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 인체의 바이러스 방어력 떨어뜨려

2016.02.18 18:00

우리 몸 안에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공생 미생물이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균형을 맞춰 살아가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만일 미생물 군집에 균형이 깨지면 염증성 장 질환을 비롯해 알레르기, 비만, 당뇨 등이 생길 수 있다.

 

미생물 군집에 불균형이 생기면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국내 연구진은 항생제로 인해 미생물 군집에 불균형이 생길 때 면역력이 어떻게 떨어지는 지 자세한 기전을 규명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지난달 25일자 온라인 판에 발표했다.

 

이흥규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이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 체내 유익한 미생물은 줄이고 해로운 미생물을 증식시켰다. 그 결과 이 쥐는 물집이나 근육통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단순포진 바이러스)에 더 잘 감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흥규 KAIST 교수팀은 공생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깨지면 바이러스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기전을 규명했다. 해로운 미생물이 많아지면 IL-33 양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를 막는 T세포의 이동이 억제된다.  - KAIST 제공
이흥규 KAIST 교수팀은 공생 미생물 군집의 균형이 깨지면 바이러스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기전을 규명했다. 해로운 미생물이 많아지면 IL-33 양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바이러스를 막는 T세포의 이동이 억제된다. - KAIST 제공

 

이는 미생물 조성에서 불균형이 발생하자 체내에 면역 관련 물질인 ‘IL-33’이 더 많이 생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바이러스에 맞서 신체를 지키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감염 부위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아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IL-33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해로운 미생물이 단백질 분해 효소를 분비해 몸속 상피세포의 손상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막연히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로 항생제 남용이 체내 공생 미생물의 불균형을 일으켜 바이러스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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