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장영실 속 옥의 티] 보름달, 샛별과 등진 사연은?

2016.01.31 21:30

지난주 영실이는 유성우가 내리지 않으면 죽게 될 운명에 처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늘을 뒤덮어버린 먹구름 때문에 정말 조마조마한 상황이었지요. 다행히 구름이 걷히자 하늘에서 영실이가 예측한 유성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천운이 받쳐준 덕에 겨우 살아난 영실이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천체 관측에 더욱 몰두하는데요. 해와 달은 물론이고 다섯 행성들의 운행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움직이는 별, 행성

 

망원경 같은 첨단장비 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태양계 행성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으로 다섯 개입니다. 만원 지폐 앞면 세종대왕 뒤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에 이 다섯 행성이 숨어있습니다. 해와 달 아래 다섯 봉우리가 바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오행성을 나타내지요.

 

요즘은 초등학생도 ‘수금지화목토천해’를 눈 감고도 줄줄이 암기하지만, 지동설이나 태양계 행성에 대해 잘 몰랐던 옛날에는 행성은 그야말로 미지의 존재였지요. 매해 같은 날 같은 시각 항상 동일한 위치에 떠있는 별자리(또는 별)와 달리 행성은 계속 움직입니다. 다닐 행(行), 별 성(星), 즉 행성은 움직이는 별입니다. (여기서 ‘별’은 스스로 빛나는 천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물에 붙인 이름만 곰곰이 따져보아도 우리 조상들이 그 사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예입니다. 행성은 특정 별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이리저리 옮겨 다닙니다.

 

 

장영실이 달과 행성을 관측하고 있다. 왼쪽부터 화성, 보름달, 세성(목성), 금성이다.  - KBS 제공
장영실이 달과 행성을 관측하고 있다. 왼쪽부터 화성, 보름달, 세성(목성), 금성이다.  - KBS 제공

 

 

보름달, 금성과 평생 조우할 수 없는 사이


영실이는 매일 행성을 관측하여 위치를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장면에서 또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말았는데요. 보름달 주위로 화성, 세성(목성), 금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입니다.

수성과 금성은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있는 내행성입니다. 이 내행성들은 지구에서 볼 때 태양에서 멀리 도망치지 못하는데요. 그래서 해 뜨기 전이나 해 지고 잠깐 볼 수 있습니다. 한밤중에는 태양의 반대편에 있는 천체만 관측이 가능하지요.

 

다시 드라마 장면 속으로 들어가서 보름달은 해-지구-달 순서로 일직선상에 놓일 때 보이는 달 모양입니다. 보름달은 저녁에 동쪽에서 뜨고 새벽에 서쪽으로 지므로 밤새도록 관측이 가능하지요. 금성이 보이는 새벽시간이나 초저녁 시간에 보름달을 금성과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절대 보름달 바로 옆에 금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내행성인 금성은 태양에서 멀리 도망칠 수 없어 해가 지면 따라집니다. 그래서 금성이 초저녁에 보일 때는 서쪽 하늘에서 금성을 볼 수 있지요. 반면 보름달은 태양 반대편,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달로 절대 태양과 가까이 갈 수 있는 달이지요. 초저녁 보름달은 동쪽 지평선에서 막 뜨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금성이 새벽에 보일 때는 동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데, 이때는 보름달이 서쪽 지평선에 걸쳐 지기 직전입니다. 금성과 보름달 이 둘을 같이 보기란 드문 일인데, 혹 보더라도 이 둘은 하늘에 서로를 등진 채 잠깐 보입니다. 금성과 보름달은 평생 가까이 조우할 수 없는 사이지요.

 

금성과 친한 달은 초승달과 그믐달입니다. 초승달이 금성에 몸이 기댄 채 발그레한 서쪽 하늘로 기울어지는 장면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하늘이지요. 새벽 동이 트기 전 그믐달과 금성은 잠깐 보이다 해가 뜨면 둘 다 모습을 감춰버립니다.

 

 

* 천문 프로그램 소개 *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드라마 <장영실> 속 ‘옥의 티’와 과학이야기는 천체 강연으로 엮어집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과학동아천문대에서는 2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행하는 설날 특별프로그램 천체강연에서 드라마 ‘장영실’에 담긴 과학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tar.dongascience.com)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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