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부모님 잔소리, 어떻게 대처하지?

2016년 02월 08일 07:00

※ 편집자주: 설날 연휴입니다. 무려 5일입니다. 즐겁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명절이 즐겁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명절 가사 노동으로 고생할 분, ‘결혼 언제?’ ‘취업은?’ 등 애정(?) 어린 한 마디에 상처 받을 분에게 설날 인사하기 꺼려집니다. 명절에 가족들과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을까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에게 지혜롭게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설 연휴만 되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는 분이 있습니다. 원인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부모님. 십 수년째 반복되는 부모님의 지루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부모님의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고, 나를 위한 말씀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 법인데, 부모님의 덕담은 해가 갈수록 점점 정도를 더해 갑니다.

 

GIB 제공
GIB 제공

 

모든 인간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강력한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랑은 부모-자식 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가 부모에게 느끼는 애착의 감정은, 이후 경험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기본이 됩니다. 이는 부모가 아기에게 느끼는 돌봄의 감정과 쌍을 이루면서 성숙해 갑니다.

 

 

서구 유럽이나 한국, 일본과 같은 산업사회에서는, 자녀에 대한 사랑과 양육이 거의 무조건적으로(경제적인 측면에서) 제공됩니다. 마빈 해리스라는 인류학자는 선진 산업국가에서 자녀에게 드는 비용만 고려한다면, 이미 출산율이 0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자바의 12~14세 소년은 일주일에 평균 33시간을 일하며, 9~11세의 소녀는 평균 38시간을 일합니다. 방글라데시 농촌 지역의 남자아이는 15세가 되면, 사실상 부모에게 받은 자원을 모두 되갚게 된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제 3세계 국가에서는, 그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영아살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납니다. 이쯤 되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도 없다’는 말이 모든 사회에서 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란과 다양한 설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빈 해리스는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독 선진 산업사회에서 부모들이 돌려받지 못할 투자를 자식에게 하고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소외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자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사랑과 기쁨(물질적 보상이 아닌)을 기대하고, 아기의 끊임없는 무한한 요구에 응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부모님이 제공한 무모한 수준의 투자, 즉 사랑은 사실 바로 오늘을 위해서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 말입니다.

 

 

막 퇴근한 당신에게, 5살짜리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와서 와락 안길 때 느껴지는 사랑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책을 읽는 당신의 옆에 살금살금 다가와서 목을 꼭 포옹하는 아이의 따스한 촉감을 알고 있으신지요? 이미 자녀는 성인이 되어 버렸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예전에 와락 안기던 그 따스한 촉감과 고소한 살내음을 기억할 것입니다.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무시무시하게 타산적인 세상을 겨우겨우 살아 내신 우리 부모님 세대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비타산적 사랑의 대상이 바로 우리입니다. 그러니 얼마간의 용돈이나 선물세트를 들고 간다고 해도, 부모님 입장으로는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금 지겹고 괴로운 말씀을 하시더라도, 오늘만큼은 기쁘게 들어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약간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젊은 부부였던 시절, 어린 아이였던 여러분과 행복하게 놀던 기억을 눈앞에서 다시 떠올리실 지도 모릅니다. 

 

아기의 부드러운 촉감과 고소한 냄새를 다시 느끼실 지도 모릅니다. 필요한 것을 받았으니, 필요하신 것으로 갚아야 합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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