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이 다시 뛴다]<상>특성화로 살길 찾은 대학들

2013.06.13 09:53
 
[동아일보] 아주자동차대, 교수 5명중 4명꼴 산업체 5년이상 경력자

경남 거창군의 한국승강기대는 승강기와 관련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전문대로 꼽힌다. 2010년 문을 열어 올해 두 번째 졸업생을 냈다. 취업률은 85.9%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취업자의 전공 연계율은 93.4%에 이른다. 1개 학부에서 5개 전공을 운영하면서 학생 수는 540명가량에 불과하지만 ‘강소전문대’로 불릴 만하다.

정부의 특성화 방안에 앞서 몇몇 전문대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전문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지역사회의 기업과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 지역과 함께 뛰는 ‘전문대 특성화’

한국승강기대는 거창군의 ‘거창승강기밸리’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설립됐다. 산학연 협동의 모델을 개척한 셈이다. 대학 주변에는 6개의 관련 기업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14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연구개발지원센터도 올해 말 완공된다. 주변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은 한국승강기대 졸업 인력을 원하게 구조가 짜여 있다.

충남 보령시에 있는 아주자동차대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자동차대는 한국지엠 보령공장과 가까울뿐더러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부품산업이 집결된 서해안 자동차벨트의 중심지에 자리 잡았다.

아주자동차대의 입지는 자연스레 기업이 원하는 주문식 교육을 가능하게 했다. 교수진의 80% 이상을 현대 기아 한국지엠 등 현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뽑았다. 이종화 아주자동차대 총장은 “대학 정체성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교수들의 실무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주자동차대는 지난해 64.5%의 취업률을 보였다. 4년제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아주자동차대 자동차디자인과로 진학한 김상용 씨(29)는 “산업용 찰흙으로 실제 생산할 자동차 모형을 만들어보는 실용적인 교육도 받고 전공을 살려서 취업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기 파주시 웅지세무대, 강원 횡성군 한국골프대 등도 대학 전체를 특성화한 전문대로 꼽힌다.

○ 대학 내 학과별 특성화도 활발

규모가 비교적 큰 대학에서는 학과별로 특성화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에 이미 설치된 여러 학과가 각자 차별화된 강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 용인시의 용인송담대 토이캐릭터창작과는 토이·캐릭터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학과다. 2006년 새로 만들어 디지털캐릭터 구체관절인형 캐릭터디자인 인형패션 인형메이크업 같은 세부 과정을 운영한다. 인형·토이제작업체, 게임·애니메이션업체 모델러, 캐릭터디자이너, 특수조형업체, 미니어처 및 소품업체에 활발하게 취업한다.

충남 당진시의 신성대 제철산업과 역시 취업 명문으로 주가가 높다. 이 학과는 올해 2월 졸업생 중 90%가량이 현대나 포스코 같은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1학년 때 이미 철강 관련 전공 자격증을 평균 4, 5개 정도 따도록 하는 특성화된 전공교육이 비결이다. 김재근 신성대 교수(제철산업과)는 “대다수 교과목을 전공 관련 자격증과 연계해 학생들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시의 연암공대처럼 특성화된 학과가 기업체와 취업협약을 하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연암공대가 최근 신설한 ‘스마트융합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뒤 모두 LG전자와 LG이노텍, LG CNS에 취업할 수 있다. 스마트 소프트웨어(50명)와 스마트 전기자동차(30명)로 나뉜 전공교육을 이들 회사와 함께 운영한다. 연암공대의 지난해 취업률은 81.1%.

최용섭 광주보건대 부총장은 “많은 전문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특성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느 분야에서는 어느 전문대가 최고라는 평판이 나오도록 보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이기우 전문대교협회장 인터뷰
“특성화 통한 전문인력 육성… 전문대 입지 다질 마지막 기회… 성적보다 열정있는 학생 원해”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사진)은 전문대를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마지막 기회’로 여긴다고

말했다. 앞으로 확실한 특성화로 입지를 다지지 못하면 상당수 전문대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고교를 졸업하고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옛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까지 올랐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6년 퇴임 이후 지금까지 인천 재능대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왜 전문대 특성화인가.

“단순히 전문대를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전문적인 직업 역량을 키우는 데 가장 적합한 교육기관이 바로 전문대이다.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은 실업계고 출신이 일궜다. 향후 성장은 전문대의 중견 산업인력을 필요로 한다.”

―특성화 전문대 100곳 육성이 정부 방안의 핵심인데….

“전문대 140곳 중 100곳 정도는 특성화를 통해 ‘강소대학’으로 살아남으라는 뜻으로 본다. ‘비교우위’가 있는 대학과 학과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곳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본다.”

―이명박 정부는 전문대 대신 고등학교에 주목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대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령 인구가 급감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17년까지

전문대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앞으로는 영영 기회가 없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 규모도 전문대의 노력에 달려 있지

않겠나.”

―어떤 학생들이 전문대에 가야 하나.

“하고 싶은 게 분명한 학생이 와야 한다. 8년 동안 가르쳐 보니 그렇더라. 내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요하지 않다. 특성화된 전문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이 열정과 만족도가 높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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