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존엄사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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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尊嚴死·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1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숨만 쉬고 있을 뿐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단지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들어섰으며,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가 분명하다면 소송을 내지 않고도 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 씨(77·여)와 가족이 지난해 5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 씨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9명이 김 씨의 존엄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환자가 더는 인간으로서 활동할 수 없는 회복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면 이미 ‘죽음의 과정’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런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판단할 때 △의사나 가족 친지에게 명확하게 의사를 밝혔는지 △환자의 나이나 고통 정도는 어떤지 △의사로부터 충분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 가족은 판결 직후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바람을 담은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세브란스병원도 “가족과 병원윤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김 씨의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록 동아일보 기자 myzodan@donga.com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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