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아가미 ‘트리톤’ 개발은 사기?...크라우드펀딩 위험 피하려면 이렇게!

2016.04.09 07:00

 

tritongill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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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 주일 간 SNS를 달군 물건이 있습니다. ‘트리톤그릴스’란 팀의 스쿠버다이빙용 마스크 ‘트리톤’인데요, 이 팀이 내놓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무릎을 탁 칠만큼 굉장합니다.

 

길이 29cm, 폭 12cm에 불과한 이 물건을 입에 물기만 하면 공기통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비 없이 수심 5m까지 자유롭게 숨을 쉬면서 잠수할 수 있다고 하거든요.

 

양 쪽으로 뻗은 두 개의 막대기를 구성하는 섬유가 물 분자보다는 작고 산소 분자보다는 큰 구멍으로 주변의 물에서 산소를 직접 걸러내 호흡할 수 있게 해 주는 원리라고 하네요. 인공 아가미인 셈이죠. 트리톤그릴스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구요.

 

트리톤그릴스는 현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이 제품에 대한 펀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명세를 꽤 타서 국내외 미디어 혁신 제품으로 소개되기도 했지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가 된 ‘인공아가미’, 사기 의혹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 팀이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거든요.

 

하나만 얘기해 볼까요. 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 만큼의 산소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1분에 90리터 정도의 물을 걸러내야 하는데,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하려면 사용자가 정말 빠르게 계속 헤엄을 쳐야 한다고 합니다.

 

제조사 측이 공개한 영상에서처럼 한가롭게 헤엄을 치면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죽을지도 몰라요.(☞참고: http://www.deepseanews.com/2014/01/triton-not-dive-or-dive-not-there-is-no-triton/) 그리고 그렇게 계속 날아가듯 헤엄을 쳐야만 한다면 우리가 꿈꾸는 한가로운 스쿠버다이빙은 이미 물 건너가는 거죠.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제기되자 이 팀은 기존의 펀딩을 취소하고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인 다음 새로운 펀딩을 시작했는데요, 저는 덧붙여진 설명들이 더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트리톤그릴스 측은 “액화산소를 사용하고 이것이 다른 요소들과 결합해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 준다”며 “액화산소가 담긴 실린더는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통해 실린더를 구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라고 했거든요.

 

액체 상태의 산소를 기체 상태로 바꿔 숨을 쉬도록 하겠다는 건데, 액화산소는 끓는점이 –182.95 °C입니다. 액화산소를 기체로 바꿀 때 열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으면 주변이 싸그리 얼어버리게 되죠.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나왔던 장면처럼요.

 

그런데 그걸 손바닥만 하게 만들어서 물속에서 사용한다고요? 하나 더 첨언하자면 액화산소는 엄청 위험한 물질이라 어떻게 만들어도 우편이나 택배 따위로 배송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미국 우정공사도 ‘어떤 경우에건 절대로 액화산소를 우편 서비스를 통해 보낼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요.(http://pe.usps.com/text/pub52/pub52c3_019.htm)

 

tritongills 제공
tritongills 제공

만일 트리톤그릴스란 팀이 ‘사기’ 를 치고 있다면 동영상과 사진, 컨셉만 보고 참여한 여러 후원자들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겁니다.

 

이 팀이 계속 주장하는 바처럼,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기술이 확보되었고 저를 포함해 기술적으로 무지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오해를 하고 있을 뿐이라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말이죠. 실제로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기 사례

 

헌데 인디고고나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사기를 치는 팀들이 사실은 꽤 있습니다. 펀딩만 받고 잠적해버리거나 애초에 후원자들에게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른 제품을 내놓거나 하는 경우죠. 후자의 경우는 딱 잘라서 사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품의 품질이 워낙 떨어진다면 사기에 해당될 수 있을 겁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볼까요.

 

1.보드게임  ‘애틀랜틱시티에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

 

2012년 에릭 슈발리에라는 사람이 ‘애틀랜틱시티에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라는 보드게임을 만들겠다면서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목표액인 3만 5000달러가 넘게 모일 경우 후원자에게 게임과 주석으로 된 피규어를 주겠다고 약속했지요.

