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의 유혹, 실제로도 매력적일까?

2013.04.25 16:04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구나 한 번 쯤 “처음으로 되돌아간다면 정말 잘 할 수 있을텐데…”라고 한탄을 한다.

‘만약(if)’이라는 가정을 통한 상상은 잠시나마 신선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인 사건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삼국통일을 신라가 아닌 고구려가 했다면, 요동정벌에 나섰던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지 않았다면, 수양대군이 정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펴지 않았다면……. 만약이라는 가정은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는 생각을 이끌어 낸다. 이 같은 상상은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주기도 하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역사라는 공이 굴러가는데, 아주 작은 힘이 옆에서 ‘툭’하고 가해질 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막은 시간여행…상상력으로 안될게 뭐 있나

시간 여행(time travel)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관계가 있다. 시공간을 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에 가까워져야 하는데,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 이상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장치 중 어떤 것도 빛의 속도에 가깝게도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지난 2011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발견했다고 밝히며 시간여행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간여행은 많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펼치기 가장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H. G.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부터, 영화 백 투더 퓨처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들이 우리에게 선 보였다. 그렇지만 과연 미래나 과거가 시간여행을 통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갈까. 이 같은 생각을 뒤집은 것이 영화 ‘나비효과’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되돌아갔지만, 현재는 원하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한 순간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주 작은 힘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 많은 사람이 개입되고, 과거와 현재가 끊임 없이 대화하며 역동적으로 변해가는 역사를 단지 한 사람이 시간여행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상상력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바로 스티븐 킹의 ‘11/22/63’이다. 스티븐 킹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릴러나 호러물을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그만의 개성 넘치는 상상력으로 SF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소재나 작품 구성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는 행복해질까?

‘11/22/63’은 현대 미국인들의 트라우마로 남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서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여행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1990년대에 만든 영화 JFK에서도 나오듯이 그의 마지막은 현대 미국인들의 가슴에 가장 큰 상처로 남아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경제불황과 냉전, 핵전쟁의 공포가 극으로 치닫던 시기에 젊음과 희망, 비전을 제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로 JFK의 암살 전모는 일단락된 듯 싶지만, 암살범인 리 하비 오스왈드가 어떻게 암살을 시행하게 됐는지, 그 배후는 누구인지, 오스왈드가 교도소에서 이송 중에 잭 루비에 의해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잭 루비 역시 교도소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하는 등 사건의 진실은 ‘저 너머에’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작품은 여기서 시작된다. 과연 JFK가 암살당하지 않고 살아있었으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부수적으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이를 엿보는 재미도 솔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간여행의 특징은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장소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 독자들을 더 긴장시킨다. 여기서 시간여행은 무조건 1958년 어느 특정한 날, 한 곳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JFK 암살은 1963년 11월 22일 일어나는데, 주인공은 이를 막기 위해 무려 5년 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 긴 기다림 중 여차 실수라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시 원점인 1958년에서 시작해야 한다. 21세기를 사는 시간여행자가 무려 5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5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종일관 위험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또 미래를 바꾸기 위해 아주 사소한 일을 하더라도, 의문의 사건은 끊임 없이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말한다. “과거는 바뀌길 원치 않거든요. 바꾸려고 하면 저항을 해요. 변화의 가능성이 클수록 더 심하게 저항을 하죠”라고.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대화는 주제가 바뀌거나 상대가 바뀌면 내용 자체가 예상치 못하게 전혀 달라지게 된다. 과연 한 사람이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세상이 변할 수 있을까?

책을 덮는 순간 또 다른 과학적 상상력은 물론이요, 인간 본연의 자유의지와 숙명 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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