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벽이 우리를 막지 못해~

2013.06.12 14:57

  구멍이 뚫린 투명한 아크릴 벽 너머에 한 남자가, 반대편에선 그의 가족이나 연인, 지인이 앉아있다. 서로 안타까운 시선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벽 너머로 들리는 서로의 음성은 짧은 시간 이뤄지는 면회 시간만큼이나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조금 더 음성을 잘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답답한 벽은 목소리를 오롯이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머지 않아 벽을 사이에 두고도 서로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벽을 통과해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

 

  연세대 물리학과 이삼현 교수팀은 최근 음향 메타물질을 이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미국 물리학회가 발간하는 '피직스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단단한 벽은 소리 대부분을 반사한다. 작은 구멍을 뚫어도 소리는 미미하다. 소리의 파장보다 작은 구멍으로 소리를 전달하려면 구멍의 공기가 매우 빠르게 진동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단한 벽을 통과해서 진행되는 소리의 평면파를 그림으로 나타냈다. 붉은색은 공기가 압축되는 현상을, 파란색은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을 표현했다. 노란색과 녹색은 공기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냥 구멍만 뚫어 놓은 경우(가운데 그림)에는 공기압의 변화가 없어 음파가 통과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얇은 막으로 덮은 경우(아래 그림) 음파 에너지의 80%가량이 투과해 소리도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연세대 제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단단한 벽을 통과해서 진행되는 소리의 평면파를 그림으로 나타냈다. 붉은색은 공기가 압축되는 현상을, 파란색은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을 표현했다. 노란색과 녹색은 공기압의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냥 구멍만 뚫어 놓은 경우(가운데 그림)에는 공기압의 변화가 없어 음파가 통과하지 못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얇은 막으로 덮은 경우(아래 그림) 음파 에너지의 80%가량이 투과해 소리도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연세대 제공

 

  이 교수팀은 벽의 매우 작은 구멍을 팽팽한 플라스틱 필름(얇은 탄성막)으로 덮는 방법으로 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탄성막이 구멍 내 공기의 진동을 대폭 늘려주는 공명현상을 일으켜 마치 작은 스피커처럼 진동하고 소리가 벽을 통과하는 파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삼현 교수는 “고감도 음향 감지기나 현미경, 소음 필터, 새로운 형태의 창문(매표 창구), 음향 집중 장치 등 실생활의 많은 부분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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