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정행위 처리에 관한 ‘A to Z’

2013.06.13 09:23

 

  지난해 이맘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대 수의대 강수경 전 교수가 주도한 논문 14편에서 조작이 발견됐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으로 인한 ‘황우석 트라우마’가 있는 줄기세포 분야인데다가, 촉망받던 여성 과학자에게 제기된 의혹이었기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부정행위 사건이 터지면 잠깐 기억이 날 뿐 사건의 마무리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부정행위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러한 사건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마무리되는 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년 전 서울대 수의대에서 발생한 사건을 토대로 연구부정행위 처리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제보에서 연구진실성위원회까지 학계의 몫

 

  연구부정행위 사건은 대부분 제보에서 시작한다. 특히 과학 연구는 분야가 넓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사람이 아니면 부정행위 여부를 발견하기 힘들다. 1년 전 강 전 교수 사건도 해당 분야를 잘 아는 것으로 보이는 익명의 제보자가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에게 논문 속 사진에서 중복 게재 의혹이 있다며 장문의 e메일을 보내면서 시작했다.

 

  해당 학술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논문 게재를 취소했으며, 이 사실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서울대는 이 사안을 적극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었다. 먼저 전문가 3인으로 이뤄진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예비조사를 시작했으며 여기서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연구진실성위는 외부 인사 2인을 포함해 총 7인으로 구성된 본조사위원을 위촉해 본조사를 실시했다.

 

  규정에 따르면 본조사는 40일 동안 진행되지만 연장을 거치며 연말께 결과보고서가 완성됐다. 연구진실성위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5일 “강 전 교수에게 제기된 연구부정 의혹이 사실이며, 강 전 교수가 조작을 주도했음을 확인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와 함께 강 전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넘길 것을 학교 측에 건의했다.

 

●부정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소속 기관서

 

  학계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연구진실성위와 함께 꼼꼼히 조사해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후는 행정적 절차에 해당한다.

 

  연구진실성위의 건의를 받은 서울대는 부총장을 포함한 10인으로 구성된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강 전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심의했다. 올해 3월 8일 징계위는 강 전 교수의 연구부정이 심각하고 반복적인 점을 들어 총장에게 해임 처분을 요청했다. 서울대는 이를 즉각 받아들여 같은 달 15일 해임했다.

 

  이로서 연구부정행위자가 속한 기관, 이 사건에서는 서울대가 취해야 할 조치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과학 연구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연구비로 진행된다. 연구가 부정행위로 진행됐다면 이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

 

●정부는 연구비 환수와 사업 참여 제한 조치

 

  강 전 교수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으로 수행됐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의 최종 발표 이후, 미래창조과학부는 강 전 교수에 대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 및 연구비 환수 범위를 심의하기 위해 산하 기관인 연구재단에 필요한 조치를 의뢰했다.

 

  연구재단은 해당 분야 전문가와 회계 및 법률 전문가 등 총 11인으로 이뤄진 제재조치평가단을 구성해 심의를 진행했다. 제재조치평가단의 심의내용을 전달받은 미래부 관계자는 “강 전 교수에 대해 최고 수준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연구부정행위 포함)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연구자는 최대 3년까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또 그 밖에 사업을 수행하기 부적합한 경우에는 최대 2년까지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이들을 모두 합쳐 최대 5년까지 사업 참여를 막을 수 있다.

 

  미래부는 지난달 강 전 교수에 대한 참여제한 결정사실과 함께 연구비에 대한 환수금액을 서울대에 통지했다. 서울대는 30일 이내에 해당 금액을 연구재단에 이체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시작된 연구부정행위 사건은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수고, 돈을 빼앗고 말았다. 서울대의 문양에는 새겨진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빛을 잃지 말아야 하고, 경쟁을 강요하는 시스템 속에서 연구자가 스스로 빛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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