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유전자 조작-DDT 살포? 더 무서운 모기 낳을 수도

2016.02.20 07:28


[동아일보] 지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인류의 딜레마

‘OX513A.’

코드명처럼 난해한 이름이 붙은 이 모기로 2011년 대규모 실험이 벌어졌다. 브라질 동북부의 바이아 주(州)였다. 영국의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이 모기는 플라스틱 통으로 옮겨졌다가 유리창문과 촘촘한 모기망이 설치된 화물차량 짐칸에 실렸다. 최근 브라질을 뒤흔들고 있는 끔찍한 소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모기가 밀집한 특정 숲에 도착하면 수만 마리의 OX513A가 자연으로 풀려났다. 그해 한동안 이런 실험이 반복됐다. 이 모기종은 ‘이집트숲모기’였다. 이 모기가 옮기는 치명적인 질병은 한 해 1억 명이 감염돼 고열과 구토 증세를 보이는 뎅기열이 대표적이다. 말라리아와 황열,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를 옮긴다.

OX513A는 유전자를 변형한 모기였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에서 창업한 생명과학 회사 ‘옥시텍’이 만들었다. OX513A는 후손에게 치명적인 유전자를 물려주는 수컷 모기다. 이 수모기를 자연 서식지에 풀어놓으면 암모기를 찾아 짝짓기를 하는데, 문제는 후손대에서 발생한다.

이후 암모기가 낳는 알에서 태어난 장구벌레는 어른 모기로 자라기 전에 죽어버린다. 유전자변형의 효과다. 2002년 이래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실험을 거쳤지만 브라질 연구는 특별했다. 그곳에서 유전자변형 모기를 1000만 마리나 만들어 적용하면서 실험이 급물살을 탔다.

당시 이 실험을 다룬 영국의 과학매체인 ‘네이처’에 따르면 2012년 3월 28,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 모기로 실험한 결과를 발표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모기 정복의 길이 열렸다는 내용이었다. 훗날 연구결과까지 종합하면, 이 유전자모기를 서식지에 풀어놓을 경우 모기퇴치율은 82% 이상이다. 옥시텍은 브라질 동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실험 규모를 키웠다.

옥시텍이 또다시 최대 규모 실험 기록을 경신한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임신부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염 속도가 빨랐는데, 감염 의심 사례의 86%는 브라질 동북부에 몰려 있었다. 특히 지난달까지 브라질 동북부 바이아 주에서 감염자가 35명이나 발생하면서 두드러졌다. 그런데 가만, 바이아 주는 옥시텍이 유전자변형 모기를 브라질에서 최초로 실험한 곳이 아니던가.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더 나아가면 음모론이 된다.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생물 유전자변형의 결과를 인간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유전자변형에도 살아남은 후대 장구벌레가 내성을 갖거나 특정 질병을 잘 옮기는 특성을 얻는다면?

실제로 실험 당시 유전자변형 모기 후손 중 3∼4%는 성충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불사신을 꿈꾸는 모기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옥시텍이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이라는 소문이 브라질을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음모론이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각종 위기 때마다 흔들렸던 브라질 정부의 권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기 연구자는 이 음모론을 어떻게 볼까.

“현재 모기를 정복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죠.”

국내 모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의 말이다.

“유전자변형 모기는 자연 모기의 어마어마한 번식력을 따라잡기 힘들어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에요. 현재도 숲 등 제한된 지역에서만 적용되고 있지요. 음모론일 뿐이지만 모기의 생명력이 온갖 실험을 극복할 만큼 뛰어나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분석이에요.”

인구를 줄이고 세계를 통제하려는 세력의 음모라는 설명만 빼면 모기에 관한 일정한 과학적 분석도 함께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 어마어마하다는 생명력이 어느 정도일까. 모기의 가장 무시무시한 점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경이로운 번식력에 있다. 암모기는 평생 일곱 번 정도 알을 낳는다. 그렇게 평생 낳는 알이 200∼700개에 이른다. 이렇게 탄생한 모기는 성충이 되면 또 그만큼의 알을 낳는다. 하루 사이에 탄생하는 모기만 해도 수십억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유전자변형 모기를 풀어도 미미한 수준밖에 될 수 없다.

