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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불안해서 결혼 결심을 하지 못하겠어요.

2016년 02월 18일 17:00

※편집자주: 살림살이 좀 어떠십니까? 뉴스를 보면 도처에 안좋은 소식 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취업 걱정, 중장년 층은 노후 걱정에 노심초사합니다. 경제, 정치 심지어 날씨까지 우리 편은 없어 보입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한번쯤 고민할 법한 주제를 선정, 지면을 통해 상담을 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사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고민

사랑하는 연인과 몇 년째 교제 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의심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결혼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지고 불안해집니다. 나이도 있고, 양가에서도 조금씩 눈치를 받는 편입니다만, 과연 이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은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내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어, 상대방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망설여지는 마음은 부정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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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가 답합니다!

 

바쁜 분들을 위한 4줄 요약

1. 결혼 전 불안을 느끼는 커플이 많고, 결혼 시기도 점점 미뤄지는 경향이다.
2. 그러나 결혼 전 불안은, 사랑의 깊이와는 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3. 결혼 전에 이것저것 고려하며 고민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4. 불안감을 안고 결혼하는 것보다는,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진부한 말처럼 되어 버렸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을 소위 ‘삼포세대’라는 자조적인 말로 칭하고는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인데, 사실 이는 한국의 상황만은 아닙니다. 조금 뉘앙스는 다르지만,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일본에서는 사토리 세대들이라는 말로 불황 속에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서른이 넘어서 결혼하지 못한 여성을 마케이누(負け犬)라고 비하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싸움에서 진 개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좋은 배우자 감을 찾는 일은, 비단 우리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유성생식을 하는)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불안은 교제 기간이나 사랑의 깊이와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결혼을 앞두게 되면, 사실 그동안 사랑했던 경험보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미래,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자손의 미래까지 염두에 두게 됩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배우자 선택과 관련한 진화 이론은 무수하게 많습니다만, 특히 혼인 내에서 일어나는 성적 다툼은 결혼 전 불안의 큰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혼인은 남성의 자원과 여성의 자손번식능력간의 결합을 통해서 서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인데,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계약관계’는 아주 미묘하게 진행되고는 합니다. 일종의 성적인 전략적 간섭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핌브웨 족은 이혼율이 높지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탄자니아의 핌브웨 족 남성이 원하는 아이의 숫자는 약 6명, 여성이 원하는 아이의 숫자는 약 4명이었습니다.

 

그에 반해서 이혼율이 낮지만, 일부다처제를 보이는 케냐의 킵시기스 족은 남녀 모두 약 6-7명 정도의 아이를 원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핌브웨 족의 남성은 아내가 한 명뿐입니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이 키울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자녀수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킵시기스 족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남편의 아이를 낳거나 키워 줄 여성이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자녀를 낳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전 진화심리학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어떤 형질을 가진 이성에게 끌리는 지에 대한 이론이나 각자의 생식 전략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습니다. 남성이 항아리 모양의 골반을 가진 여성에게 더 끌린다든가, 혹은 여성이 부유한 남성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는 등의 이야기는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물론 몇 년씩이나 교제를 지속해 온 사이라면, 서로 좋아하고 있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것을 진화적 매력에 의한 것이라고 부르든, 혹은 운명적 사랑의 결과라고 하든 말입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두고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지니까, 내 사랑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혹은 지금까지 사랑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핌브웨 족과 킵시기스 족의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남편과 아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의 숫자는, 그들이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습니다. ‘당신을 많이 사랑하니까, 아기를 열명 낳아야지’ 혹은 ‘별로 사랑도 안하니까, 한 명만 낳아야지’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대상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과, 최적의 배우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자녀의 숫자만이 아닙니다. 결혼을 앞두면, 첫 아기의 출산 시기, 원하는 가족의 크기, 거주 형식, 결혼생활에 대한 친족의 개입 정도, 경제적 부담 비율, 가사의 분담 수준, 심지어는 이혼의 잠재적 가능성과 상대적인 손익 등에 대한 고려를 하게 됩니다. 너무 이것저것 따지는 것 같아서 낭만적 결혼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분명한 현실입니다.


처음 연인을 만났을 때로 돌아가 봅시다. 처음 만나는 순간, 거의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외모와 목소리, 태도, 성격 등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교제를 지속하면서 우리는 상대방의 다양한 자질에 대한 평가를 합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매력 있는 대상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긴 시간 반복하면서, 상대의 충실성을 확인하고 변하지 않는 가치도 확신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이를 두고 이해타산적인 사랑이라고 폄하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매파라고 부르던 중매쟁이가 혼사를 주선하고는 했습니다. 그 중매쟁이의 역할이라는 것이, 서로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혼인의 다양한 조건을 조정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결혼정보회사가 그런 역할을 대신하고 있죠. 이러한 상업적인 결혼 중개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취할 것은 취해야 합니다.


오랜 연인이라면 솔직하게 마음에 있는 걱정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드는 불안은, 상당 부분 잠재적인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 친족의 관여와 개입 정도에 대한 몇 가지 불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혼과 결혼 이후의 생활에 대한, 적절한 분담 정도에 대한 것도 있습니다. 아마 대개의 문제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지 모릅니다. 잘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더 깊은 사랑(연인보다는 보다 부부에 가까운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6년, 긴 사랑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에필로그

 

결혼 전 불안, 즉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거의 1/3의 예비신부에서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결혼은 남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대사이지만, 여성에게 주는 무게가 더 무거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진화인류학의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남성과 여성이 상대 배우자에게 꼭 확인 받고 싶어하는 자질이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 남성이 여성에게 확인하고픈 조건: 신체적 매력, 충실성, 임산과 출산의 가능성
▷ 여성이 남성에게 확인하고픈 조건: 미래의 재정적 전망과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연상 선호(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것), 야망, 근면성, 신뢰성과 안정성, 큰 키와 양호한 신체적 능력, 건강, 남성성, 사랑과 헌신, 유머, 목소리 등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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