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인정’ 아는지 모르는지 눈만 깜박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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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상태로 1년 이상 누워 있는 김모 씨. 낮에는 눈을 깜박거리며 뜨고 있다가 밤에는 잠을 잔다. 그러나 귀에 가까이 대고 불러도 대답이 없다. 20일 대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이 있기 직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9층 내과중환자실 독실에 누워 있는 김 씨를 찾아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기자보다는 의사의 눈으로 ‘판결의 주인공’인 김 씨의 상태를 직접 보고 싶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이 넘도록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그는 현재 인공호흡기를 통해 분당 12회 정도 호흡을 하고 있다. 정상인은 18회 정도. 지난해 11월 1심 판결문에서 기대수명이 3, 4개월이라고 했지만 6개월 이상 지난 지금도 겉으로 보기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여느 환자와 비슷했다. 몸은 전반적으로 부어 있고 피부는 하얗다. 가족들은 환자 피부가 까맣게 변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혈액 수치에서도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환자는 입에는 인공호흡기를, 코에는 음식을 공급하는 L튜브를 달고 있었다. 하루에 900Cal(일반인 평균 2500Cal)의 영양을 미음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혈액검사가 이뤄진다. 김 씨는 1년 3개월 전 기관지 내시경으로 폐 검사를 받던 중 폐혈관이 터지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심장정지가 10분 정도 지속됐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보니 뇌가 정상인에 비해 많이 위축돼 있었다. 뇌 손상이 전반적으로 있었다는 의미다. 이후 상태는 호전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다. 혹시 뇌사 상태는 아닐까. 뇌사일 경우 동공이 풀려 있고 여러 자극을 줬을 때 반사작용이 전혀 없어야 한다. 일단 동공은 풀려 있지 않았고 3mm 정도 수축돼 있었다. 그러나 빛을 비춰 보니 동공이 수축되는 동공반사는 없었다. 이는 뇌 손상을 의미한다. 환자 스스로 가끔 몸을 뒤적거렸다. 의료진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의미 없는 움직임 같다”고 설명했다. 뇌 이상 유무를 알아볼 때 쓰이는 바빈스키 검사를 해봤다. 발바닥의 움푹 파인 부위에서 엄지발가락 방향으로 손가락으로 둥글게 긁었을 때 발가락들이 부챗살처럼 쫙 펴지는 반사가 나타나면 뇌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직접 해본 결과 확실하게 펴지지는 않았지만 발 부위가 위로 움직였다. 그러나 통증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 살짝 꼬집어 보니 환자는 아프다는 반응으로 몸을 움찔했다. 이는 뇌의 일부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 가끔 스스로 자발호흡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뇌사인 경우 뇌파가 나타나지 않는 데 비해 김 씨는 뇌파가 나타났다. 혈압은 90∼120으로 정상이고 몸무게는 65kg으로 입원 전보다 15kg 늘었다. 혈액검사 결과를 보니 정상인보다 헤모글로빈 수치는 낮고 백혈구 수치는 높았다. 환자 주치의인 박석무 호흡기 내과 교수는 “백혈구에 이상이 있어 일단 백혈병의 일종인 골수종을 의심할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추가 검진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어 그냥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김 씨 같은 상태가 3개월 이상 경과하면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뇌사라고 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아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며 “만약 회복되더라도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회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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