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그 다음은 인공지능 봇의 시대

2016.04.13 07:00

페이스북은 오는 12~13일 이틀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F8이란 이름의 개발자 행사를 주최합니다. 페이스북이 생각하는 서비스와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외부 개발자들이 쉽게 페이스북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교육도 제공하는 행사입니다. 


이날 행사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쓸 수 있는 채팅 봇을 누구나 쉽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가 공개될 전망입니다. 기업이나 매장이 인공지능 채팅 봇을 만들어 페이스북 메신저로 고객 문의에 자동으로 답하거나 구매 및 예약 등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손님이 ‘이 옷 파란색은 언제 들어오나요?’ ‘배송은 얼마나 걸려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사람 상담원이 아니라 자동 채팅 봇이 질문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답을 하게 하곘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대화하며 적절하게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봇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은 그걸 쉽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필요한 기술과 프로그램의 뼈대 등을 모두 주고 사람들은 그걸 가져다 상황에 맞게 약간만 고쳐쓰면 됩니다.


왜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메신저에서 자동 채팅 봇을 만들어 쓰게 하려는 걸까요?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메신저로…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페이스북 안에 오래 머물게 있게 해야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어디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페이스북은 처음 유선 웹에서 시작했고, 스마트폰 초창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모바일에 맞게 스스로를 바꿔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페이스북은 월간 사용자 15억 명, 이중 모바일 사용자 14억 명에 이르는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웹에서 모바일 앱으로 이동했듯이,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 예상한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곳은 바로 메신저, 혹은 대화형 인터페이스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이고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메시징'입니다. 스마트폰은 커뮤니케이션 기기이고, 그 킬러 앱은 문자 내지는 메신저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카카오톡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얼마전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 앱은 카카오톡입니다. 지난 3월 첫주 2700만 명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매일 평균 20분을 보냈습니다. 일주일 동안 총 37억 분, 6978년의 시간이 카카오톡에서 흘러갔습니다. 우리는 독서보다 카카오톡에 3배나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와이즈앱 제공
와이즈앱 제공

똑같은 현상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사람들이 라인을 쓰며, 중국에서 위챗을 쓰며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월간 사용자 9억 명, 왓츠앱은 10억 명을 넘었습니다.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문자메시지 사용률이 90%를 넘습니다.


문자와 메신저를 포함한 ‘메시징'이 모바일 시대의 가장 보편적인 활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페이스북도, 마이크로소프트도…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대두


페이스북은 기업이나 브랜드, 매장이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 친구 삼고 브랜드가 전해 주는 정보를 받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보다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이 고객과 더 친밀하게 대화하고, 고객도 보다 편안하고 익숙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편안한 것은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 같은 대화 혹은 채팅 방식이니까요.


최근 페이스북은 네덜란드 항공사 KLM과 제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항공권을 받고 체크인하고, 예약 사항을 변경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업이 메신저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계속 실험하는 중입니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KLM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게 됐다.  - theverge 제공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KLM 항공권을 발권할 수 있게 됐다.  - theverge 제공

메신저 기반의 인공지능 가상비서 M도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메신저로 다음주 수요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4명이 저녁 함께 할 스시 집을 찾아 예약해 달라고 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메시지로 명령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사람 직원이 함께 일을 처리하지만, 점차 인공지능의 역할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페이스북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빌드'라는 자체 개발자 행사를 열었는데요, 이때 ‘플랫폼으로서의 대화'라는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스카이프나 음성 인식 방식 가상비서 코타나와 연계해 생활을 편리하게 하게 생산성을 높여줄 인공지능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얘기입니다.


스카이프에 있는 도미노 피자 계정의 채팅 봇에게 피자를 주문하면 채팅 봇은 토핑이나 사이즈를 묻고 주소를 확인해 배달을 보내는 식이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누구나 쉽게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봇을 만들 수 있도록 ‘봇프레임’이라는 SDK를 선보였습니다.


