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소두증과 지카 바이러스

2016.01.30 10:20


[동아일보]

“지카 바이러스에 걸리면 머리 작은 아기 낳는다며?” “그러게. 머리 작은 아기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20대 여성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헛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소두증(小頭症)을 연예인처럼 작은 얼굴을 갖는 걸로 이해하고 있었다.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 머리 둘레는 32cm 이하로 정상 범위(34∼37cm)에 못 미친다. 머리가 작은 이유가 뇌가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인 걸 알았더라면 이런 말을 못했을 것이다. ‘microcephaly’란 단어를 소뇌증(小腦症)으로 번역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질에선 23일까지 소두증 아기 4180명이 발생했고 이 중 68명이 숨졌다. 원인은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다.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목받게 된 건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소두증 아기가 태어나는 것으로 의심되면서부터다. 2014년만 해도 150명에 불과했던 소두증 신생아가 급증한 원인을 찾다 보니 지카 바이러스가 지목된 거다. 그해 브라질에선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려 세계인이 몰려들었다.

▷브라질은 문자 그대로 패닉이다. 2월엔 우기가 시작돼 모기가 극성인 데다 리우 축제가 있고 8월엔 올림픽이 열린다. 경제와 정정이 불안한데 올림픽마저 망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판이다. 콜롬비아와 자메이카에선 임신 자제 경계령도 나왔다. 지금껏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인과관계를 공식 인정하지 않던 세계보건기구(WHO)도 내달 1일 긴급위원회를 열어 국제공중보건 비상상태를 선포한다. 2014년 에볼라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희생된 우리로선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집트숲모기 분포지가 미국까지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지카 바이러스를 제4종 전염병으로 지정했지만 임신부가 중남미 여행을 자제하는 게 가장 좋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음을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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