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시청주의보? “일리 있지 말입니다”

2016.03.27 11:12
KBS화면캡처 제공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 - ‘태양의 후예’ 화면 캡처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강모연(송혜교 분)을 지긋이 바라보며 얘기하자 여성 시청자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유 대위의 꽉찬 돌직구는 김은숙 작가의 이전 드라마인 ‘상속자들’의 “나 너 좋아하냐?”에 이어 명대사 반열에 올랐다.

 

시청률은 어느덧 30%를 돌파했고, 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대에서 사용을 금지한 “~말입니다”체는 드라마로 인해 네티즌 사이에서는 오히려 유행하는 말투가 됐다.

 

유 대위에게 심장을 저격당한 여성 시청자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까지 확산됐다. 중국 공안부는 이례적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한국 드라마 팬들에게 “한국 드라마 시청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아내가 남자 주인공에 너무 빠진 나머지 남편의 질투심으로 촉발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남성들의 성형수술 건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시진 앓이’를 하는 여성들과, 이에 질투하는 남성들의 모습을 경계하는 것이 과한 처사는 아니다. 실제로 드라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뉴스보다도 시청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모예 구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18~25세 젊은 여성 353명을 대상으로 10대 임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뉴스와 드라마를 보여줬다. 그 결과 뉴스보다 드라마를 본 후 10대 임신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다. 연구결과는 2010년 학술지 ‘휴먼 커뮤니케이션 연구(Human Communication Research)’에 실렸다.

 

모예 교수는 “많은 여성들이 스토리텔링 기반의 드라마에 자신을 몰입하는 효과가 뛰어났다”면서도 “남성의 경우 드라마와 같은 서사구조에는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BS 화면캡처 제공
KBS ‘태양의 후예’ 화면 캡처. 

드라마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는 일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것처럼 내면에서부터 감정이입되는 ‘동일시(identification)’ 현상도 시청주의보의 원인이 된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저서 ‘미디어 심리학’에서 “등장인물이 실제 시청자와 유사성을 지닐 때, 혹은 자기가 더 닮고 싶어 하는 인물에게 동일시 효과가 커진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일을 하는 등장인물에 대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 대위 앓이 중인 여성 시청자들은 모두 강모연에 빙의해 극한 상황에서 빛나는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봐주는 꽃미남 배우와의 연애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비록 미간을 찌푸리며 “말입니까” 류의 딱딱한 말투를 쓴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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