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밝이술로 와인 한잔 어때요?

2016.02.20 10:00

정월대보름에는 휘영청 달님도 구경하지만 부럼이나 오곡밥을 못 먹으면 왠지 섭섭하죠. 예로부터 조상들이 대보름에 이러한 음식을 먹었던 이유는 무얼까요? 대보름에 먹는 전통 음식에 숨겨진 과학을 소개합니다.

 

 

딱딱한 견과류 대신 깨물어먹는 부럼이 있다?

 

대보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부럼’이죠. 부럼은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등 견과류를 말하는데요. 예부터 조상들은 부럼을 나이 수만큼 깨물며 이도 튼튼해지고 부스럼도 나지 않길 바라며 한 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했습니다.


견과류는 워낙에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어서 평소에도 건강식으로 먹으면 좋은데요. 우리 몸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특히 필수지방산 중 하나인 리놀렌산이 있어 두뇌활동에 도움을 줍니다. 땅콩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피부를 매끈하게 하고 호두는 단백질 가운데 하나인 알부민이 많아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죠.


하지만 견과류에는 지방이 워낙 많아 열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적당히 먹는 게 좋습니다. 특히 이로 깨물어 먹는 풍습을 따르다 보면 자칫 치아에 무리가 갈 수도 있는데요. 치아가 약한 노인이나 영구치가 자리잡지 못한 어린 자녀들은 ‘무’를 부럼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견과류 대신 무를 씹는 부럼 깨기가 예로부터 전해왔다고 합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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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과 복쌈 먹으며 다이어트 효과까지


보름에는 흰 쌀밥 대신 다양한 곡식이 섞인 오곡밥을 먹습니다. 본래 ‘오곡’은 5가지 곡물이 아니라 오행사상을 따라 ‘모든 곡식’을 뜻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보리, 콩, 조, 팥, 기장과 쌀의 조합이 많았고, 최근에는 현미, 찹쌀, 수수 등을 넣은 오곡밥을 자주 먹습니다.


오곡밥은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해 나이에 관계없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건강식입니다. 쌀이 귀하던 시절 잡곡은 끼니를 잇기 위한 쌀의 대체식량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 쌀보다 더 영양이 풍부합니다. 쌀밥에 비해 열량은 20%가량 적어 다이어트 식사로도 각광받죠.  일반 곡류에 비해 도정과정을 덜 거치고 통곡으로 먹기 때문에 위장운동에도 효과적입니다.


오곡밥을 복쌈으로 싸먹으면 더욱 건강에 좋은 웰빙 식사가 되는데요. 복쌈은 대보름날 오곡밥을 취나물이나 배추 잎, 혹은 김에 싸서 먹는 것을 말합니다. 쌈을 여러 개 싸서 그릇에 높이 쌓아올려 성주님께 올린 뒤 먹으면 복이 온다고 합니다. 

 

 

묵은 나물 반찬 먹고 ‘내 더위 사가라’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외에도 나물을 빼놓을 수 없죠. 정월대보름에 먹는 나물은 취, 가지, 호박, 박,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고구마순 등이 있습니다. 오곡밥에 갖은 나물을 넣고 참기름 둘러서 슥슥 비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요. 가을에 캐둔 묵은 나물을 말렸다가 대보름날 삶아서 기름에 볶아 먹은 풍습을 ‘진채식’이라고 합니다. 


나물에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등이 풍부하죠. 보름날 풍성한 나물 반찬을 챙겨먹는 것은 겨울 동안 채소 섭취가 부족했던 영양소를 채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 ‘내 더위 사가라’며 더위 팔기를 하는 날이 바로 이날 정월대보름인데요. 묵은 나물을 먹으면 그 해 여름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린 나물을 요리할 때는 섬유질이 단단한 상태이기 물에 푹 담가 무르게 만들어줘야 나물 맛이 살아납니다. 들기름을 넣고 볶거나 들깨가루를 넣어줘도 맛이 깊고 고소해지죠. 

 

NASA 제공
NASA 제공


귀밝이술로 폴리페놀 풍부한 와인도 제격


대보름에는 귀밝이술도 한잔 해야겠죠. 귀밝이술은 한 해 동안 좋은 소식만 듣기를 바라는 뜻에서 청주와 같은 술을 한잔씩 마시는 풍습입니다. 고대 동양에서는 소리를 중시한 데서 그 유래가 있습니다. 본래 총명(聰明)’이라는 말은 ‘귀가 밝고 눈도 밝다’는 뜻으로, 똑똑한 아이는 귀가 밝은 아이를 뜻하죠. 이 때문에 대보름날에도 눈밝이술이 아니라 귀밝이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조상들은 대보름날 아침 식전에 소주나 청주를 차게 해서 귀밝이술을 마셨다고 전해집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 술을 마셨는데요. 아이들은 입술에 술을 묻혀주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평소에는 함께 술자리를 하기 어려웠던 부자지간에도 귀밝이술을 함께 마셨죠. 


올 대보름에는 귀밝이술로 청주 대신에 와인을 한잔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레드와인에는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건강한 청력을 유지하고 노화로 인한 난청 예방에 더없이 좋다고 합니다. 

 


※필자소개
이종림. IT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과학동아에서 기자로 일했다. 최신 IT기기, 게임, 사진, 음악, 고양이 등에 관심이 많다. 세간의 이슈들과 과학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글쓰고 있다.

 

※참고문헌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47049/bef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606N013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C201203N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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