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애플을 꿈꾸는 테슬라가 복수의 화신?

2016.04.07 09:12

2월 중력파, 3월엔 알파고가 있었으니, 4월엔 뭘까. 궁금해하고 기다리고 있던 차에 테슬라의 모델 3 공개 소식이 들려왔다. 이 소식은 또 한번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몸소 느끼게 해줬다.

 

솔직히 주변에서 전기차는 물론이거니와 하이브리드 차도 보기 힘든 환경이지만, 이번 모델 3의 공개는 우리나라에서 전기차에 관한 한 그 이전과는 확실이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였다.

 

테슬라 제공
테슬라 모터스 제공

일단 가격 자체가 워낙 합리적이었고, 거기에 기존 고급 사양 모델들에 뒤쳐지지 않는 성능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이 출시 국가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몇몇 유명인들이 예약을 했다는 뉴스는 물론이거니와, SNS를 통해서 주변 지인들이 예약을 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보는 경우도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테슬라는 그 탄생부터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며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많이 비교되어 왔다. 일론 머스크라는 걸출한 인물이 만들어내는 아우라에, 뭔가 거대한 공룡과 싸우는 다윗의 이미지, 그리고 제조업의 미국 회귀라는 담론까지 끌어들인 것이 그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그러나 테슬라가 이런 환대를 받고 있는 이면에는 전기차의 흑역사가 있다는 것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96년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크리스 페인 감독, 영화배우 마틴 쉰 나레이션의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Who Killed the Electric Car)는 그 흑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소니 픽쳐스 클래식 제공
소니 픽쳐스 클래식 제공

선덴스에서의 호평을 기반으로 그 해 6월에 미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1996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1999년까지 총 1117대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었던 GM의 전기차 EV1와 그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멜 깁슨이나 톰 행크스가 EV1을 칭찬하는 장면들이 삽입될 정도로, 당시 EV1은 환경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를 대변하는 제품을 주목을 끌었었다.

 

그러나 전기차가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자동차 업계는, 황당하게도 자신들이 만든 전기차의 확산을 막으려는 방향으로 태도를 돌변하였다. 그리하여 EV1을 만든 GM이 리스 기간의 종료에 맞추어 사용자가 구매를 원해도 판매를 거부하고 전량 수거하여 폐기처분하는 과정과 이를 막아서는 사용자들의 모순된 모습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기게 된 것이다. 

 

폐차된 EV1이 쌓여있는 모습 - Plug In America(W) 제공
폐차된 EV1이 쌓여있는 모습 - Plug In America(W) 제공

그런 흑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테슬라의 본격적인 등장은 처음부터 팬덤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또 그 과정은 같은 감독에 의하여 2011년 <전기차의 복수>(Revenge of the Electric Car)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공개된 바 있다. 테슬라는 그 존재 자체가 기존 자동차 업계는 물론 한통속이었던 석유 업계 그리고 정부에 대한 복수의 화신으로 비추어졌던 것이다.

 

west midwest productions, area 23a 제공
west midwest productions, area 23a 제공

그런 역사적인 기반 위에 미래의 성공에 대한 큰 기대가 있기에 지난해 매출 4조 5000억원에 무려 약 8000억 원 영업 적자 그리고 1조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나스닥에 상장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38조 원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이 시가총액은 금융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설명이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현재의 테슬라와 유사했던 2005년 초로 돌아가 보면, 그 전해인 2004년 애플은 약 9조 원의 매출에 3천 500억 원의 영업이익 그리고 약 3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상태였다. 물론 당시 주식시장을 현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매출 규모나 이익의 건전성 측면에서 당시 애플은 현재의 테슬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컸던 것이다.

 

결국 질문은 오늘의 테슬라가 다음 번 애플이 될 것인가, 다시 말해서 테슬라가 결국엔 성공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여 시가 총액을 정당화하고 더 끌어올릴 것인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미국 현재의 각종 미디어는 바로 이에 대한 논쟁으로 아주 바쁘다. 엄청난 비관론에서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낙관론까지.

 

결과는 두고 보면 알 일이겠지만, 사실 그 보다 우리에겐 아이폰의 한국 상륙 때와 같은 상황이 2017년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서 일어날 것인지가 단기적으로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참고

☞ <포브스>지의 기사 ‘테슬라가 애플보다 더 가치있는 회사가 될 것인가?’

☞ 위키피디아 EV1 항목(https://en.wikipedia.org/wiki/General_Motors_EV1)

☞ 영화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 (자막본, 아쉽게도 1시간 즈음에 끊겨 있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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