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화법과 자기애: 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열풍’의 비밀

2016.03.26 07:00

미국에서 올 겨울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가 정책 뿐 아니라 세계 정세에 대해서도 연일 막말을 퍼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뜨겁게 지지하고, 한쪽에서는 극도로 혐오하는 ‘트럼프 현상’을 과학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Michael Vadon 제공
Michael Vadon(F) 제공
● 트럼프 막말, 초딩 수준 어법


도널드 존 트럼프는 아버지를 따라 부동산 사업에 발을 들여 트럼프 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엄청난 부동산을 거느린 재벌로 재계를 주무르다가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이제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죠.


그가 대선 후보자로서는 어떤 사람인지, 연관 검색어 1위인 그의 ‘망언’부터 살펴보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경찰을 살해한 범인은 사형시키겠다’ ‘테러를 막으려면 물고문도 약하다’ 등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을 무시한 발언으로 큰 비난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욕설과 폭언, 폭력을 부추기는 언행을 서슴치 않았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언어기술연구소는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을 분석해봤는데요. 트럼프를 비롯해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등의 연설을 분석해 어떤 어휘를 쓰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트럼프의 어법은 11살짜리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흥미롭게도 과거 트럼프와 유사하게 미국 독단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트럼프와 반대로 미국에서 진보의 바람을 일으켰던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와 링컨 대통령은 좀 더 월등한 고등학생 수준의 문법과 어휘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선주자들이 평균 13~16세 정도의 쉬운 단어와 문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가운데 트럼프가 사용하는 단어와 문법은 11살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 카네기멜론대학의 언어기술연구소 제공
대선주자들이 평균 13~16세 정도의 쉬운 단어와 문법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가운데 트럼프가 사용하는 단어와 문법은 11살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 카네기멜론대학의 언어기술연구소 제공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 위키미디어 제공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 위키미디어 제공

 

 

트럼프의 심리는? 과도한 자기애


기업인으로서 트럼프의 특징 중 한 가지는 트럼프 타워, 트럼프 레스토랑, 트럼프 샴페인 등 자신이 관여하는 모든 상품과 사업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왔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기업인의 타이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기애(나르시시즘)가 숨겨져 있었죠.


트럼프가 등장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근거없는 주장을 던지고,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거만하게 자랑을 하며 두서없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마치 막장 드라마 내지는 재미없는 코미디쇼에서 걸어나온듯이 거침없이 퍼붓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트럼프에게서 지나친 자기애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루저’라 비웃으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면에는 무의식적인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공허함과 수치심을 숨기려는 저항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자기애는 공감능력의 결여, 특권의식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상징인 뉴욕 트럼프 타워. 높게 솟은 마천루가 그의 과도한 자기애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 pixabay 제공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상징인 뉴욕 트럼프 타워. 높게 솟은 마천루가 그의 과도한 자기애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 pixabay 제공

트럼프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심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히스패닉·무슬림·흑인 등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극우파들의 인기를 한몸에 얻었습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의 국제질서 유지에 힘쏟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을 미국내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타임, 영국의 가디언 등 주요매체들이 분석한 트럼프 상승세 이유 중 한 가지는 주류 정치에 대한 불만입니다. 경제적으로 불만이 있는 백인 노동자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죠. 대놓고 무슬림과 이민자, 소수인종을 차별하지 못했던 일부 백인들의 이방인 배척 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벨기에 테러와 프랑스 테러와 같이 테러의 공포가 되살아날 때마다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증오심을 부추키며 더욱 큰 환호를 얻고 있는데요. 정치학자들은 테러 공포가 심해질수록 트럼프처럼 폐쇄적인 외교를 강조하는 적대심이 강한 후보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를 격퇴하기 위해 고문 부활, 테러범 가족 처벌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없이 대중의 인기만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으로 테러에 대한 공포, 외국인 혐오 등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22일 테러가 발생하자, 트럼프는 “브뤼셀을 보라. 무슬림 입국을 허용해 재난의 도시로 전락했지 않나”며, “테러범에 물고문을 해야 한다”고 의기양양 목청을 높였습니다. - 동아일보 DB 제공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22일 테러가 발생하자, 트럼프는 “브뤼셀을 보라. 무슬림 입국을 허용해 재난의 도시로 전락했지 않나”며, “테러범에 물고문을 해야 한다”고 의기양양 목청을 높였습니다. - 동아일보 DB 제공

한편으로는 트럼프 불안증 환자 늘어


미국사회는 트럼프가 대세로 떠오른 세태를 ‘기현상’이라 부릅니다. 올해 초 공화당 경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트럼프의 인기는 반짝하다가 금세 꺼질 거라고 전망했기 때문인데요.


미국인들에게서 때아닌 트럼프 열풍에 진짜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트럼프 불안증’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불안과 분노를 키워서 홍보하는 전략을 쓰는 트럼프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죠.


반대편에서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트럼프 대신 ‘드룸프(Drumpf)’라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본래 독일 혈통인 그의 성은 드룸프였습니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성공의 대명사가 된 지금, 유권자들에게 그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끔 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캠페인이죠. 이를 풍자삼아 그의 거침없는 막말을 따라하는 ‘딥(Deep) 드룸프’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선한 사람을 원하는 시대는 지나가는 걸까요? 세상의 모든 악을 대변하는 듯 질주하는 트럼프. 막말로 일관하는 그의 정치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비단 일부 미국인들만 느끼는 불안감은 아닐 것입니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트럼프의 연설을 기반으로 그의 대화 스타일을 트위터의 ‘DeepDrumpf’라는 계정을 통해 흉내냅니다. - 트위터 DeepDrumpf 캡처 제공
MIT 인공지능 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트럼프의 연설을 기반으로 그의 대화 스타일을 트위터의 ‘DeepDrumpf’라는 계정을 통해 흉내냅니다. - 트위터 DeepDrumpf 캡처 제공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참고문헌

http://arxiv.org/abs/1603.05739
http://www.livescience.com/53307-donald-trump-narcissism-reflects-us-culture.html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6/mar/04/donald-trump-deep-drumpf-twitter-b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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