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시작해 하와이에서 끝난 ‘개기일식’

2016.03.10 07:00
(교열) 발리에서 시작해 하와이에서 끝나는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린 개기일식 장면 -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제공

인도네시아 현지 시간 9일 오전 7시 21분(한국시간 9일 오전 9시 21분), 수마트라 섬의 항구도시 팔렘방. 밝았던 동쪽 하늘이 동 트기 전 새벽처럼 어두워졌다.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정점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현지인들은 “괴물 ‘바타라 칼라(Batara Kala)’가 구름 속에 숨은 태양을 모조리 삼켰다”고 설명했다. 바탈라 칼라는 인도네시아 민속신화에 등장하는 지하 세계의 신으로 한국의 ‘불개’ 설화처럼 태양을 삼킨다.
 

오전 6시 20분부터 시작된 일식을 보기 위해 팔렘방 중심에 위치한 젬바탄 암페라 대교 위에는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안타깝게도 짙은 구름이 끼면서 달과 태양이 완전히 겹치는 순간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자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태양이 사라지자 인도네시아 우기의 더위도 한풀 꺾였다.
 

오전 8시에 이르자 태양의 가운데를 통과한 달이 아래쪽으로 빠져나가면서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찌푸린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오전 8시 31분 일식이 끝났다.
 

인도양에서 시작해 태평양에서 막을 내린 이번 우주쇼는 동서로 1만 km 거리에서 관찰됐다. 박한얼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의 폭은 155km에 불과했다. 이마저 대부분 바다 지역이어서 육상지역에서 관찰할 곳이 넓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오전 10시 10분부터 1시간 9분가량 부분일식이 일어났지만 태양의 3.5%가 가려지는 데 그쳤다. 제주에서는 태양의 약 8.2%가 가려졌다.
 

지구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3월 유럽에서 관측된 이후 1년 만이다. 한반도에서의 개기일식은 1887년 8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만강 인근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됐지만 서울에선 여전히 부분일식으로만 기록됐다. 서울에서 관찰할 수 있었던 마지막 개기일식은 1852년 12월 11일에 있었다.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 2일 북한지역에서 관측될 전망이며,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개기일식 동안에는 평상시 볼 수 없던 태양의 상층 대기인 채층과 수백만 도에 이르는 코로나와 홍염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테르나테 섬에서 일식을 관측한 봉수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식 현상은 지상에서 코로나를 관찰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라며 “천문연구원에서는 코로나 관측기를 우주로 보낼 예정인데 이번 개기일식 덕분에 지상에서 사전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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