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일군 과학기술 50년 下·끝] 출연연 벽 허물고 뭉친 ‘어벤저스’

2016.02.19 07:00

 

한국기계연구원이 주축이 된 ‘3D 프린팅’ 융합연구단은 금속 소재를 이용한 3D 프린터와 관련 기술을 3년 내 완비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한국기계연구원이 주축이 된 ‘3D 프린팅’ 융합연구단은 금속 소재를 이용한 3D 프린터와 관련 기술을 3년 내 완비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대전 유성구 가정북로 한국기계연구원에는 ‘수상한’ 공간이 있다. 기계연 소속 연구원뿐만 아니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재료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매일 이곳으로 출근한다.

 

이들은 인공 치아에서 비행기 부품까지 상상하는 것을 바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각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파견한 ‘어벤저스’다. 공식 명칭은 ‘산업 실용화를 위한 고성능 3D 프린팅 시스템 및 소재 개발 융합연구단’(3D 프린팅 연구단).

 

이들을 이끄는 이창우 단장(기계연 초정밀시스템연구실장)은 “전문 지식뿐 아니라 각 기관에서의 경험 등을 바로 공유할 수 있어 의견 조율이 쉽고 의사 결정을 빨리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 한공간에 전문가들 모아 융합 효과 높여

 

최근 연구개발(R&D)의 화두로 꼽히는 ‘융합’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자주 모이긴 하지만 평소에는 연구자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시너지를 충분히 내지 못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각 출연연 연구원이 단순한 교류를 넘어 한공간에 모여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융합연구단을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타 기관에서 파견 온 연구원들에게 파견수당과 주거지 등을 제공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 융합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출연연이 연구실 벽을 허물고 융합연구단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한때 출연연의 근간을 흔들어놓은 통폐합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출연연에서 진행하는 R&D가 중복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출연연 사이의 물리적 간극이 점점 벌어져 출연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2014년 출연연 체제를 정비할 수 있는 NST가 공식 출범하면서 해결책 중 하나로 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사회와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에 해마다 최대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까지 실용화형 4개, 미래선도형 5개 등 총 9개 융합연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 금속 3D 프린팅, 3년 내 결실 기대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은 3년 내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융합기술을 연구한다. 3D 프린팅을 포함해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 줄기세포, 싱크홀 등 4개 분야다.

 

지난해 출범한 3D 프린팅 연구단은 금속 소재를 레이저로 녹여 3차원으로 쌓는 동시에 표면을 다듬는 방식으로 3D 프린팅 관련 장비에서 공정과 재료까지 모든 요소 기술을 한번에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3D 프린팅을 의료 기술에 적용한 연구는 활발했지만 제조업 분야에서는 발전이 더뎠다. 더구나 의료용 3D 프린팅에 가장 많이 쓰이는 티타늄 소재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었다. 연구단은 이런 산업계의 문제를 3년 내에 풀어내 금형이나 임플란트 등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상용화 통합 솔루션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을 주축으로 농가의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로 난치병과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줄기세포 유래 맞춤형 융복합 NK세포 치료제 개발’ 융합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또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싱크홀 등 지하 매설물 붕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사물인터넷 기반 도시 지하 매설물 모니터링 및 관리 시스템’ 융합연구단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거점을 마련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이끄는 ‘스마트팜’ 융합연구단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이끄는 ‘스마트팜’ 융합연구단은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시스템을 개발해 국내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제공

 

● 지구온난화, 고령화 문제, 융합에서 답 찾아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이 3년을 목표로 한다면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은 국가와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최대 6년 동안 운영된다. 현재 지구온난화, 고령화, 사물지능통신, 광물자원 개발, 에너지 등 5개 연구단이 선정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둥지를 튼 ‘초청정·고효율 연료 다변화형 미래 에너지 생산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석탄 화력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재구 단장(에너지연 기후변화연구본부장)은 “석탄 화력발전은 여전히 국내 발전량의 38%를 차지하고 있다”며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증기의 온도와 압력을 높여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고 배기가스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매 조기 예측, 치료제 및 환자케어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도로 치매 치료제와 도우미 로봇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주관하는 ‘자가학습형 지식 융합 슈퍼브레인 핵심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최적화된 지식을 내놓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관을 맡은 ‘한반도 융합형 광물자원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자원 고갈에 대비해 한반도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탐사 기술과 선광, 제련 등 소재화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을 내세웠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이끄는 ‘에너지 및 화학원료 확보를 위한 대형 융합 플랜트 기술 개발’ 융합연구단은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최호철 NST 융합연구기획부장은 “과학기술 예측 조사를 통해 도출한 국가적, 사회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최대 9개 융합연구단을 추가로 출범시킬 방침”이라며 “출연연의 벽을 허문 융합연구단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하는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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