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대국 전, 알파고 만날 수 있나

2016.02.26 18:25

지난 달 말일, 과학전문학술지 ‘네이처’는 전세계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표지를 내세웠습니다. 마침내 인공지능이 프로 바둑기사에게서 승리를 따냈다는 연구였지요. 주인공은 구글의 ‘딥 마인드(Deep Mind)’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였습니다.

 

알파고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논문과 동시에 발표된 다음 대국 상대 때문이었습니다. 그 상대는 바로 ‘이세돌’ 9단이었지요. 이세돌이 누굽니까. 바둑은 몰라도 이세돌을 모르는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둑기사입니다. 특히 이세돌은 실력만큼이나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도 일반인들에게 더욱 잘 알려져 있습니다(이쯤되면 ‘불리하다보니 대충 뒀는데 이겼네요’라든가 ‘싸울만 해서 싸워요. 수가 보이는데 어쩌란 말이에요’같은 문장들이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머리속 한 구석에서 떠오르실 겁니다).

 

알파고는 이미 바둑과 관련된 인공지능을 만들 때 널리 쓰는 알고리듬인 ‘몬테카를로 트리 방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국에서 놓여진 수(데이터)를 입력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승률이 높은 수를 고르지요. 대략 3000만 수를 학습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혹시 더 많은 수를 학습하면 실력을 더 쌓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할 때 쯤, 온라인 바둑계(?)에서 마치 유령같은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알파고가 온라인 바둑에 나타난다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둑은 상대가 필요한 게임입니다.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원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둘수 있지만, 요즘처럼 인터넷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는 랜선을 통해 얼굴을 모르는 대국 상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프로바둑기사 중 상당수가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본명이 아니라 닉네임을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일반인들과 대국을 즐기곤 합니다. 온라인으로 바둑을 두셔본 분 중 ‘왠지 그 때 상대가 프로기사 같았어. 엄청 잘 두더라!’라는 감탄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얼굴을 모른채로 오로지 바둑으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바둑을 학습하기에 최적의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알파고가 출몰한다고 알려진 곳은 ‘타이젬(tygem)’이라는 국제 온라인 바둑 서비스입니다. 이곳에 2014년에 가입한 유저가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실력이 확 좋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입니다. 게다가 2014년에 처음 가입한 다음에는 해당 서비스의 7~8단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지난해 말부터 9단 실력을 보이고 있습니다(이 단수는 공인 단수가 아닌, 해당 바둑 서비스에서 유저의 승률에 따라 부여하는 단수입니다).

 

tyge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tyge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이 유저의 대국 기록을 보면 2014년 가입 이후로 대국이 뜸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부터 갑자기 대국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2016년부터는 이제 2월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많은 대국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디 또한 알파고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심어줍니다. 바로 알파고를 만든 개발팀명인 ‘deepmind’입니다.

 

왼쪽 상단에 보이는 ‘deepmind’. 이 대국에서 알파고(추정)는 백돌을 잡았다.  - tyge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왼쪽 상단에 보이는 아이디 ‘deepmind’. 이 대국에서 알파고(추정)는 백돌을 잡았고, 승리했다.  - tyge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사실 이 두 가지 사실 만으로 ‘deepmind=알파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중국은 물론 국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에서 deep mind라는 단어는 찾기 어려운 단어가 아니지요. 그러나 이 ‘deepmind’의 대국을 지켜본 유저들은 바둑의 스타일을 봤을 때 사람일 수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몬테카를로 트리 방식을 이용하는 인공지능 바둑은 최선의 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둡니다. 그리고 그 방식 때문에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에서는 프로기사라면, 그것도 9단급의 실력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절대 두지 않을 자리에 수를 놓곤 합니다._김찬우 6단”

 

김찬우 (주)에이아이바둑 대표(프로 6단)은 일찍부터 deepmind가 알파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왔습니다. 북한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은별’을 들여온 김 대표는 바둑 인공지능 알고리듬에도, 바둑에도 정통한 ‘능력자’입니다. 최근에는 구글 앱스토어에 모바일 바둑앱 ☞바둑의 제왕’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알파고는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생각하는 인공지능입니다. 하지만 이길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입니다. 때로는 확률이 적은 자리에 둬야 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지 계산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형국을 읽어 현재는 이길 확률은 떨어지더라도 최종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두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바둑의 결정적인 차이겠지요.

 

구글 딥마인드팀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한, 타이젬의 ‘deepmind’가 알파고가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지금 이 시간에도 알파고와 그 개발자들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을 겁니다.

 

혹시 이세돌과 대국하기 전인 3월 8일까지 온라인에서 ‘deepmind’를 확인하면 그가 두는 수가 사람같은지, 아니면 인공지능 같은지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이세돌과 상대할만한 실력인지도요. 안타깝게도 기자는 ‘바알못’이기에 확인을 하기 어렵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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