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의 休]어디선가 요정이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동화의 섬

2016.02.13 08:11


[동아일보] ‘꽃보다 청춘’이 떠난 아이슬란드
《 여행 격언 중엔 이런 것도 있다. ‘바보 셋도 함께 가면 제대로 찾아간다’는. 셋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협동의 미학’을 간파한 말이다.

‘꽃보다 청춘’ 배낭여행 프로젝트 매니저 나영석 PD도 이걸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병신년 첫날 방영(tvN)을 시작한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의 주역으로 ‘바보 4인방’을 선택한 것을 보면. 조정석 정상훈 정우 등 30대 남자 세 명은 뒤늦게 합류한 마지막 ‘바보’ 강하늘과 함께 ‘글로벌판 만재도’(‘삼시세끼’의 무대·전남 신안군 흑산면)인 아이슬란드에서 여행 무식자 4인방의 우왕좌왕 배낭여행기를 엮어냈다.

그들은 첫 회부터 멋진 멘트를 날렸다. ‘우리 오로라 가서 아이슬란드 보고 오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히트시킨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 잔 해야제?’의 패러디다. 그리고 이 유쾌한 오해가 아이슬란드 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겼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진짜 오해’를 양산해서다. 》

아이슬란드는 이름처럼 ‘얼음천지’가 아니다. 얼음에 덮인 면적은 11%에 불과하다. 진짜 얼음천지는 이웃한 ‘그린란드(Greenland)’다. 지상 최대의 이 섬이야말로 80%가 얼음 덩어리다. 이름이 뒤바뀐 이유? 의도된 실수다. 18세기 식민지를 개척할 때 사람이 많이 몰릴 듯한 곳에는 ‘얼음(아이스)’을 붙여 관심을 줄이고, 관심이 없을 듯한 곳에는 ‘초록(그린)’을 넣어 유인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슬란드는 무지하게 추운 동토로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따뜻한 멕시코만류 덕에 한겨울에도 영하 3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드물다. 낮에는 영상 10도까지 오른다.

그렇지만 아이슬란드는 특이한 나라이긴 하다. 땅덩이는 남한만 해도 사는 이는 32만 명뿐인 북극권 바로 아래 섬이다. 나무는 자라기 어렵고 식물이라고는 이끼뿐인 척박한 땅이다. 게다가 섬은 두 지각판(북대서양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놓여 점점 갈라져 쪼개지는 형국이다. 경작과 거주가 가능한 땅은 1%에 불과하다. 그런 아이슬란드에는 ‘냉정’과 ‘열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국토 11%를 모자처럼 덮고 있는 빙모(氷帽·흐르지 않는 빙하)와 그 지하에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을 허다한 화산과 마그마가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냉정과 열정의 섬

냉정과 열정이 이 섬에선 수시로 충돌한다. 화산분화다. 2010년 폭발은 엄청났다. 유럽의 항공교통을 전면 중단시킬 정도로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여행자가 몇 날 며칠을 공항터미널에서 지냈다. ‘공항난민’이란 신조어까지 낳을 정도였다. 이는 분화가 빙모 아래서 일어난 탓. 분화구로 쏟아진 얼음은 순식간에 녹아 고압 수증기로 변했고 그로 인해 2차 폭발이 일어나 액체상태인 마그마까지 순식간에 화산재로 바뀌었다. 그래서 통상의 화산분화 때보다 더 많은 화산재가 터져 나왔다.

해안을 뒤덮은 검은 대지가 그 흔적이다. 엄청난 화산재가 녹은 얼음 때문에 발생한 홍수에 떠밀려 내려와 쌓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지평선을 이룰 만큼 광대하다. 그리고 그 지평선은 수평선과 맞닿아 있다. 이런 특별한 모습,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일 듯하다. ‘링로드(Ring Road)’라 불리는 국도 1호선이 이 해안을 따른다. 그리고 그게 관광루트다. 그래서 이렇게도 불린다. ‘투어리스트 컨베이어 벨트(Tourist conveyor belt)’라고.



‘지구 속 여행’의 출입구

바보 4인방의 아이슬란드 배낭여행기 1편엔 멋진 풍경이 짬짬이 등장했다. 그중엔 코끼리바위라 부를 만한 암벽해안도 있었다. 비크(Vik)라는 섬 남단 해안마을의 근방인 레이니스퍄라 해변이다. 그곳 풍치도 지구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만큼 특이하다. 강풍에 일어난 거친 파도는 모래 해변을 삼키려는 듯 맹렬한 기세로 육지를 향해 돌진한다. 그 해변에선 주상절리의 기묘한 절벽이 이 흉포한 바람과 파도에 맞서고 있다. 주상절리는 분출된 용암이 순식간에 냉각되며 육각, 사각 기둥으로 변한 현무암 벼랑. 새들에겐 기막힌 피난처라 새들의 왕국이다. 그 앞 바다엔 부산 오륙도를 닮아 볼 때마다 그 수가 바뀌는 바위섬이 위태로이 수면을 지킨다.

