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SNS의 새 지평 브이타임(vTime)을 열다

2016.03.26 14:00

지난해 말부터 가상현실(VR)이 본격적으로 미디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시해 MS의 홀로렌즈, 소니의 PSVR, HTC의 바이브 등 대형 IT 기업들의 VR 전용 헤드셋이 공개됐고, 삼성의 기어VR, 구글 카드보드와 같은 스마트폰용 VR 보조장치들도 속속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VR 업계가 최소한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VR이 올해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루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우선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자면 일반인들의 VR 경험을 규정할 만한 대표적 플랫폼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PC, 게임 콘솔과 연결된 전용 헤드셋을 쓰는 것이 대세가 될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걸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생각할지 아직은 모릅니다. 심지어 구글은 전용 스마트폰, PC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완전한 독립형 VR 헤드셋을 개발한다는 보도(☞Report: Google's VR Headset Won't Need a Phone, PC or Game Console)도 나온 적이 있지요.

 

그리고 눈 앞에 VR 하드웨어를 대고 있을 때 있어 손이 보이지 않을 때 콘텐츠 조작은 스마트폰으로 할 것인지, PC와 연동해 키보드와 마우스로 할 것인지, 데이터글러브 같은 전용 컨트롤러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인지 문제도 있습니다. 대표 플랫폼이야 시간과 시장에서 결국 결정이 나겠지만 최소한 결론이 날 기미가 보이기 전까지 다양한 종류의 VR 콘텐츠 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두 번째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데요, 바로 ‘VR 멀미’입니다. 어떤 단말기로든 VR을 경험하다 보면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그 중의 하나지요. VR 멀미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이 있지만 눈으로 보고 뇌에서 인식하는 자신의 움직임과 실제 몸으로 느껴서 뇌로 전달되는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로든 하드웨어로든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VR의 완전 대중화는 어렵다고 봅니다. 심각한 두통을 동반하는 VR 경험을 ‘즐긴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쨌든 이런저런, 주로 하드웨어 측면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개발에 먼저 뛰어드는 용자들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지난 3월 11일에도 흥미로운 콘텐츠가 VR 시장의 문을 두드렸는데요, 바로 ‘브이타임(vTime)(☞ 바로가기)입니다.

 

브이타임(vTime) 제공
브이타임(vTime) 제공

브이타임은 VR에 특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입니다. 현재는 기어 VR과 구글 카드보드,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하는데요, 이 장치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역시 이 장치를 사용하는 다른 사용자(최대 세 명)와 함께 열 두 곳의 가상 공간 중 하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상 공간 안에 들어가면 주변 환경과 다른 사용자의 아바타를 볼 수 있고, 이 아바타와 오랜 시간 대화를 하며 친밀한 감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상대방도 저의 아바타를 볼 수 있구요. 말소리도 평범하게 헤드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용자 머리의 움직임을 인식해 공간감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관련 동영상을 보면 사용자들(의 아바타)가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은 사용자들이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듯 합니다. 잔잔한 호숫가나 어두운 숲속, 모닥불 주변, 시원한 바다와 강렬한 태양, 백사장이 어우러진 휴양지 등이 눈길을 끄네요. 암벽에 매달린 채 경치를 감상하며, 또는 우주에서 별을 구경하며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이 개인 프로필 설정, 친구 목록 관리 등 기본적인 SNS 기능도 갖추고 있지요.

 

 

 

아직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브이타임은 발전 가능성도 크거니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사용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위가 대화에 한정되어 있습니다만, 산책이나 조깅, 등산 등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성인 한정으로 사용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서로의 성을 탐하는 ‘사이버섹스’도 상당한 수준으로 구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마 이것이 VR의 킬러콘텐츠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접속이 차단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는 사람들이 SNS에서 교류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지만 이는 ‘함께’ 경험하는 것이 아니지요. 제 SNS 친구들은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고 저의 경험, 기분을 유추하고 여기에 반응합니다. 이러려먼 가급적 많은 친구들의 사진이나 글을 빨리빨리 볼 수 있는 게 좋죠. 시간에 따라 친구들의 콘텐츠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이런 방식에 최적화된 UI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 공간의 경험은 접속자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함께 동일한 내용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이야 가상의 현실감이 좀 부족할 수 있지만 제게는 동일한 경험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크게 다가오네요. 현실감은 시간과 기술이 차차 해결해주고도 남을 것이니까요.

 

‘VR 기기 사용하는 거 말고 지금 게임에서 아바타 갖고 하는 거랑 다를 게 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게임, 특히 MMORPG(다중접속온라인 역할수행 게임)에서도 아바타를 통한 사용자 간의 대화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SNS와 게임은 사용자의 즐거움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다르지요. 게임은 게이머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아바타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임무나 수수께끼 같은 어떤 목표를 제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게이머(아바타)들 간의 협력을 통해 교류가 발생하고 게임사도 그걸 권장하지만 교류가 최종, 최대의 목적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MMORPG의 가상 공간에서 협력 없이 솔로 플레이만 즐기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요. 반면, 브이타임의 같은 경우 오로지 사용자의 교류만을 최대한으로 증진시키기 위해서 VR 기기를 도입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브이타임이라는 서비스 하나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상업적인, 일반인 대상의 VR 시장은 이제 막 만들어지려고 하는 참이니까요. 일반인들의 유튜브 댓글이나 미디어의 기사를 보면 일단은 우호적인 반응이 다수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서비스를 통해 VR 특화 SNS가 갖는 잠재력, 나아가 VR이 실생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무조건 성공적일 것 같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해보면 해볼수록 좋으니까요.

 

 

※ 필자 소개

최순욱. 대학을 졸업하고 전자신문, 매일경제신문 등 IT 전문 매체에서 인터넷, 미디어, 게임 등을 취재했다. 현재는 학교로 돌아와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미디어와 기술, 제도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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