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 교수가 실험조작 했다면 옥시와 뭐가 다른가

2016.05.06 09:32

‘살인 가습기 살균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그제 살균제 유해성 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서울대 조모 교수를 긴급 체포하고 호서대 유모 교수는 출국을 금지했다. 검찰은 영국계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폐 손상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알고도 2001년부터 PHMG가 들어간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옥시가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면 과실치사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될 수도 있다. 독성 분야 국내 최고 학자가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서 처음 체포된 피의자라니 개탄스럽다.

옥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발표하자 두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두 교수는 옥시의 주문대로 실험 조건을 바꾸는가 하면 따로 뒷돈을 받고 ‘PHMG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실험 보고서를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당한 자문료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옥시의 주문대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확인된 사망자 146명(정부 집계) 중 옥시로 인한 희생자가 103명으로 가장 많다. 두 교수가 옥시의 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면 살인 살균제를 팔면서도 유해성을 은폐한 옥시의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학자적 양심과 공공성을 잊지 말아야 할 대학의 실험 보고서가 악덕기업 옥시의 면피용으로 이용돼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쏟게 했는데 지금껏 양심선언 한 번 없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을 거치지 않고 개인 계좌로 돈이 오가는 있을 수 없는 일까지 드러났다. 더욱이 2005년 ‘황우석 파문’ 이후 연구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했다는 서울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대학 측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제안한 특별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해 정부의 ‘옥시 사태’를 둘러싼 관리책임과 검찰의 늑장 수사까지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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