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과학수사에서는 시체가 곧 증거다

2016.02.02 17:00

수중과학수사는 물에서 시작하지만, 물 밖까지 이어진다. 수중과학수사대가 찾은 증거를 육상에서 분석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전북지방경찰청(이하 전북청) 과학수사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중증거·사체 분석실험을 했다. 유전자, 지문, 부패 세 분야에 걸친 실험은 기존 과학수사와 비슷한 듯 달랐다. 어떤 분석기법을 사용하는지 들여다봤다.

  
시체가 곧 증거, 수중 부패


2015년 11월 3일, 전북 김제의 한 저수지. 빨간 팻말에 큰 글씨로 ‘출입금지-수중과학 실험 중(위험)’이라고 적힌 철문을 열어젖히자 실험장으로 통하는 길이 열렸다. 전북청 과학수사대의 현철호 검시관이 길을 안내했다. “이 저수지에서 돌멩이에 묶인 시체가 얼마 전 떠올랐어요. 근데 언제 물에 들어간 시체인지도 알 수가 없고…, 답답했습니다.”


미궁에 빠진 수중시체사건을 계기로 이곳에서 수중과학수사 연구가 시작됐다. 현 검시관이 맡은 임무는 수중 부패 실험. 돼지를 익사시킨 뒤 부패하는 양상을 관찰하고, 물 위에 떠오르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이다. 물에 잠긴 시체에선 혐기성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해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메탄 같은 부패가스를 만든다. 내장 및 세포(근육) 사이의 빈 공간마다 기체가 들어차면 중력보다 부력이 커져 시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수지 실험장 수면에 떠오른 돼지 사체 -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제공
저수지 실험장 수면에 떠오른 돼지 사체 -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제공

 


저수지 실험장에서 기자를 처음 맞이한 건 수면에 떠오른 돼지 사체였다. 물에 잠겨있는 오른쪽 절반은 이끼가 잔뜩 껴 있었고 물 밖에 나온 왼쪽 절반은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러있었다. 왼쪽 목덜미에는 구더기들이 구멍을 파고 열심히 식사 중이었다. 하얀 기포가 부글부글 흘러나왔다. 엉덩이에는 검정파리 한 무리가 모여 마치 일광욕을 즐기듯 앉아있었다.


실제 사건현장에선 사람 시체가 똑같이 물 위로 떠오른다. 수중과학수사의 가장 중요한 단서다. 시체가 떠오른 시각을 알면, 처음 물에 들어간 시각을 역으로 계산할 수 있다. 시간 정보는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시체가 떠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온이 높을수록 짧아지고, 수심이 깊거나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길어진다. 수사관들의 경험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수치화시키기 위해 현 검시관은 실험을 시도했다. 아주 기초적인 부분도 아무런 자료가 없어 “맨땅에 헤딩하듯” 하나씩 배워갔다.

 

물속에 묶어놓고 부패양상을 관찰하는 사체 -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제공
물속에 묶어놓고 부패양상을 관찰하는 사체 -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제공

 


“익사 실험을 해야 되는데, 돼지를 산 채로 물에 빠뜨릴 순 없잖아요. 고민하다가 호스로 폐에 물을 강제 주입해 물 밖에서 익사시켰죠. 그러고 나서 물에 던지려고 하는데, 이게 안 가라앉으면 어쩌나 걱정이 드는 거예요. 누가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행히 잘 가라앉더라고요.”


30kg 무게의 돼지 6마리를 빠뜨린 결과, 사인(익사·비익사)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48~60시간 만에 떠올랐다. 돼지를 빠뜨린 곳은 수심이 5m였고, 수온은 19℃였다. 현 검시관은 “앞으로 수많은 추가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온·수심·몸무게 조건을 바꿔가며 실험하면 부유시간에 대한 식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수심 5m, 수온 19℃에서 60kg 돼지, 90kg 돼지를 빠뜨려보는 식으로요.”(☞다음 화에 계속)

 

 

일러스트 | 박장규, 사진 및 내용 출처 | doi:10.1016/j.palaeo.2014.07.031 - 과학동아 제공
일러스트 | 박장규, 사진 및 내용 출처 | doi:10.1016/j.palaeo.2014.07.031 -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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