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美선 모든 제품 일괄 인증… 한국은 부처따라 제각각

2016.04.28 06:26
[동아일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이후 정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규정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부처별 칸막이 때문에 규제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처럼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화학물질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걸음마 수준인 화학물질 관리실태는 엇박자 행정에서 잘 드러난다. 제품과 화학물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부서마다 해석이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비누와 다림질 보조제 등 생활제품. 생활화학제품의 유해성 평가를 담당하는 환경부는 최근 다림질 보조제에 함유된 독성물질(MIT/CMIT) 기준을 30ppm 수준으로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IT/CMIT를 반드시 씻어내야 할 물질로 정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30ppm은 신체에 닿아도 무해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처마다 다른 해석이 소비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도 도마에 올랐다. 이 법에 따르면 위해 가능성이 있는 15종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 성분별 기준치를 만족하면 된다. 이에 따라 화학물질 제조·수입업자는 실제로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을 쓰는지 등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유관기관은 “제품 제조·수입업자가 실제 제품의 사용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이에 대한 보고를 환경부가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산업계 반발 등에 밀려 유야무야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15종 위해우려제품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기준치만 넘지 않으면 인증을 해준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생활 속 화학제품 중에서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성이 있다고 우려되는 제품을 15종으로 한정하고 있고 이를 벗어나는 제품에 대해서 안전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2008년부터 모든 소비자 제품이 출시 전 자가인증을 받고 소비자안전위원회(CPSC)가 정한 제3자 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 화학공학과 교수는 “사전에 모든 제품의 화학물질 정보를 갖추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일부 화학물질 정보만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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