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오늘도 당신을 사냥할 꿈을 꾼다 ②

2016.02.06 13:00

고양이에게 야생성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분명 고양이와 교감하고 있다고 느낀다. 예컨대, 고양이들은 가끔 반갑지 않은 선물을 들고 온다. 경험담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데, 시나리오는 보통 이렇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친해졌는데, 어느 날 죽은 쥐를 물고 왔다는 것. 사람들은 감동한다. “죽은 쥐는 징그러웠지만, 아마도 이 놈이 저한테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것 같았어요.” 물론, 인간의 착각이다.

 

GIB 제공
GIB 제공

사회성 : ‘개냥이’는 고양이가 길들여졌다는 증거일까


사실 이런 행동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길들여졌다기보다 사냥본능의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데스몬드 모리스는 고양이에 대한 자신의 여러 저서(‘Catwatching(1986)’, ‘Cat World(1997)’)에서 “고양이가 죽은 동물을 물고 오는 건 자기 새끼에게 하듯 사냥법을 가르쳐 주거나, 인간을 무능력한 사냥꾼이라고 생각해 먹이를 갖다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존 브래드쇼는 이 가설이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캣 센스). 새끼들을 먹이려고 사냥을 하는 것은 출산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일으키는 행동인데, 출산하지 않은 고양이도 먹이를 집으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브래드쇼 박사는 “고양이는 잡은 먹이를 천천히 먹고 싶지만, 그것을 사냥한 장소에는 분명 다른 고양이들의 냄새가 날 것이다. 따라서 그 먹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주인의 집으로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다음이다. “쥐를 잡는 것은 재미있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면 그 맛은 주인이 주는 사료만큼 좋지 않다는 사실이 기억나 죽은 쥐를 부엌 바닥에 방치한다.” 고양이는 아마도, 본인이 야생동물인지 애완동물인지 헷갈릴지도 모른다.

 

GIB 제공

GIB 제공

성격이 좀 더 좋은 고양이는 인간에게 다가와 핥거나 ‘야옹’ 거리며 놀아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실제로 고양이는 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종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롯해 다른 종의 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모두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종이다. 대부분의 가축은 이런 융통성이 없다. 이를 ‘다중 사회화’ 능력이라고 한다.


점차 인간에게 길들여지면서 공격성이 낮은 고양이도 생겼다. 미국에는 삼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유달리 공격적이라는 속설이 있다. 미국 UC데이비스 수의대 연구팀은 이 속설을 확인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는 1274명을 대상으로 고양이가 언제, 얼마나 공격적인지 설문조사를 했다(doi:10.1080/10888705.2015.1081820). 그 결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황색 삼색 암컷 고양이(삼색 털이 나타나는 유전자는 X염색체 위에 있어서 이들은 거의 암컷이다)와 흑백의 얼룩고양이, 그리고 회색과 흰색이 섞인 얼룩고양이가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검정, 회색, 흰색의 단색 고양이는 친화력이 높았다. 연구팀은 “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성격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Adam Rifkin(W) 제공
Adam Rifkin(W) 제공


고양이 길들이기는 아직 진행 중?


고양이 길들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고양이는 개보다 인간과 함께 산 역사가 짧은 데다(개는 3만 년, 고양이는 9500년), 개나 다른 가축들과 달리 통 쓸모(?)가 없어서 의도적으로 교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선택압을 덜 받았다는 뜻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예컨대 고양이의 후각은 개 못잖게 뛰어난데, 이를 이용해 먹잇감의 소변 냄새를 찾아 사냥한다는 연구 결과가 2010년에야 나왔을 정도다. 고양이를 조금 더 길들인다면 마약 탐지묘(猫)가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고양이는 그저 인간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인간은 관용을 베풀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고양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바로 ‘중성화’다. (인간이) 원치 않는 임신이나 질병을 막기 위해 주인들은 자신의 고양이를 중성화시킨다. 존 브래드쇼는 책에서 “장기적으로 인간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는 고양이의 특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중성화 수술을 피해 자손을 남기는 개체들은 사람을 경계하고 사냥에 능숙한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야생성과 사회화의 묘한 줄다리기에서, 야생성 쪽에 힘이 실릴까. 고양이와 인간의 ‘밀당’은 이제 막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