
VR을 예상한 영화 ‘론머 맨’(왼쪽)과  ’코드명 J’  - 뉴 라인 시네마, 트라이스타 픽쳐스 제공

●가상 현실을 대중에게 알린 영화 ‘론머 맨’


최근 급격히 대중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는 가상현실이,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미래의 신기술’로 이목을 끌었던 것은 아마도 1992년작 ‘론머 맨’(Lawnmower Man)이었을 것이다.

 

지능이 약간 모자라지만 동네에서 잔디 깎는 일을 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죠브(제프 파헤이)를 데려다가, 엄청난 지능을 가진 존재로 만들기 위해 과학자 로렌스 박사(피어스 브로스넌)가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머리에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하는 VR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그저 실험실에서나 가능했던 그리고 사실상 대부분 이론적이었던 VR기술을 열악한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스크린에 그려낸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열광했었고, 그렇게 영화 ‘론머 맨’은 SF 컬트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VR을 대중에게 알린 SF영화 ‘론머 맨 ’ - 뉴 라인 시네마 제공
VR을 대중에게 알린 SF영화 ‘론머 맨 ’ - 뉴 라인 시네마 제공

동시에, 이른바 네트워크를 통해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지적 존재의 가능성과 그 공포를 그렸다는 측면에선,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작 걸작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에 영감을 준 작품으로도 추앙받기도 했다.

  

●현재의 VR을 예측한 SF ‘코드명 J’


재미있는 것은  ‘공각기동대’와 같은 해인 1995년, 영화에 등장하는 VR의 역사에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전기로 꼽히는 ‘코드명 J’(Johnny Mnemonic)도 개봉되었다는 것.  ‘공각기동대’와 함께 이른바 ‘사이버펑크’의 흐름을 주도했던 이 영화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기 시작했던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조니로 등장하여 오늘날 VR기기와 매우 유사한 기기를 머리에 쓰고 인터넷에 접속하고, 뇌에 정보를 저장하는 장면 등을 선보였다.

 

현재의 VR 기기를 예측한 ‘코드명 J’ - 트라이스타 픽쳐스 제공
현재의 VR 기기를 예측한 ‘코드명 J’ - 트라이스타 픽쳐스 제공

동시에 이 두 영화가 현재 우리가 실재로 접하고 있는VR 기기들의 외형과 기능을 유사하게 예측했다는 면에서야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오늘날의 VR을 훌쩍 뛰어넘어 VR이라는 기술적인 컨셉이 가진 잠재적인 폭발성을 영화적 영감을 통해 정확히 짚어낸 더 뛰어난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공각기동대’, ‘코드명 J’와 같이 1995년 개봉된 영화 ‘스트레인지 데이즈’(Strange Days) 다. 

 

●VR의 미래 보려면 ‘스트레인지 데이즈’ 

 

이 영화는 1991년작 ‘폭풍 속으로’(Point Break)를 시작으로 2008년작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2012년 작 ‘다크 제로 써티’(Zero Dark Thirty)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문제작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여성 감독이라고 불리고 있는 케슬린 비글로우가 전 남편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의 각본을 가지고 만든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이버 펑크’ 영화다.

 

스트레인지 데이즈 포스터  -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인지 데이즈 포스터  -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에 등장하는 VR은 앞서 언급한 두 영화 또는 우리가 오늘 날 흔히 접할 수 있는, VR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머리에 쓰고 눈을 가려 그 앞에 스크린을 만드는 HMD 기반의 VR기기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그러나 그 잠재적 파급력에 있어서는 훨씬 폭발적인 힘을 가진 가상의 VR기기가 등장하는 것. 그 기기의 이름은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다.


생긴 것이 마치 오징어 혹은 낙지처럼 생겨서 그런 이름이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SQUID는 그냥 머리 위에 오징어처럼 생긴 것을 얹는 것만으로도 대외피질과 직접 연결되어 훨씬 직접적이고 중독성 있는 VR을 가능하게 하는 기기로 묘사된다.

 

영화의 배경은 20세기의 마지막 이틀을 남겨 놓은 그야말로 디스토피아적인 세기말의 정서가 판치는 1999년 12월의 로스 앤젤레스. 불법 기기로 단속 대상인 SQUID을 이용해 촬영되어 거래되는 ‘우동’과 스너프 필름을 둘러싼 사건이 영화의 핵심 내용이다.

 

●영상 뿐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VR롤 볼 수 있다면...


이 영화 속 SQUID가 VR의 폭발적인 파급력 혹은 잠재력은 보여준다고 한 이유는, SQUID를 쓰고 하는 행동에 따른 모든 감각과 기억이 그대로 작은 디스크에 저장이 되고 제3자가 그 디스크를 SQUID에 넣고 재생을 하면 뇌에서 똑 같은 경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여성이 SQUID를 쓰고 녹화한 ‘우동’을 남성 이용자가 재생하면, 여성이 느끼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살인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

   
비록 영화 ‘스트레인지 데이즈’는 그 독특한 소재와 암울한 근미래(당시로서는)를 그렸던 작품이라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훗날 VR은 물론 뇌과학 분야에도 많은 영감을 주었던 90년대 사이버 펑크의 대표작이라고 추앙받고 있다. 개봉 후 20년이 더 지난 오늘날 다시 떠올려보면, 결국 VR이 궁극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을 정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VR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스트레인지 데이즈’  -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주인공이 SQUID를 쓰고 있는 모습.  - 라이트스톰 엔터테인먼트 제공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VR이 과연 일부 리서치 회사들이 예상한 것처럼 2020년에 전세계적으로 1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반인들이 영화 등 주류 미디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머리에 쓰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3D TV의 실패에서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VR이 제공하는 경험이 3D 영상물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 맞지만, 과연 게임/교육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다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해야 하는 HMD기반의 VR이 가진 근원적인 문제가 해소할만한 수준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한 가상현실 장면들을 모아 놓은 ‘Back to Virtual Reality’

☞1990년대 가상현실을 등장시킨 12편의 주요 영화들

☞가상현실을 다룬 8편의 클래식 영화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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