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여는 선주문 소량생산 시대

2016.03.30 09:27


[동아일보] 재고 제로… 제조업 패러다임 바꿔

‘필요한 만큼 주문받고, 팔릴 만큼 만든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4년 11월 발표한 ‘소셜임팩트’ 사업의 첫 시도인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의 기치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안에 문을 연 모바일 쇼핑몰 서비스다. 매주 화요일 생산자들이 상품을 올리고 선주문 횟수가 최소 주문량을 넘기면 생산을 시작한다. 사업 출범 한 달째,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됐다. 머그컵과 피규어, 의류 등 2만∼3만 원대가 주류를 이룬 상품들이 총매출 2억9000여만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알음알음 팔리던 중소 생산자들의 상품을 발굴하고 충성 구매자와의 연결을 통해 고정 수익을 창출하는 소량생산 패러다임을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벤처업계가 이끌고 있다. 미국의 ‘엣시’(Etsy.com)나 일본의 ‘미네’(Minne.com)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량생산 플랫폼이 자리 잡았다. 생산자와 직접 연결되는 모바일 환경과 점차 커지는 개인 맞춤형 상품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6월 창업해 아시아 소셜벤처(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벤처)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모어댄’은 폐차된 자동차의 시트와 안전벨트를 재료로 가방과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소량 주문생산 방식으로 운영돼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에 합류한 뒤 젊은층에 공감을 일으켜 매주 100개 주문 수량이 매진되고 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선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소량생산 방식을 알리는 데 이런 플랫폼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유료 웹툰 시장을 연 레진코믹스도 일부 단행본 발간 사업을 사전주문 소량생산 방식으로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와 협의해 정하는 주문 목표금액이 달성되면 단행본과 캐릭터 상품 제작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4차례 모집에만 1억2000만 원 상당의 주문이 몰렸다. 고선미 레진엔터테인먼트 차장은 “요즘처럼 출판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특히나 재고 부담이 크다”며 “사전주문 방식으로 작가들에겐 새로운 판매 경로를, 충성 독자들에게는 소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창업한 남성 정장 주문제작 벤처 ‘스트라입스’도 이러한 시장을 뚫은 사례다.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을 하면 제작자가 직접 찾아가 치수를 재고 맞춤형 셔츠, 정장 등을 제작한다. 스트라입스는 국내 시장 성공에 이어 싱가포르에 진출해 올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ICT업계의 소량생산 실험이 김 의장이 발표했던 것처럼 시장 구조를 바꾸고 중소 사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홍은택 카카오 부사장은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의 대량생산 구조와 달리 지속가능한 생산 주문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며 “향후에는 특정 목적의 여행 상품과 같이 문화적인 분야에서도 충분히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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