또 모기는 생존주기가 1∼2주로 짧은 편이다. 이 또한 번식에는 장점이다. 생애주기가 짧은 만큼 살충제에 대한 내성도 빠르게 갖춘다. 살충제를 맞고도 용케 살아남은 모기가 일주일만 지나면 수백 마리의 후손을 남긴다.

질병관리본부와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연구팀이 1992년과 2010년 광주에서 채집한 빨간집모기의 살충제 저항성을 비교한 결과가 흥미롭다. 현재 방역당국이 주로 사용하는 성분인 ‘델타메트린’과 ‘에토펜프록스’에 대한 모기의 저항성을 분석했는데 8년 만에 385배, 224배나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엔 살충제 한 번 ‘칙’ 맞으면 죽던 모기가 이제는 살충제 샤워를 하고도 가뿐하다는 얘기다. 1992년엔 빨간집모기 90% 이상을 죽이는 데 에토펜프록스의 농도가 0.053ppm(kg당 5mg가량)이면 충분했지만 2010년엔 11.876ppm이어야 같은 효과를 냈다. 인간은 그렇게 빨리 내성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모기약 성분을 덩달아 독하게 높이기도 쉽지 않다.

또 모기는 3500종이 넘는데, 적응 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이번에 지카 바이러스로 유명세를 치른 숲모기 종이 무서운 것도 그 때문이다.

기존에 뇌염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모기는 야간에 활동하고, 도시 지역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전에 방충망을 치고 도시의 물웅덩이를 제거하면 막을 수 있었다. 반면에 숲모기는 밝은 낮에 활동하고, 숲에서 활동한다.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 만큼 방역당국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또 모기는 종이 많다 보니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높다. 재작년 국내 뇌염모기가 다수 발생한 것은 비교적 여름철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국내 흰줄숲모기 밀도가 높아졌는데 이는 가뭄이었기 때문이다. 흰줄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그 모기다.

지난해 국내 흰줄숲모기는 4055마리가 채집되면서 전체 채집모기(21만2695마리) 중 1.9%를 차지했다. 이는 2013년 0.26%에서 갑작스럽게 늘어난 비율이다. 지난해 가뭄에도 습기가 많고 우거진 숲에 살아서 강수량이 적어도 흰줄숲모기가 버텨낸 것이다. 국내에 서식하는 모기도 56종에 이른다.




금기어 DDT까지 다시 꺼낸 인간

모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일 정도. 위생이 좋아지고 살충제가 개발된 오늘날에도 이 정도다. 모기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는 오랫동안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 번 인간이 모기에게 반격을 시도해 승기를 잡았던 적이 있다. 맹독성 화학물질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에 살충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살충제로 만들어 쓰기 시작한 1942년부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DDT다.

그러나 1960년대 들면서 DDT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생명체에 축적된다는 점이 폭로됐고, 1972년 미국 환경부가 DDT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따라 비슷한 시기에 DDT 사용을 중단했다. 현재는 말라리아가 맹위를 떨치는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과 환경을 모두 아프게 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용이 제한됐던 DDT는 최근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모기와 전쟁을 벌이려면, 이 독성물질을 다시 꺼내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영국 의료자선재단 웰컴트러스트의 마이크 터너 감염·면역실장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이집트숲모기 퇴치를 위해 맹독성 살충제인 DDT 살포와 같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하기도 했다.

DDT를 마치 금기어처럼 여기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DDT가 독성물질인 것은 맞지만 넓은 대지에 농약처럼 뿌리는 것이 아니라 건물 외벽에 살짝 바르는 정도로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모기가 DDT에도 내성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DDT에 저항성을 가진 모기는 이미 1950년대에도 확인됐다. 모기는 계속 진화를 거듭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DDT가 언제까지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처럼 모기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강해지는데 인간의 대응 방법은 불안정한 유전자변형 모기를 제외하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1935년 5월 22, 23일 이틀에 걸쳐 동아일보는 ‘우리 생활을 협박하는 해충을 퇴치합시다’라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모기를 막는 방법으로 △소극적이나마 모기장을 치고 △집을 지을 때 철망 문을 달 것을 제안했다.

오늘날은 어떨까? 올해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모기장을 잘 치고, 긴팔 옷을 입어 모기에게 물리지 말 것을 개인 대응 방법으로 주문했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물리적으로 노출을 줄이고 피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임현석 lhs@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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