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 확산 진원 브라질 “임신부, 올림픽 오지 말라”

2016.02.03 10:57


[동아일보] [WHO ‘지카 비상사태’ 선포]
WHO, 백신 개발 국제공조 돌입… 에볼라 때 늑장대처로 비난받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신속하게 선포한 배경에는 2014∼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의 뼈아픈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있다.

2013년 1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발병한 에볼라는 이웃 국가인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 급속하게 번져나갔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시점은 2014년 8월로 이미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였던 1976년 발병 사태 당시 431명의 두 배를 넘어선 뒤였다. WHO의 늑장 대응으로 지난해까지 전체 사망자는 1만3000여 명으로 치솟았다.

지카 바이러스만 놓고 보면 에볼라나 신종플루보다 치명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감염자의 80% 이상은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고 2주 뒤 체내 바이러스가 자연스레 소멸된다. 나머지 감염자들 역시 가벼운 발열이나 발진 증세만 보일 뿐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중남미 지역에서 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수천 명의 소두증(小頭症) 신생아가 태어났다는 점이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면서도 “소두증만으로도 충분히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가 감염 국가로의 여행이나 무역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임신부를 제외하면 치명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만 6∼9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은 지카 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퇴치와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재원과 인력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WHO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 세계 각국 보건당국도 숨 가쁘게 움직였다. 사태의 진원지인 브라질은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임신부 방문 금지를 권고했다. 또 법원 영장 없이도 방역요원이 민간 시설에 들어가 모기 박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 특별조치도 발표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WHO의 비상사태 선포에 맞춰 미국령 사모아, 코스타리카, 네덜란드령 퀴라소, 니카라과 등 4개국을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여행주의보를 내린 국가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미국이 임신부들의 여행 자제를 권고한 나라는 24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었다. 또 해당 지역에 복무하는 군장병과 군무원 가족 가운데 임신부의 귀국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과 대만 정부는 WHO 발표 직후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환자 발견 때는 반드시 보고하도록 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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