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우버가 될 수는 없다

2016.05.07 08:00

요즘 IT 업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이른바 O2O, 혹은 온디맨드 사업입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오프라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온라인에서 이어주며 일상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서비스들입니다.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을 잇는다 해서 O2O라고도 하고, 늘 지니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필요를 즉시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온디맨드'라고도 합니다.

 

탑승 공유(ride-sharing) 서비스 우버는 택시 시장을 뒤흔들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10년 설립됐는데, 6년 만에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 되었습니다. 아직 상장은 안 했지만, 기업가치가 680억 달러(약 70조 원)에 이릅니다. 원조 자동차 기업 GM이나 포드보다도 몸값이 비쌉니다.

 

우버는 모바일 기술로 서비스 공급자(기사)와 수요자(승객)를 빠르고 간편하게 연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택시를 잡기 힘들어 넌더리를 내던 수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했습니다.

 

우버 앱 사용 모습 - the Verge 제공
우버 앱 사용 모습 - the Verge 제공

 

이후 일상의 각 영역에 우버 모델을 적용한 스타트업들이 국내외에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청소 도우미와 가정을 연결해 주고, 세탁물을 대신 세탁소에 맡겨 주고, 차를 받아서 대신 주차장에 갔다 주거나 세차장에 맡겨 주기도 합니다.

 

주문한 점심 식사도 레스토랑에서 받아 갔다 주고, 마트에서 식료품을 대신 장 봐 주기도 합니다.

 

● 온디맨드 비즈니스 의구심 커져

 

온디맨드는 모바일 시대에 가장 적합한 사업 모델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모바일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일상의 비효율을 해결한다는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온디맨드 기업에 대한 벤처 투자는 2014~2015년 두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 작년에만 178억 달러의 돈이 쏟아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가 인기를 얻었고, 빠른 배송을 앞세운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전자상거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허브로 택시, 교통, 헤어샵, 청소 대행 등 각종 온디맨드 사업을 대표 사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카카오의 주요 온디맨드 서비스 분야.  - 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주요 온디맨드 서비스 분야.  - 카카오 제공

 

그런데 최근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버 외에 딱히 크게 성공했다고 할만한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고, 경영 악화로 문을 닫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하는 특성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버는 돈은 없이 비용만 많이 들어가니 기업이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과 올해 사이 차량 공유 서비스 사이드카, 레스토랑 음식 배달 서비스 스푼로켓, 청소 대행 서비스 홈조이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매출이 494억원으로 전년보다 2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손실 역시 149억원에서 24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쿠팡, 티몬, 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 기업 역시 매출과 손실이 모두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쿠팡 같은 경우 2015년 매출이 1조 1337억원이었는데 영업손실이 5470억원이었습니다. 다른 곳도 추세는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온디맨드 청소 대행 업체 홈클, 택시 호출 서비스 리모택시가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택시는 누적 호출 1억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수익 모델은 없습니다.

 

물론 온디맨드 기업들이 현재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고, 적자 역시 물류 등 핵심 서비스를 위한 투자로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큰 걱정할 필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 우버 성공 공식, 재현 가능한가

 

그런데 애초에 우버 방식의 비즈니스가 다른 분야에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것인데, 너무 우버 모델을 맹신한 것 아니냐는 반성도 나옵니다.

 

돌이켜보면 우버는 확실히 여러 조건들이 딱 맞아 떨어져 성공에 이른 경우입니다.

 

일단 우버가 공략한 택시 분야는 시장 원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비효율이 매우 큽니다. 정부 규제도 심하고, 시장 진입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거기에 우버가 온디맨드 방식으로 시장 수요와 공급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뛰어들었습니다. 자연히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차량 운행은 지금 이 순간 꼭 해결해야 하는 절박성이 있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술자리가 끝난 새벽 1시,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야죠.

 

하지만 청소나 주차 대행, 음식 배달 같은 서비스는 부가가치도 그리 높지 않고, 지금 꼭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드뭅니다. 집 청소는 다음 주말로 미뤄도 됩니다. 운전은 누가 하건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지만, 청소나 세탁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확연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교육과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러다보니 수요자와 공급자의 효율적 중개라는 우버 방식 온디맨드 사업이 과연 다른 분야에도 성공 공식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옥석 가리기 시작

 

모바일 기술로 일상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삶은 더 편리하게 한다는 비전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실행하는 방법은 아직 기업들이 찾아가는 중이라고 봐야 합니다.

 

아마 시장에서 살아남은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와 서비스가 통합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시장이 안정되리란 기대도 나옵니다. 카카오 같은 큰 회사가 자금을 쏟아부으며 시장을 평정하리라는 예상도 가능합니다.

 

온디맨드 비즈니스가 자리잡으면 소비자는 편리함을, 공급자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하지만 그 중간에 시장 구조 조정과 소상공인의 어려움, 중소 사업자의 퇴출 등 진통도 예상됩니다.

 

배달의민족은 로컬 식당들의 불만에 주문 수수료를 아예 없애버려야 했습니다. 카카오가 준비하는 대리운전 서비스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들을 몰아낼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 전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서 참여자만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바뀐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모바일 시대의 총아로 주목받은 온디맨드 비즈니스. 이제 성숙이냐 정체냐의 기로에 섰습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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