이 풍경.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의 소설 ‘지구 속 여행’에서 나오는 땅속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슬란드는 섬 전체가 그렇다. 어딜 봐도 풍경이 특이하다. 그런데 쥘 베른의 상상력도 그에 못지않다. 아니, 너무나 뛰어나 독자의 서툰 상상을 단박에 무너뜨린다. 그게 그의 소설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킨 힘이다. 그 놀라운 상상력, 과연 어디서 온 걸까. 여행이었다. 그는 열정적인 여행가였다. 이 작품도 그 결과다. 땅이 갈라지고 지면 위로 열수(熱水)가 솟구치는 화산섬, 그 풍경을 보고 그는 땅속 세상을 창조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세계 진입로의 실제 무대가 바로 이 아이슬란드다.

그 ‘땅속 입구’를 찾아 차를 몰았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멀지 않은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 노르웨이에서 이주한 바이킹이 부족 간 협의체(알싱)를 구성해 매년 한 차례 노천회합(900∼1798년)을 열던 곳이다. 입구는 그 부근. 20∼30m 높이의 벼랑 사이로 난 폭 15∼30m의 통로가 거기다. 이 길은 북대서양과 유라시아, 이 두 지각판이 서로 멀어지며 생긴 틈. 이 균열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틈은 섬을 가로지른다. 섬의 활발한 분화는 여기서 기인한다. 우연찮게도 두 지각판 위에 얹힌 형국의 섬 지하가 열점(熱點·마그마의 근원지가 되는 화산)이고 거기에 용암상승류가 존재해서다.



바이킹(Viking)과 비크(Vik)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의 지명엔 ‘비크’가 많다. ‘배를 댈 수 없는 바위해안’이라는 뜻이다. 노르딕 사람을 뜻하는 바이킹(Viking)도 이 비크에서 왔다. 수도 레이캬비크는 연기를 뜻하는 ‘레이캬’와 비크의 합성어다. 연기는 지열로 데워진 수증기. 이곳에 처음 당도한 바이킹의 눈에 들어온 첫 모습이 곧 수도 이름이 됐다. 레이캬비크는 동화 속 풍경을 닮았다. 크지 않은 집이 전부 노란색 빨간색이어서다. 그런 도시를 조망하기엔 ‘페를란(Perlan)’의 옥상전망대만 한 곳이 없다. 언덕 위에 지은 4층 건물로 전체를 지열로 데우는 온수저장고다.

온수는 다름 아닌 온천수. 레이캬비크에서 멀지 않은 곳(39km 거리)엔 지상에서 가장 큰 노천온천욕장이 있다. ‘블루라군’이란 곳으로 지하가 온통 마그마로 채워진 구릉지대에 있다. 그 이름은 푸른색이 감도는 우윳빛 온천수에서 왔다. 거기선 모두가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욕을 즐긴다. 그중엔 블론드(Blonde·금발에 파란 눈)의 북구 여인도 많다. 규모는 수백 명이 동시에 들어가도 붐비지 않을 정도, 수온은 37∼39도. 250도로 용출된 온천수는 지열발전소에서 발전터빈을 돌리면서 식은 다음 이 온천욕장으로 온다. 이 물엔 규소와 황 성분이 많이 함유돼 건선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원천에선 뿌연 진흙도 함께 용출된다. 그래서 블루라군엔 진흙을 얼굴과 몸에 바르는 머드세러피 욕장이 따로 있다. 입장료(30유로)에 포함돼 있다.



골든서클과 글래시어라군

아이슬란드의 ‘골든서클(Golden Circle)’은 여행의 필수 코스다. 싱크베틀리르 국립공원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시키는 귀들포스 폭포, 7∼8분 간격으로 고온의 물기둥이 30m 높이까지 치솟는 게이시르(Geysir)의 간헐천 등을 묶어서 관광하는 루트다. 이 모두는 화산활동의 산물. 간헐천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가이저(geyser)’도 간헐천이 있는 이곳 게이시르에서 유래했다. 섬 남쪽의 ‘이외퀼사우를론’도 골든서클과 함께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은 온천욕장 블루라군과는 반대로 빙모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글래시어라군(Glacier Lagoon)’. 거대한 산악을 덮은 엄청난 두께의 빙모가 바다로 흘러나와 만든 얼음 호수다. 역시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비경이다.



비크(아이슬란드)에서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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