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그림 꼼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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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위작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뇌 시각처리 전문가인 김정훈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21일 “지문 분석하듯 그림 속에 있는 미세한 패턴을 정밀 분석해 그림을 감정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KAIST 교내 연구 발표회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았으며, 김 교수는 10월경 열리는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영상분석 기법을 그림 감정에 활용하는 기술은 외국에서는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국내에서는 김 교수가 처음이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에릭 포스트마 박사팀이 2004년 반 고흐의 위작을 가려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구팀은 로봇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거나 지문 또는 홍채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할 때 쓰는 기술들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영상 속에 있는 윤곽선을 아주 잘게 쪼갰을 때 각각의 선이 어떤 각도를 이루는지 분석하거나, 그림 안에 원이나 타원 같은 도형이 어떤 조합으로 분포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이 결과를 진본과 비교해 차이가 많이 나면 위작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진본에는 30도 각도로 누운 선이 많은데 위작에는 45도 각도로 누운 선이 많다면 작가의 고유한 화풍에서 벗어난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영상분석 기법들을 통해 그동안 위작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수근과 이중섭 화백의 작품 다수를 분석했다. 이 작업에는 미술사를 전공한 우정아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먼저 두 화가의 진품 다수를 분석해 공통 패턴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는 ‘아낙네의 옆얼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것들을 작가의 고유한 화풍으로 추출해 분석했다”며 “올 2월 법원에서 위작으로 판결난 작품들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실제로 진품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활달한 선으로 대표되는 이중섭의 그림은 선을 잘게 잘라 분석하는 기법을 이용했다. 마찬가지로 위작으로 판명된 작품들은 진품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반면 도록 등에 수록돼 진품일 확률이 높은 작품은 확인된 다른 진품들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하나만으로 특정 그림을 위작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위작 여부는 전문가의 안목감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명화의 위작 여부를 가늠할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개발한 것이 의의”라고 강조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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