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造船 달인들 ‘미래의 명장’ 키운다

2013.06.11 10:10


[동아일보] ■ 삼성重, 공고생 66명 대상으로 ‘프리 마이스터’ 교육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해양생산팀의 이상만 씨(56)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용접 전문가다. 주특기인 ‘6GR 용접’은 주로 파이프 등을 이어붙일 때 쓰이는 최고난도 기술이다. 1999년 그는 한국품질명장협회가 선정하는 ‘한국품질 명장(名匠)’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가 요즘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푹 빠졌다. 거제공고 3학년 학생 20명이 그의 제자다. 이 씨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한 허름한 철공소에서 처음 불꽃을 튀겼던 스물한 살의 자신을 떠올리곤 한다.

“대학에 간 친구들보다 학교를 짧게 다녔다고 꿈까지 작게 꾸진 마십시오. 우선 꿈을 크게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세요.”

○ ‘미래의 명장’ 키우는 명장들

삼성중공업은 거제공고, 경북기계공고, 금오공고, 부산기계공고, 삼천포공고, 전북기계공고, 평택기계공고, 부산자동차고 등 8개교 학생 66명을 대상으로 ‘프리 마이스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3학년으로 1년여의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삼성중공업 입사가 확정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론 및 인성 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은 올해 초 쟁쟁한 스승들과 직접 마주했다. 삼성중공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명장 4명, 한국품질 명장 4명, 삼성중공업 사내 명장 7명 등 명장 15명을 교육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이 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객지 생활을 전전하다 20대 초반에 용접 일을 시작했다. 그땐 무조건 용접봉부터 잡았고, 불꽃이 얼굴에 튀는 줄도 모르고 일에 열중했다. 2m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일주일간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도 했다. 일을 가르쳐 주는 이가 없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곁눈질로 배워야 했다. 이 씨는 “나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현장으로 나가 너무 힘들었고 선배들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다”면서 “아이들에겐 기술자의 생명이랄 수 있는 ‘기본기’를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공고 3학년인 도찬우 군(18)은 “명장은 모든 프리 마이스터들의 꿈”이라며 “명장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들어 꼭 좋은 기술인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거제조선소 품질경영팀의 홍순기 씨(45)는 지난해 품질경영 분야에선 처음으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그 역시도 ‘품질경영의 달인’이 될 때까지 선배들로부터 숱한 꿀밤 세례를 받아야 했다. 책자나 교본이 있을 리도 만무했으니 몸으로 부딪치며 모든 노하우를 익혔다. 홍 씨는 “우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겪은 아픔을 후배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 씨의 큰아들 진규 군(17)은 거제공고 2학년이다. 진규 군의 꿈은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대를 이어 명장이 되는 것이다. 홍 씨는 “지금은 아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내년엔 내 아들을 직접 가르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청년들아 꿈을 꾸어라”

거제조선소 가공2팀의 김진현 씨(55)는 용접 부문과 안전관리 부문의 전문가로서 삼성중공업 사내 명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매주 한 차례 거제공고에 들러 학생들을 만난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학력보다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지금 하나같이 삼성중공업에 무사히 입사하는 것만 목표로 삼고 있지만, 지금부터 입사 후 자신이 도전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홍 씨의 지론은 본격적인 업무는 회사에 와서 배워도 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틈날 때마다 “가장 최고를 꿈꾸라”고 얘기한다. 홍 씨는 11일 경기 평택기계공고에 홀로 출장을 가 ‘도전과 열정’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한다. 그 학교엔 프리 마이스터 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이 2명뿐이다. 홍 씨는 “1명이든 2명이든 상관없다”며 “내가 미래의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먼 곳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우리 때는 못 먹고 못 배웠지만 뚝심이 있었어요. 용접 아니면 할 게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고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 없잖아요?”

이 씨는 올해 2월 방송통신고를 졸업했다. 정년을 2년 6개월 앞둔 이 씨는 현재 야간대학 입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학업은 내게 또 다른 도전”이라며 “학생들도 끊임없이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현근 거제공고 교장은 “명장의 명성에 걸맞은 전문 지식과 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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