구글도 페이스북 M 같은 방식의 인공지능 메신저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채팅 봇과 대화형 환경을 기반으로 쇼핑이나 식당 예약, 다이어트 코칭, 스마트 금융 등의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슬랙이라는 업무용 협업 메신저의 인기가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봇의 편리함과 가치를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주었습니다. 슬랙은 업무에 많이 쓰이는 여러 외부 솔루션과 앱을 채팅 창에 쉽게 통합해 쓸 수 있게 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현재 일 사용자가 270만명, 기업가치가 38억달러에 이릅니다.


슬랙에 외부 앱을 쉽게 통합시킬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 환경 자체가 외부에 개방돼 있다는 얘기이고, 메신저 환경에 딱 어울리는 채팅 봇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슬랙에는 채팅 참여자들의 캘린더에서 빈 시간을 찾아 자동으로 회의 시간을 잡아주는 봇이나 마케팅 지표를 알려주는 봇, 사무실에서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을 자동화해 주는 봇 등 150여  종의 다양한 봇을 쓸 수 있습니다. 모두 채팅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주는 봇입니다.

 

슬랙의 앱 디렉토리 페이지. - venturebeat 제공
슬랙의 앱 디렉토리 페이지. - venturebeat 제공

슬랙은 작년 말 유수의 벤처 캐피탈들과 함께 8000만 달러의 펀드를 조성해서 슬랙용 봇을 개발하는 외부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봇 개발 도구도 물론 공개했습니다.


지난주 라인과 킥 역시 외부 개발자가 사용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봇을 만들 수 있게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검색과 앱을 이을 새로운 사용자 환경 될 수 있을까


굵직한 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봇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뭘까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통로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문자메시지와 메신저를 가장 편안한 대화법으로 생각합니다. 친구들과의 술 약속도, 업무 일정 조정도, 사랑 고백도, 부모님 안부 인사도 모두 톡으로 하죠.


화면도 작은 스마트폰에서 검색어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 화면을 들여다보느니 채팅 봇과 대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게 더 편할 거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도 자연스러운 채팅 봇 개발에 힘이 됩니다.


이번 주 토요일 우리 동네 극장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이 몇시에 상영되는지 궁금할 때, 검색어를 입력할 수도 있지만 극장 공식 봇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죠. 기업이나 광고주 입장에서는 대화 형태로 커뮤니케이션 하니 고객의 의도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요즘 새로운 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쓰게 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이 신기해서 앱을 이것저것 설치해 써 보고 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폰에 설치된 앱 중 3개가 그 사용자의 전체 앱 사용 시간의 8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앱 10개 중 8개는 구글이니 페이스북이니 하는 공룡 기업들이 만든 앱들입니다. 그리고 이용 시간의 상당수는 메시징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메신저에 얹혀서 고객을 찾거나,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모방한 서비스를 만들어 사용자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봇을 만들어, 갖가지 수요를 충족해 주어야 사람들이 보다 편리하게 봇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명 기업들이 누구나 쉽게 봇을 만들 수 있도록 각종 개발 도구를 내놓고 생태계를 만들려 하는 것이고요. 지금 검색이나 앱이 하는 일을 봇이 하게 되는 셈입니다.


봇이 검색이나 앱을 대체하면 테크 업계의 주도권도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검색으로 웹 생태계를 평정한 구글이나 앱스토어로 모바일 시대를 지배한 애플의 힘이 약해집니다. 모바일 시대에 크게 고전한 마이크로소프트나 단말기나 OS에 상관 없이 서비스하는 페이스북이 봇 생태계에 더 적극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빌드 키노트에서 “이제 봇이 앱이다. 디지털 가상 비서는 (앱과 앱을 연결하는) 메타 앱이며 새로운 웹브라우저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 덕분에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똑똑해진 채팅 봇과 유능한 비서와 대화하듯 메신저로 필요한 모든 것을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 필자소개
한세희. 연세대를 졸업하고 전자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모바일 등의 분야를 열심히 취재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 속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세상의 변화를 따라다니며 쉽게 풀어쓰고 싶어한다. 요즘은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잉여 인간 체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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