 

펀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10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12만 달러가 넘는 돈을 냈지요. 후원자들은 좋은 작품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헌데, 에릭 슈발리에는 제품을 내 놓지 않고 있다가 2013년 7월에 갑자기 개발 중단을 선언해 버립니다. 후원자들에게 환불도 해 주지 않았지요. 알고 봤더니 이 사람이 후원금을 모두 개인 용도로 유용해 버렸던 겁니다. 결국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에릭 슈발리에게 11만 1793달러의 벌금을 먹였습니다.

 

kickstarter 제공
kickstarter 제공

2. 초소형 드론 ‘자노’

 

2014년엔 자노라는 초소형 드론 프로젝트가 킥스타터에 등록되었습니다. 정말 매력적이었죠. 손바닥보다도 작은 초소형 드론에 고화질 영상 촬영용 카메라가 장착되는데 스마트폰과 연동해 조종이 가능하다니 1만 20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려 41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헌데 약속했던 제품은 결국 나오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기업은 2015년 11월에 돌연히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역시 환불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요. 제품을 받아본 후원자도 아주 일부 있긴 했지만 품질이 형편없었죠. 후기를 보면 GPS도 잘 작동하지 않았고, 카메라 성능도 고화질은커녕 옛날 웹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하네요.

 

3. 컴퓨터 게임  ‘더 스톰핑 랜드’

 

컴퓨터 게임 사기도 있었습니다. 2013년 6월에 ‘더 스톰핑 랜드’라는 게임 제작 프로젝트가 킥스타터에서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4400여 명의 사람들이 11만 달러가 넘는 돈을 모아줬죠. 펀딩 후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돌연 제작자가 잠적해버립니다.

 

제작자와 같이 일했던 일러스트레이터나 모델링 담당자가 말하기로는 2014년 후반기에 제작자랑 연락이 끊기고 월급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 정도면 후원자들이 제대로 된 환불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글러먹은 일이겠죠.

 

인디고고, 킥스타터 등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통한 투자시 유의할 점

 

이런 크라우드펀딩 사기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후원자들이 후원 금액을 제대로 환불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환불이 이뤄졌으면 사기라고 부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일은 상당수의 크라우드펀딩이 ‘펀딩’, 즉 투자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부’ 행위에 가까운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가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낸 돈 만큼 그 회사에 대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주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돈과 권한을 바꾼다고 할까요.

 

그런데, 많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들은 후원자들에게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지금 돈을 내면 나중에 이런 걸 줄게’라고 약속하긴 합니다만 이 약속은 지키면 다행이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킬 수가 없게 됐어’라고 했을 경우 후원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불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죠. 투자자가 기본적으로 해야만 하는, 기업 실사나 경영자 감시 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음 주면 총선인데 이렇게 보면 선거하고 크라우드펀딩하고 비슷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유권자도 후보들의 이런저런 약속을 보고 투표를 합니다만 공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별 게 없으니까요.

 

Indiegogo 제공
Indiegogo 제공

그럼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후원자 보호를 위해 뭘 하느냐고요? 아주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별로 하는 게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킥스타터의 경우 펀딩 프로젝트에 대한 나름의 검증 프로세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후원에 대한 최종 책임은 후원자들이 지도록 하고 있거든요. 앞서 나열한 사기 사례에서도 킥스타터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한 것 외에 환불 같은 사안에 대해선 기여한 바가 없지요. 인디고고는 킥스타터보다 펀딩 프로젝트 규정이 더 느슨합니다. 여기야말로 위험부담을 100% 후원자가 안고 가는 시스템인 셈이죠.

 

사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만, 크라우드 펀딩에 사기꾼들만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참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좋은 뜻을 가진 개미 후원자들의 도움을 세상의 빛을 본 경우가 너무나 많지요. 좋은 프로젝트에 일찍 참여해 후원 금액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얻은 눈밝은 후원자들도 엄청나게 많을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요.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에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펀딩, 즉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운영되지요. 예비 후원자들이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냉정하게 펀딩 프로젝트를 분석해 후원 여부를 결정하면 좋겠네요. 

  

※ 필자소개

넓붉발. 학교생활도 적당히, 군대생활도 적당히, 기자생활도 적당히 하다 하던 걸 대부분 그만두고 글을 쓰기로 한 사람. 음악, 미술, 기예, 기술 등 모든 영역에 적당히 관심이 있으나 뭐 하나 딱 부러지게 잘하는 건 없다. 그나마 IT와 미디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편.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보려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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