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트(NEET)족, 꿈도 열정도 없어요.

2016.04.12 07:00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고민

학교도 다니고 싶지 않아요. 직장생활도 물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칭찬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심심하면 나만의 취미를 즐기고 있으니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도 될까?’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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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 바쁜 분들을 위한 네 줄 요약

1. 청년기는 반항과 모험, 우울과 불안이 점철된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2.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청소년기의 반항이 내적 은둔의 양상, 즉 니트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3. 그러나 내적 고립의 시기는, 건강한 성인기를 위한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4. 어떤 방식이 되든, 자기 스스로 삶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하여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

 

청소년기는 사실 근대 문화의 산물입니다. 20세기 이전에는 청년기(adolescence)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몇 살까지를 어린이로 보는 지에 대해서는, 문화권에 따라서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아동기 이후는 바로 성인기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른바 질풍노도(Sturm and Drang)의 시기가 인간 발달에 중요하다는 것은 비교적 최근에야 밝혀진 사실입니다.


사실 13세부터 25세에 이르는 시기는 상당히 힘겨운 시기입니다. 심리학자 스탠리 홀(Stanley Hall)은 그래서 이 시기를 ‘내성적인 변덕꾸러기, 무모한 모험가, 반항가’의 시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이른바 낙담의 곡선(curve of despondency)라고 합니다. 중2병이 공연히 그 무렵에 생기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청소년 기는 우울과 불안, 내폐적 공상, 변덕스러움 등이 가득한 기간입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시기가 30대까지 보다 길게 연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질풍노도의 청소년기가 주로 비행이나 약물남용, 가출 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정체되면서, 이와 정반대의 양상으로 청소년기의 불안과 우울이 표출되기 시작합니다. 즉 공부도 하지 않고, 직장도 다니지 않는 미혼 청소년(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들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불안과 우울을 외부로 투사하기 보다는, 내적으로 함입하여 숨는 것입니다.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프리터족(freeter,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젊은이)나 은둔형 외톨이(Hikikomori, 집 밖으로 나가는 활동이 극도로 줄어드는 상태) 등 비슷한 양상의 다양한 증후군으로 분류되기도합니다. 물론 한국 상황도 녹록치 않습니다. 일부 연구에 의하면 현재 약 130만 명이 넘는 니트족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5세에서 29세에 속하는, 청년 중 다섯 명당 한 명은 니트족이라는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묶어서, 이른바 현대형 우울증(MTD, modern-type depression)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회적 규준을 받아들이기 거부하며,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느낌, 그리고 노력이 많이 필요한 고생스러운 일을 회피하는 것 등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주로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만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을 할 때는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 은둔형 외톨이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란셋(Lancet), 2011년, 378권, 1070쪽. 제공
란셋(Lancet), 2011년, 378권, 1070쪽. 제공

