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잡시다!]온몸 근육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으로 긴장 풀어라 外

2016.04.04 07:42


[동아일보] <2> 불면증 부르는 스트레스

대형 제약사에 다니는 이모 씨(42)의 하루는 매일 전쟁 같았다. 얼마 전 팀장으로 승진해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된 데다 부하 직원 한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업무량이 늘었다. 성격 급한 상사는 이 씨를 자주 다그쳤다. “이 팀장, 아직도 안 됐어? 시간 많아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상사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거렸다. 새벽 2시, 3시…. 눈만 질끈 감은 이 씨의 밤이 끝나지 않는다.



○ 꿀잠의 천적, 스트레스

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1만1263명으로 5년 전(19만3593명)에 비해 60.8% 늘었다. 특히 50대 환자는 2010년 3만7870명에서 지난해 6만5721명으로 늘어 모든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은퇴와 황혼 이혼, 자녀의 대학 진학 등이 겹쳐 스트레스가 컸던 탓으로 보인다.

불면증과 스트레스는 동전의 양면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잠이 오지 않고, 잠이 부족하면 낮 시간대에 불안과 짜증이 늘어난다. ‘오늘도 잠이 안 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돼 다시 잠을 빼앗는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잠자리에 눕는 행동 자체가 불안을 만들어 잠을 쫓으면서 불면증에 빠진다.

호르몬의 영향도 있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코르티솔 분비량이 2배가량 많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은 심장에도 무리를 준다. 한 불면증 환자는 “자려고 눈을 감으면 ‘내 맥박이 원래 이렇게 빨리 뛰었나’ 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불면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심장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나 좁아지는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심장이 박동을 늦추면서 휴식을 취할 만큼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이 짧으면 기분 좋았던 기억보다 불쾌했던 사건이 장기기억으로 더 많이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자는 동안 뇌가 기억의 경중을 분류하는데 잠이 부족하면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이나 느낌을 더 많이 갖게 돼 우울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졸업생 1053명을 30년 넘게 추적 조사한 결과 재학 중 불면증을 앓았던 사람이 우울증에 빠질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이정현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환자는 다른 정신질환을 함께 앓고 있거나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자기 전 족욕, 불면증 극복에 도움

스트레스성 불면증은 카페인 의존 등 다른 생리적 원인에 따른 불면증보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달리 말하면 ‘언젠간 잠이 오겠지’라며 편하게 마음을 먹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불면증을 극복하려고 시계를 멀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며 지금부터 자면 몇 시간을 잘 수 있는지,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등 갖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초조감만 생긴다. 특히 “지난 며칠간 제대로 잠들지 못했으니 오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실제로 남들보다 수면시간이 짧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20∼59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보다 조금 짧지만, 6시간만 자도 낮에 피곤하지 않고 정신이 맑다면 그 사람의 적정 수면시간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수면시간에는 계절의 변화도 크게 작용한다. 2월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8분이지만 해가 길어질수록 자는 시간은 짧아져 4월엔 6시간 50분 정도가 된다.

자리에 누우면 온몸의 근육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긴장이 풀어진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신체를 이완시키는 게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에 적당히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근육 이완에 좋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심한 불면증 환자도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날이 있고, 그런 날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떠올리며 ‘나는 오늘 잘 잘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게 궁금해요]▼



《 Q. 오랫동안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습니다. 이 병은 완치되기 어려운 건가요? 간병이 힘들어 해마다 정신건강의 날(4월 4일)을 맞을 때마다 우울해집니다. 》



조현(調絃)병은 회복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오랜 기간 ‘유지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해서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의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관리가 필요한 질병일 뿐입니다.

조현병은 현악기의 현처럼 연결돼 있는 뇌의 신경구조가 잘 조율되지 않아 정신적 혼란스러움이 찾아오는 질병입니다. 약물 치료를 통해 다시 조율하면 회복됩니다. 100명에 한 명꼴로 발병하는 이 조현병은 10∼3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돼 오랜 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조현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로 대부분 회복되지만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개선된 뒤에도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합병증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이나 당뇨의 경우와 같습니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으면 약효가 지속돼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치료법도 나왔습니다. 주사는 약을 빼먹어 약효가 저하되는 일을 방지하므로 재발률도 낮출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한번 주사로 석 달간 약효가 지속되는 주사를 우리나라에서도 처방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조현병의 회복을 위해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각 지역의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조기 치료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치료적 자원이 제공되면서 조현병은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라 관리와 회복이 잘되는 질병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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