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2병에… 후진 주차중 어린이 인형 친 줄도 몰라

2016.02.25 09:46


[동아일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술 마시고 운전 실험해보니
감각 무뎌져 운전대 제어 못해… S자코스 고깔모형 30개중 8개 받아

“어, 안 돼, 안 돼! 스톱!”

‘퍽’ 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진 주차를 하던 중이었다. ‘사고라도 났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차에서 내렸다. 뒷바퀴를 확인하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누군가의 왼쪽 어깨가 오른쪽 뒷바퀴에 깔려 있었다. 다리 위로는 타이어 자국이 선명했다. 키가 작은 걸로 봐서는 열 살도 안 된 어린아이 같았다. 분명히 제대로 주차했다고 생각했는데 바퀴는 흰색 실선을 50cm나 벗어나 있었다.

사람을 밟고 지나갔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대로 차를 두고 집으로 올라갔다면 영락없이 뺑소니 범죄자가 될 뻔했다. 다행히 실제는 아니다.기자가 친 건 실험용 사람모형이었다. 22일 경북 상주시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 기자가 직접 술을 먹고 진행한 음주운전 실험 상황이다. 이날 오후 1시 기자는 점심식사를 하며 소주 2병을 마셨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운전대를 잡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8%로 음주단속 기준(0.05%)을 넘었다. 평소와 비교할 때 마신 술의 양에 비해 수치는 높지 않았다. 정신도 말짱했고 운전을 못할 만큼 취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주행을 시작하자 손과 발이 말을 안 들었다. 핸들 제어 감각이 무뎌져 차체는 계속 뒤뚱거렸다. 약 25m의 S자 코스를 통과하면서 경계선에 놓인 30개 주황색 러버콘(고깔 모형) 중 8개를 밟고 지나갔다. 주행 반경이 음주 전보다 평균 1.5m나 커졌다. 실험을 주관한 교통안전공단 하승우 교육개발처 교수는 “음주를 하면 평소보다 핸들을 돌릴 때 힘이 더 들어간다. 실제 도로였다면 중앙선을 넘거나 보도를 침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 감각과 반응 속도도 문제였다. 앞서 가는 시범차량과 일정 간격을 두고 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가속페달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가면서 앞차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시속 50km 미만으로 달려야 했지만 속도계 바늘은 번번이 70km를 넘었다. 사고는 또 발생했다. 횡단보도 10m 앞에서 정지 신호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뒷바퀴까지 횡단보도를 넘은 뒤에야 멈출 수 있었다. 하 교수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만 넘어도 오감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안구 추적능력이 무뎌지면 정지 신호나 보행자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상주=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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