사실 니트족의 심리 속에서는, 청소년기의 일탈이나 비행과 유사한 정신역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규준과 질서에 대해 소극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것입니다. 60년내 미국사회를 지배한 히피(hippie)족의 사회적 저항과 불만족, 물질문명에 대한 분노 등의 움직임도,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청소년기의 깊은 불안과 우울, 절망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 혹은 초기 성인기는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는 역동적 시기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문명사회에서는 자연회귀를 추구하는 히피족으로, 또 교육과 근로를 장려하는 산업사회에서는 이를 거부하는 니트족으로, 혹은 사회적 성취와 물질적 성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현재의 일에 충실하며 가정에 신경을 쓰는 슬로비족(Slobbie, 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니트족은 정신적, 사회적 장애라기 보다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기 위한 내적 투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심각하지만 않으면, 세상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시도는 오히려 전체 인생에서 좋은 경험이 될 지도 모릅니다. 단 이러한 시기가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회 혐오와 유아적인 자기애로 고착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스탠리 홀은 청년기가 ‘인간의 영혼에서 가장 나쁜 충동과 가장 좋은 충동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 서로 싸우는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니트족은 삶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를 이러한 내적 탐색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너무나 빠르게만 움직이는 현대 사회, 한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팍팍한 사회분위기가 니트족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애플의 신화를 쓴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고등학교 무렵부터 마약에 빠져있었던 히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교는 한 학기 만에 중퇴했으며, 상당기간 동양철학에 빠지기도 합니다. 첫 직장도 일년이 안되어 그만 두고,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고, 직장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전형적인 니트족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늘 지지해주는 부모와 인생의 스승, 그리고 충실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청년시절의 방황과 은둔은, 사실 이후의 삶을 성공적으로 꽃피우게 한 훌륭한 토양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방법은 결국 인간관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이른바 선택이론(Choice therapy)라고 합니다. 타인에게서 벗어나서 느끼는 자유와 즐거움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소속감을 느낄 때 경험하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청년기에 겪는 자기 소외와 우울, 그리고 자발적인 은둔은 이러한 삶의 만족감을 찾아내기 위한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기(adolescence)라는 말은 원래 라틴어 ‘아돌레스케레(adolescere)’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바로 ‘성장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니트족이 겪는 사회적 부적응과 고립, 불안은 성장을 위한 중요한 단계일 수 있습니다. 청년기는 새롭게 태어나는 재생의 시기이고 성숙한 삶의 단계에 접어들기 위한 연습의 시간입니다. 자신의 삶이 니트족과 비슷하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지나친 자기혐오에 빠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니트족의 생활을 하든지 혹은 이제 은둔의 삶은 그만 두고 세상과 만나려고 마음을 먹든지 간에, 그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사회적 책임과 개인적 삶의 목적 사이에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본인 스스로 내린다는 태도가 청년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글쓴이의 덧붙임, 하나

 고용노동부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형 니트족’은 ‘15~29세 이하의 개인 중, 취업자, 정규교육기관, 입시학원 등록자, 육아활동자, 심신장애자, 군입대대기자, 결혼준비자 등을 제외한 전부’로 정의됩니다. 대표적으로 고시족, 공시족이나 부모의 자영업을 돕는 경우, 집안일을 주로 하는 경우도 니트족에 포함됩니다. 즉 비자발적인 청년실업자도 상당수 니트족으로 분류됩니다.


반면에 일본형 니트족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정규학교, 예비학교, 전수 학교 등에 통학하지 않고, 가사활동을 하지 않으며, 배우자가 없는 독신 혹은 미혼으로 수입이 없는 15~34세의 개인’입니다. 즉 보다 자발적인 의사를 가지고, 공부도 일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형 니트족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합류하기를 거부하는 개인적 태도와 관련이 많지만, 한국형 니트족은 일본형 니트족뿐 아니라 장기간에 경기침체로 인해 취업이 되지 않아 별 수 없이 부모님의 일을 돕거나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경우 등도 포함합니다. 그러나 자발적인 니트족과 비자발적인 니트족을 하나로 묶는 것은, 젊은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성세대의 책임을 개인적 노력의 부족이나 태도의 문제로 전가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본 칼럼의 내용은 주로 일본형 니트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의 덧붙임, 둘

니트족은 결과적인 비교육, 비취업 상태를 바탕으로 한 사회학적 용어입니다. 이에 해당하는 심리적 상태를 정신의학적 진단명으로 바꾸면,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신 타루미(Shin Tarumi)가 제안한 현대형 우울증(modern-type depression)이 제일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현대형 우울증의 주요 증상입니다.

 

1. 젊은 연령에 많다.
2. 사회에 대해 낮은 충성심과 애착을 보인다.
3. 규칙이나 질서에 대해서 불편하게 느낀다.
4. 사회적 질서나 규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거부한다.
5.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다.
6. 태생적으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혹은 힘든 일이나 노력이 필요한 일은 거부한다.
7.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 파칭코를 할 때는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 
(타카히로 가토 등., 정신의학 및 임상신경과학 2016, 760권, 7-23페이지에서 발췌)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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