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모기만 박멸하면 안전할까

2016.02.03 18:00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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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모기가 아닌 성 접촉으로 ‘지카 바이러스(ZIKV)’에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각국의 보건당국이 모기 박멸에 총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감염 경로가 확인되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의 요청으로 역학 조사를 벌인 결과 한 환자가 성관계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환자는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방문한 적이 없지만, 이 환자와 성관계를 가진 연인은 바이러스 유행 지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에 다녀오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주로 이집트 숲 모기에 물리면서 바이러스가 체내로 유입돼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7건의 감염 사례는 모두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서 모기에 물려 유입된 경우였다. 미국 내에서 감염된 사례가 공식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느 슈채트 CDC 수석부장은 “해당 환자는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방문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지카 바이러스 확진을 받았다”며 “매우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이번 감염 사례는 모기가 아닌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08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세네갈 동남부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남성 환자가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 아내와 성관계를 가졌는데, 1년 간 미국 밖을 여행한 적 없는 아내도 3일 뒤 똑같은 감염 증세를 보인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혈청 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았지만 당시 남성 환자의 정액에서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확진 환자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성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디디에 무소 프랑스 루이말라르데연구소(ILM) 신종전염병부 박사팀은 2013년 12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타히티섬 출신의 44세 남성 확진 환자의 정액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며 성 접촉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지난해 2월 CDC 학술지 ‘신종전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했다.

 

현재 지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발진을 동반한 발열, 경미한 관절통이나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는 지카 바이러스의 증상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신 전후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신생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소 박사는 “모기뿐만 아니라 성 접촉이나 수혈, 임신(태아 감염)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행 지역이 아닌 지역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다”며 “임신과 태아 소두증의 연관성에 관한 과학적인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것은 아니지만 임신을 계획하고 있거나 임신 중인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도 지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국 여행 자제, 헌혈, 성 접촉 등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남성의 정액을 통해 여성에게 감염된 사례만 발견됐을 뿐 여성에서 남성으로 감염되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호흡기 바이러스처럼 재채기 등을 통한 비말 감염 사례도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과도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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